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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리뷰/영상리뷰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영화관 관람 후기

by 밀리멜리 2022. 4.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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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노만과 카밀이 저녁에 영화관에서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를 보자고 초대를 해주었다. 몬트리올에서는 조조할인이나 심야할인이 없는 대신, 매주 화요일마다 할인을 한다. 친구들이 고맙게도 영화 티켓까지 미리 사놓아서 저녁을 먹고 바로 영화를 보러 갔다.

 

노만이 이 영화가 개봉하기를 정말 오랫동안 기다렸다. 이 영화가 정말 좋아서 벌써 세번째 보는 거라는데, 내 반응이 어떨지 궁금했다고 한다.  


"너 멀티버스 작품 좋아하잖아. 이건 멀티버스의 끝판왕이야!"

 

 

멀티버스(다중우주)란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거나, 평행우주를 넘나드는 것을 말한다. 이 영화에서도, 주인공인 양자경이 다른 우주에 단숨에 접속해 그곳의 지식과 경험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매력적인 소재를 바탕으로 한다.

 

영화 제목처럼, 모든 것이(Everything) 어디에나(Everywhere), 동시에 존재하는(All at once) 이야기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말 재밌었다. 살짝 이야기가 왔다갔다 복잡한 감이 있지만 소재가 재밌어서 좋다.

 

 오랜만에 영화관

 

영화관


시네마에서 영화 보는 게 정말 오랜만이다. 마지막으로 본 영화가 기생충이니 벌써 3년, 판데믹 이후로 영화관에 오는 건 처음이다.

 

표를 끊고 들어가는 것, 어두컴컴한 영화관에서 자기 자리를 찾는 것, 큰 스크린으로 광고를 보는 것, 많은 사람들과 함께 똑같은 영화에 집중하는 것들이 모두 신선하다. 

 

표 스캔

특히나 영화를 보다 웃긴 장면에서 와하하 함께 웃는 게 이렇게 소중한 순간이었다니! 

물론 아직도 왜 웃는지 모르는 장면이 꽤 많았다. 자막없이 웃으면서 영화를 보려면 영어 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겠다. 아무튼 한 공간에서 여러 사람과 함께 웃는다는 건 정말 좋은 순간이다. 

또, 내 왼쪽에 앉았던 사람은 영화에 엄청 몰입했는지 큰 소리로 '오, 예아? (Oh yeah?)'를 연발했다. 예전이라면 신경쓰였을 것 같은데, 지금은 영화관에서 이렇게 다른 사람의 리액션을 들을 수 있다는 것도 또다른 재미다.

 



 

 인상깊은 장면


이 영화에서 정말 코믹했던 장면이 다른 평행우주에 접속하는 방법이다. 주인공 이블린(양자경 역)은 처음 다른 우주에 접속할 때 양 신발을 바꿔 신으라는 지시를 받는다. 그러나 이것 이외에도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다른 사람이 씹던 껌을 씹거나, 손을 종이에 베이거나, 콧물을 맛보거나, 엉덩이를 때리거나, 아니면 트로피를 어딘가에 꼽거나...(?)

 

...??!

아무튼 평소에 하지 않던 선택을 함으로써 다른 우주에 접속하는 모양이다. 각각의 캐릭터가 어떤 선택을 통해 다른 우주로 접속하는지 살펴볼 만하다.

평행우주는 무한하다. 여러 우주를 전전하다가 이블린은 자신을 공격하는 적을 물리치기 위해 자신이 쿵푸의 천재가 되는 우주를 경험한다. 이 우주에서 그녀는 남편과 결혼하지 않는 선택을 하고, 쿵푸 도사의 수제자가 되어 열심히 수련해 스타가 될 정도로 유명해진다.

 


현실의 이블린은 세탁소를 운영하며 세금 때문에 골치를 앓지만, 쿵푸 천재가 된 자신은 너무나 화려하게 빛난다.

 

 

남편과 결혼하지 않았더라면 자신의 삶이 이렇게 달랐으리라 예상하지 못했던 이블린은 이 현실에서 충격을 받는다. 그러다 이 우주에서의 남편도 사업적으로 매우 성공한 것을 발견한다.

 

 

어릴 때 헤어진 둘은 '만약 헤어지지 않았더라면'하는 대화를 나눈다. 이 장면이 어쩐지 옛날 홍콩영화 화양연화의 골목씬을 떠오르게 만들었다.

 

화양연화의 한 장면

 

 멋진 연기

 

모든 배우들의 연기가 정말 훌륭했다. 양자경의 연기야 말할 것도 없고, 이블린의 남편 역을 맡은 조너선 케 콴은 배우이자 무술감독으로, 이 영화의 모든 스턴트 액션을 연출 담당했다고 한다.

 

조너선 케 콴

무술감독을 하면서도 어떻게 연기를 그렇게 잘하는지 감탄스러웠다. 안경을 쓰고 벗으며 눈썹으로 연기하니 정말 다른 사람 같았다.

 

 

이블린의 딸, 조이 역을 맡은 스테파니 수(Stephanie Hsu)의 연기도 인상깊었다. 

 

스테파니 수

이 영화는 멀티버스를 소재로 하다 보니, 배우들이 여러 버전의 자신을 연기한다. 다른 우주 버전을 연기할 때마다 확실하게 다른 모습을 보이는데, 훌륭한 연기 덕분에 푹 빠져서 영화를 감상했다. 배우들에게 주목하게 된 이유이다. 

 

여러 우주를 체험한 이블린은 결국 제 3의 눈을 얻어 모든 것을 꿰뚫어볼 수 있게 된다. 마지막 장면의 메시지가 무척 감동적이고 생각할 거리를 많이 준다. 영화가 끝나고도 친구들과 계속 밤늦게까지 이 영화에 관한 이야기로 수다를 떨었다.

 

예고편 감상: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오랜만에 본 좋은 영화라 추천하고 싶다. 이 영화의 배급사인 A24가 중소배급사이고 판권비가 비싼 것으로 유명해 한국은 개봉일이 늦어진다고 한다. 한국은 언제 개봉할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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