재외국민 선거를 하는 날이라 투표소에 들렀다. 투표소는 대한민국 영사관이다.
오... 영사관 건물 정말 좋네!
영사관에 한번도 올 일이 없었는데, 처음으로 와 봤다. 해외에서 투표를 해 보는 것도 처음이다.
이번에는 정말 마지막 순간까지 누구를 뽑아야 할지 막막했다. 집을 나서기 전까지 후보들의 공약을 읽어보다가 나왔는데, 음... 이번처럼 마지막 순간까지 고민한 적은 처음이다.
사람들도 나와 생각이 비슷했는지, 투표소에 사람이 많지 않았다. 줄도 안서고 바로 투표를 할 수 있었다. 재외국민은 미리 한두달 전에 투표를 하겠다는 신청을 해야 하니, 신청기간을 놓치면 투표를 할 수 없다.
오는 길에 여러가지 에피소드가 있었다.
투표소 근처에서 아우디 차를 봤는데, 사람들이 차 뒤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아우디 뒤에 있는 차는 택시이다. 두 차가 접촉사고가 난 모양이었다. 택시와 아우디라니, 이런, 이런.
캐나다 구스를 입은 중동 사람이 아우디 차주였는데, '괜찮다, 괜찮다, 그래도 한번 보자'라는 말을 했다.
지하철 안에서는 귀여운 허스키를 봤다.
이곳은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허스키를 키우는 사람이 많다. 영하의 날씨 때문에 강아지들에게 옷과 신발을 신기는 사람들이 많은데, 허스키는 추울 때 오히려 신나한다.
오늘 주말이라 지하철에 사람들이 꽤 많은 편이었는데, 이 강아지는 가만히 앉아서 지루해 하면서도 하면서도 얌전하게 지하철을 잘 탔다.
지하철에서 내리자 출구에서 어떤 아주머니가 유모차에 아기를 태우고 계단을 오르려고 하고 있었다. 혼자서는 힘들어 보이길래 바로 유모차 뒤를 받쳐주고 같이 계단을 올랐다.
"너무 친절하네요! 감사해요. (En gros merci!)"
"뭘요, 이쪽 출구는 공사중이라 엘리베이터가 없어요. 다음엔 반대쪽 출구로 나가시면 편할 거예요."
"아, 반대쪽 출구로 가야겠군요. 아가, 이분 정말 친절하시지?"
"어디 가세요?"
"빛 축제 보러가요. 우리 아기는 15개월인데, 오늘 처음으로 지하철 타고 밖에 나온 거예요."
이외에도 아주머니는 정말 많은 말을 쉬지 않고 했는데, 중간까지 듣다가 못 알아들었다. 내가 대답이 없자 아주머니가 이렇게 말했다.
"내가 너무 빨리 말하죠? 아기를 데리고 처음 나오는 거라... 저도 정신이 없네요. 아기야, 추우니까 모자 쓰고, 장갑 끼자. 담요도 덮고..."
아기가 정말 귀여웠다. 통통한데 추워서 약간 빨개진 볼과 땡그란 눈이 정말 예뻤다. 유모차 옮기는 것이 꽤 힘이 들었는데 그래도 밖에 아기를 데리고 나오니 뿌듯해졌다. 아기 사진을 찍어도 되겠느냐고 물었으면 된다고 했을 텐데!!
유모차를 다 옮기고 아주머니 얼굴을 다시 보니, 속눈썹이 파란색이었다. 염색일까, 마스카라일까?
아무튼 재밌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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