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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

캐나다 퀘벡에서 병원가기 전 알아야 할 것들

by 밀리멜리 2020. 10.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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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중에서도 퀘벡은 세금이 높은 대신 사회보장제도가 잘 마련되어 있는 편이다. 

 

나는 오랫동안 한 가지 질병을 앓아왔는데, 이게 괴롭고 삶의 질을 엄청 떨어뜨리지만, 또 당장 나를 죽이는 심각한 병은 아니다. 이 병을 고치기 위해 나는 정말 자주, 오랫동안 병원을 들락날락거렸는데, 캐나다에 온 이후 보험이 없어 그냥 방치해 놓고 있었다.

 

다행히 보험 자격이 되어 병원 치료를 받고 있는데, 내가 경험한 것에 대해서 정리해 보고자 한다.

 

 

1. 퀘벡주 의료보험 (RAMQ)

 

퀘벡주에서 제공하는 의료보험은 RAMQ(함큐/람큐)라고 부른다. 학생비자로 이곳에서 공부하는 유학생은 대부분 이 RAMQ, 의료보험 자격이 없지만 워킹비자가 있으면 자격이 된다. 내 경우, 학교가 얼마 전에 끝났고 졸업을 인정받아 학생비자는 만료되고 워킹비자를 받게 된다. 이 워킹비자를 받은 후 비자서류를 들고 RAMQ 건물에 가면 이제 자격이 되어 의료보험 카드를 만들 수 있다.

 

이 RAMQ 카드로 병원에 이루어지는 대부분의 서비스는 무료로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의사와의 상담, X-Ray 촬영, 처방전 발급, 피검사 등 각종 검사는 무료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이 의료카드가 없으면 한 번 병원 방문에 백만원을 쓸 수도 있다. 병원마다 다양하지만 내가 알아본 바로는 보통, 등록하는 데 $200, 의사 상담하는 데 $250 정도가 드니, 전체 치료비는 $1000가 넘을 수도 있다.

 

유학생들은 유학생 보험을 꼭 들어야 한다. 캐나다 생활에 이런저런 조언을 주는 한 마담은 병원 가기 전에 잘 알아보라며, 유학생 중 하나가 보험 없이 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20일 동안 입원해 있었는데, 한국 돈으로 1억 2천만원의 치료비가 나왔다며 경고를 해주었다.

 

캐나다에 와서 생긴 병이나 사고로 병원에 가는 경우는 대부분 유학생 보험으로 커버가 가능하다. 하지만 나는 이 유학생 보험이 있어도 병원에 갈 수 없었는데, 보험회사에서 원래 가지고 있는 지병은 커버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원래 갖고 있던 지병을 치료받으려면 꼭꼭 참다가 워킹비자가 나올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 아니면 백만원이 넘는 치료비를 각오하고 병원에 가는 수밖에...

 

마지막으로, 처방전을 무료로 받았다 하더라도 약값은 보험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약값은 그냥 내야 한다. 한국이라면 3만원 쯤 나왔을 약값이 40만원이 나왔는데, 그냥 내는 수밖에 없었다. 약값까지 커버되는 보험 자격은 영주권자나 시민에게만 주어진다.

 

2. 한국에서 의료기록 가져가기

 

이곳에서 치료를 진행하면서, 독감을 포함한 백신주사를 여러 가지 맞았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에서 어떤 백신을 맞았는지 기록을 가져가면 좋다. 갓난아기일 때 맞는 BCG부터 B형 간염 예방주사까지, 그 리스트를 확실하게 가져가면 이곳에서 더 맞을 필요가 없다. 지병이 있는 경우에는 번역 여부를 걱정하지 말고 일단 무슨 약을 주로 처방받았는지, 어떤 병을 진단받았는지 기록을 가져가면 두 번 진단받고 불필요하게 중복 치료받을 일이 없어진다.

 

나는 이런 사실을 모르고 와서, 한국의 병원에 전화해서 자료를 보내달라고 요청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금도 그 병원이 진료를 하고 있을지, 병원이 망하지 않았어도 내 기록을 가지고 있을지 아닐지 걱정이다.

 

3. 대기시간

 

캐나다 병원에서 1시간 기다리는 건 일도 아니다. 병원에 가게 된다면 읽을거리를 꼭 가져가자. 예약을 해도 1시간, 2시간씩 기다릴 수도 있고, 10분만에 바로 진료를 볼 수도 있다. 이 대기시간은 꼭 얼마가 걸린다고 말할 수가 없다. 대부분의 병원에서는 리셉션에서 상주하는 의료비서가 환자의 위중한 정도를 판단하고, 위중한 환자일수록 먼저 치료하고 가벼운 환자일수록 늦게 치료한다.

 

내가 일하던 곳에서 만난 나일라는 캐나다 시민권자이자 3살짜리 아기 엄마인데, 한밤중에 아기가 열이 나서 응급실을 가면 보통 5시간에서 8시간 가까이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자정부터 기다려서 아침나절이 되어서야 의사의 진료를 보았는데, 이미 아기의 열이 씻은 듯이 내려 해열제만 처방받고 나왔다고 했다. 시민권자라고 해도, 예약 없이 병원에 방문하면 한참을 기다리는 건 당연하게 생각하는 듯했다. 

 

4. 병원 예약

 

의료서비스가 무료이다 보니, 어떤 병원에 가느냐가 중요해진다. 보통은 가족마다 주치의가 있고, 이 주치의를 통해야 어느 병원에 갈 지 선택할 수 있다. 나는 유학생 신분으로 처음 와서 주치의가 없다고 했더니 다들 '어떻게 주치의가 없지?' 하며 조금 당황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학교에 다니는 어린이나 청소년의 경우, 보험 여부와 관계없이 반드시 주치의를 지정해야 한다.

 

나는 다행히 의사에게 직접 메일을 써서 내 상황을 설명했더니, 의사가 내 메일을 의료비서에게 전달해 직접 예약할 수 있었다. 이렇게 메일을 써서 예약하는 게 원래 가능한지는 잘 모르겠다. 나는 아프다는 말을 구구절절하게 써서 동정심을 자극한 덕분에 비교적 빠르게 예약을 할 수 있었다.

 

5. 예약확인은 전화/음성메시지로

 

보통 한국에서는 병원에서 예약확인을 할 때 '0월 0일 00시 예약입니다. 잊지 말고 방문해 주세요.' 등의 메시지를 카톡이나 문자메시지로 전달한다. 하지만 이곳 퀘벡에서는 어쩐 일인지 공식적인 업무상황에 문자 메시지를 쓰는 일이 거의 없다. 1순위가 전화이고, 전화를 안받으면 바로 음성메시지를 남기지, 문자메시지를 남기지 않는다.

 

나는 벨소리 울리는 것이 싫어 대부분 진동모드로 해놓는데, 그러다 전화를 놓치는 일이 많다. 그럼 이분들은 꼭 음성메시지를 남기고 '0월 0일 00시 병원 예약입니다. 확인을 위해 000-0000-0000, 내선번호 0000로 연락주세요' 하는데, 이 숫자들이 너무 많아 날카롭게 신경을 곤두세우고 받아쓰기 준비를 한다. 나는 그래도 잘 못 들어서 음성메시지를 듣고 또 듣고 반복듣기를 해야 한다 ㅋㅋㅋㅋ extension 이라고 하는 내선번호도 정말 많이 쓴다. 문자 메시지로 연락하면 다시 전화할 필요도 없고 전화번호를 못들어 다시듣기를 하는 일도 없을 텐데, 여하튼... 듣기 공부도 잘해야 병원에 가는 것 같아 조금 서러웠다. 

 

문자를 잘 안쓰고 음성메시지를 쓰는 문화에 대해서는 나중에 아예 포스팅을 따로 하고 싶다. 사실 조금 서러운 게 아니라 많이 서러웠다.

 

5. 의사 선택

 

주치의와 상의하기 전에, 내 병을 치료할 의사에 대해 조사할 수 있다. 구글에서 지역 이름과 과를 검색하면, 의사들의 랭킹과 리뷰, 전문분야를 보고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몬트리올 소아과 전문 의사 중 좋은 의사를 알아보고 싶다면, 구글에서 montreal pediatrician를 검색하면 된다. 의사들의 이름과 일하는 병원, 소아과 중에서도 어느 분야가 전문인지, 리뷰가 제일 좋은 의사는 누구인지 알 수 있다. 이런 웹사이트의 리뷰와 랭킹을 100% 믿을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의사의 자기소개와 전문분야, 이력은 믿을만 해서 의사를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6. 원격 진료

 

아직 이용해보지는 않았지만, 몬트리올의 병원 웹사이트를 둘러보다 보니 원격 진료를 제공하는 곳이 무척이나 많았다. 전화로 증상을 상담하고 환부 사진을 메일로 보내거나, 화상통화를 해서 상담을 받는 곳이 많았다. (원격 진료라고 해서 그렇게 더 저렴하진 않았다. 2020년 기준, 대면진료가 100달러라면 원격진료가 90달러 수준이다.) 아마도 코로나 때문에 그 수요가 늘어난 것이겠지만, 기다리는 것이 싫고 병원에 가기 싫다면 원격진료를 받는 것도 한 방법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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