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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한국어수업

인간은 자유의지가 있을까요?

by 밀리멜리 2022. 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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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한국어 수업은 너무 어려운 텍스트를 가져다 준 것 같다. 요즘 아이들의 한국어 실력이 부쩍 상승했다 싶어서 과학저널의 기사를 읽어주었는데, 아무래도 이해하기 어려웠던 것 같다. 하긴, 나마저도 잘 이해하기 힘든 기사였다. 

 

"철학자와 과학자들 인간의 자유의지 실체 밝힌다(https://www.dongascience.com/news.php?idx=27894)"라는 기사였는데, 인간이 자유의지가 있는가? 라는 주제로 토론을 하려고 찾은 기사였다. 재미있을 것 같아서 읽어주었는데, 나만 재미있었던 것 같다. 이해를 돕기 위해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었다.

 

"자, 다들 왼손 한번 올려봐. 오, 그렇지. 잘했어. 우리 한번 생각해 보자. 방금 손을 올린 건 내 자유의지였나? 아니면 나의 뇌가 명령을 내린 걸까?"

 

내가 손을 올린 건 백퍼센트 내 의지일까?

 

아이들은 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손을 올리면 올린 거지, 그게 자유의지와 관련이 있나? 사실 자유의지라는 말 자체가 어려운 것 같다. 말하다 보니 나도 좀 혼란스러워졌다. 이런 토론주제를 정할 땐 나부터 좀 더 잘 알고 눈높이에 맞춰 컨셉을 잘 설명해주어야겠다.

 

"그럼 이렇게 생각해 볼까. 지금 우리가 뭘 하고 있지? 한국어 수업을 듣고 있잖아. 그러면 내가 한국어 수업을 듣는 건 내 자유의지일까? 음... 공부가 다 좋을 수는 없지만, 내 의지는 몇 퍼센트고, 외부의 영향은 몇 퍼센트일지 한번 말해보자."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은 내 의지인가?

"음, 저는 한 30% 정도 제 의지예요. 나머지는 엄마가 들으라고 해서..."

"저도 그래요. 엄마가 한국어를 잘 하면 나중에 도움이 잘 될 거고, 한국에 있는 친척들하고도 이야기 잘 할 수 있고, 커서 한국에서 일할 수도 있으니까 그 말 듣고 수업 듣기로 했어요."

"저는 80% 정도가 제 의지예요. 한국어 수업 제가 듣고 싶어서 듣는 거예요."

"그렇구나. 솔직한 답변 고마워, 얘들아. 그렇다면 다른 활동은 어때? 내가 좋아하는 활동, 예를 들어 이번 주말에 하고 싶은 활동은 뭐고, 몇 퍼센트 정도가 내 의지인지 말해보자."

 

"아, 저는 이번에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서 비디오를 올리려는데, 그건 100% 제 의지예요. 그런데 편집하는 게 어렵고 시간이 안 나서 어려워요. 그래서 미루고 있어요."

"저는 피아노를 칠 거예요. 피아노를 칠 때는 아무 생각도 안 나고, 피아노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아요. 자유의지고 뭐고 아무 생각 없이 피아노만 치는 거예요."

"오, 정말 그럴 땐 의지가 생각나지 않지. 그런 걸 몰입이라고 해! 피아노에 몰입했구나. 대단한걸?"

"헤헷😊"

 

피아노에 몰입 (영화 소울)

 

"우리가 좋아하는 활동은 우리의 자유의지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과학적으로 입증된 건 하나도 없어. 그래서 과학자들이 연구를 많이 했어. MRI가 뭔지 저번 시간에 들어봤지? 아주 커다란 하얀 기계에 사람이 들어가고, 거기서 뇌를 스캔해서 뇌의 활동을 밝혀주는 기계야. MRI는 이제 확실히 기억하겠다. 😁 아까 읽은 기사를 생각해 봐. 과학자들이 뇌를 스캔해서 자유의지에 대한 답을 찾으려고 했는데, 과학자들이 할 수 있었을까, 아니면 실패했을까?"

 

"음, 실패했어요."

 

MRI로 뇌를 스캔해도 알 수 없는 자유의지

 

"맞아. 실패했어. 그래서 과학자들이 다른 방법을 생각해 낸 거지. 우리가 자유의지에 대한 질문 자체를 잘못 설정한 것 같다! 이건 철학자들에게 물어봐야겠다고 정한 거야. 그래서 여러 철학자들을 연구실로 불러서, 철학자와 신경과학자가 함께 연구를 한대. 아까 그 기사에서 잠깐 나온 건데, 이 연구에 돈이 얼마 들어갔는지 기억나?"

 

"기억 안나요."

 

"자그마치 7백만 달러야! 이 연구가 재미있는 건 과학자들뿐 아니라 철학자를 불러서 연구한다는 거지. 그래서 좋은 결과가 있으면 좋겠다. 그럼 뇌 신경연구랑 자유의지를 함께 볼 수 있을 테니까."

 

마지막 발언으로는 기발한 아이디어가 많이 나왔다.

 

"저는 자유의지가 뭔지 모르겠지만요, 어쨌든 인간은 자유의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인간이죠."

인간은 자유의지가 있어야 해요.

"오, 정말 좋은 말이네."

"그리고 학교에서 배웠는데... 용어가 뭐였는지 까먹었어요. 아무튼 뭐 연결된 게 많으면 많을수록 기억을 잘 하고 뇌가 빠르게 반응한대요. 오늘 수업 들으니 그게 생각나네요."

"그 용어가 뭐였을까?"

"음, 프랑스어로 배워서 기억이 안나요!"

"아마 신경 시냅스가 아닐까 싶은데, 나중에 생각나면 알려줘!"

"그럴게요."

 

"저는 사람의 뇌에 대해서 아직 모르는 게 많구나 생각해요.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해도 확실한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좀 슬퍼요. 그걸 잘 모른다는 게 무섭기도 해요."

"맞아. 우리는 정말 모르는 게 많고, 그것 때문에 무섭거나 슬픈 것도 이해가 간다."

아직 모르는 게 많은 우리 뇌

 

"저는 우리가 진짜 백퍼센트 자유롭지 않다고 생각해요. 자유를 얻을 수가 없는 것 같아요. 우리 뇌가 먼저 생각하고 명령을 내리잖아요. 그럼 뇌의 명령을 따르는 거니 자유로울 수 없죠."

"와, 정말 철학적인 말인데?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말이다. 지금 과학자들과 철학자들이 고민하는 게 바로 그거야. 오늘 기사를 정말 잘 읽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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