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는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고 올 계획이었다. 집에 있으면 뭐 딱히 하는 것도 없는데 시간이 훌쩍 가버리기 때문에 아예 밖으로 나갈 생각을 했다. 도서관에 가면 그나마 그 시간만큼은 딱 책에 집중할 수 있으니 좋다. 아니면 카페에 가도 좋고...
그런데 일요일 아침 거하게 늦잠을 자버렸다. 일어나니 12시 30분.... 귀한 일요일 오전을 잠으로 보내니 좀 아쉽다. 내 소중한 일요일!!
아무래도 새벽에 깨서 잠을 설쳤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도 푹 잤으니 됐지 뭐 싶다가도, 밖에 나가기 귀찮아졌다. 게다가 창밖을 보니 또 스노우스톰이 왔다. 또 눈보라야?!
이렇게 된 김에 미뤄둔 할 일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해야 하는 일들이 몇 가지 있다. 이제 3월이 되면 한국어 수업이 시작하기 때문에 수업준비를 하고 등록 안내를 해야 하고, 세금 신고도 해야 한다. 할 일을 미뤄두고 끙끙대느니 그냥 빨리 해치우는 것이 더 편하다는 사실을 늦게 깨달았다.
알지만 귀찮다! 그래도 귀찮을 땐 이 짤방을 생각한다.
실제로 오은영 선생님이 이 말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큰 도움이 된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걸으면서, 한번 혼잣말로 되뇌어 본다.
"다 울었니? 이제 할 일을 하자."
다정하면서도 단호한 선생님의 말투로 하는 것이 키포인트이다. 그러다보면 '할 일을 해치워버리자!' 라는 마음이 든다.
이 짤방을 보다 보면 '빨강머리 앤'의 마릴라 커스버트가 생각난다.
요즘은 빨강머리 앤 만화를 정주행중인데, 성인이 되고 나서 보니 마릴라의 입장이 이해가 간다. 마릴라는 항상 앤에게 "허영심은 좋지 않다." "앤, 설거지는 하고 가야지!" "그렇게 떠들다가는 다이애나를 놓치겠구나. 할 일을 끝내놓으렴." 등등의 잔소리를 한다. 어릴 땐 그 말이 잔소리로 들렸는데, 지금 보니 적절한 때에 중요한 것을 잘 일깨워주는 조언으로 들린다.
마릴라의 교육관은 매우 실용적이고 현실적이다. 상상력과 감정이 풍부한 앤과 현실적이며 이성적인 마릴라는 그야말로 찰떡궁합이다.
마릴라는 앤에게 공상도 좋지만 할 일을 미뤄둬서는 안된다고 충고한다. 그리고 천방지축 폴짝폴짝 날뛰는 앤에게 차분해야 할 필요성도 알려주고...
할 일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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