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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한국어수업

말하기 대회 주제 정하기 - 자유주제, 뭘 말할까?

by 밀리멜리 2022. 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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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학기에는 말하기 대회 행사가 있다. 행사를 하는 것은 솔직히 준비해야 하는 것이 많아 귀찮고 힘들지만, 그래도 상을 받고 기뻐할 아이들을 생각하면 힘이 난다. 하지만 동시에 함께 준비했지만 상을 못 받는 아이들도 생길 테니 그걸 생각하면 좀 마음이 좋지 않다. 그래서 행사를 준비하면서도 심사는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나의 마음과는 상관없이 해야 할 일은 해야 한다.

 

"우리 이번엔 말하기 대회를 참가할 거야. 우리반이 말하기 잘하니까, 참가해서 연습하면 상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우리 반에서는 최대 2명이 상을 받을 수 있어. 참가할 사람?"

 

"저는 안나갈래요. 저는 그냥 이번 학기 쉽고 평탄하게 잘 보내고 그만둘 거예요."

"응? 한국어 수업 이번학기가 끝이야?"

"네, 토요일에는 쉬고 싶어요."

"그래, 수업하는 건 네 결정이다만..."

 

이렇게 그만둔다고 하는 아이가 나오면 뭔가 내 탓인 것 같아 아쉽기도 하다. 저번 시간에 이 아이가 상을 받고 싶다고 해서 일부러 정보를 알아왔건만, 변덕이 죽 끓듯 하는 거 아니니...😐 원래 이랬다 저랬다 하는 아이들이라 한번 설득해 봐야 겠다. 정도 들었는데 좀 아쉽다.

 

"음, 저는 만약에 아무도 안 나가면 제가 나갈게요."

"저 나가고 싶어요."

"저도 해볼래요."

 

내가 좀 실망해하는 표정을 눈치챘는지 다른 아이들이 고맙게도 참가하겠다고 나섰다. 3명이 참가하겠다고 했으니 그 중 한명을 떨어뜨려야 하는 내 마음이 벌써 아프다. 😫

 

"주제가 뭐예요?"

"이제부터 정해야 해. 자유주제거든."

 

자유주제가 가장 쉬우면서도 어려운 주제다. 나도 글쓰기나 발표에서 자유주제가 나오면 항상 고민하곤 했다. 주제 정하는 데만 며칠이 걸린 듯... 고민에 고민을 해도 뭘 해야 좋을지 고르는 데 한참 걸렸다.

 

그런데 아이들을 지도하자니 뭔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저번 시간에 인사하면서 '주말에 무엇을 할까' 가볍게 이야기했는데, 그걸 좀 더 발전시키면 좋은 주제가 나올 것 같다. 아이들은 주말에 스포츠 활동을 많이 했고, 스포츠 활동이라면 이야기할 거리가 꽤 많아질 것 같다.

 

"저번시간에 잠깐 말했던 스포츠 활동 어때? 직접 경험하는 거니까 스스로 할 말이 많을 거고, 왜 시작했는지, 느낌이 어떤지, 좋은점 힘든점 정리하다 보면 꽤 말할 거리가 나올걸?"

 

멍하니 화면만 쳐다보던 아이들도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생각해 봐, 스포츠 활동 왜 처음 시작했지? 그리고 스포츠하면서 가장 좋았던 건 뭐였어?"

 

이렇게 질문을 하자 아이들이 생각났다는 듯 아! 하며 말이 터져나왔다.

 

"저는요, 올림픽을 봤는데 수영선수들이 너무 멋졌어요. 빠르고, 국가를 대표해서 활동하는 게 멋지잖아요!"

"저는 그냥 시작했는데 친구 만나는 게 좋았어요. 대회 나가서 예전에 헤어졌던 친구들과 만나게 되고 이야기도 하구요. 친구랑 함께 하는 게 너무 좋아요."

 

오, 이렇게 쉽게 주제를 정하다니! 

 

시작이 반이라더니, 막상 주제를 고르니 아이들이 말이 술술 나온다. 수다떨듯이 이야기를 하니 주제 정하기가 원래 이렇게 쉬웠나 싶을 정도였다. 아이들이 이렇게 말을 해주니 주제도 정해졌고, 원고의 개요도 대충 짰다. 만세! 행사도 수월하게 쉽게 끝나고, 아이들도 상을 받아 좋은 결과가 나오면 좋겠다.

 

뭘 말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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