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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

퀘벡 여행 - 동화속 마을같은 헌책방을 구경해볼까?

by 밀리멜리 2022. 4.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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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먹을 때가 되었다. 찾아놓은 식당 바로 옆에 예쁜 가게가 있어서 들여다 보니 헌책방이다.

헌책방

퀘벡 여행하면서 길을 지나가다가 헌책방을 몇 군데 보기는 했는데, 굳이 들어가보진 않았다. 프랑스어로 된 책을 사봤자 읽지도 못하고 짐만 될 게 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헌책방은 너무 분위기가 좋잖아! 너무 예쁘잖아! 😏

 

오래되어 보이는 간판

굳이 책을 읽지 않아도 이 헌책방만의 분위기가 좋다. 동화속이나 판타지 소설 마을 속의 책방처럼 생겼다. 

 

이 간판에는 '넬리강 서점'이라고 적혀 있고, 그 밑에는 '엄선된 중고 서적'이라고 적혀있다.

 

엄선했다니, 어떤 책들이 있을까?

 

전시된 책들

중간의 책은 '텃밭 키우는 맛', 오른쪽의 책은 신화 백과사전이다. 노르딕 신화, 클래식 신화, 셀틱 신화에 관한 책인 모양이다.

 

그리고 맨 왼쪽의 책은 조각가 자코메티에 관한 책이라고 한다. 검색해보니 이런 작품을 만든 사람이라고 나온다.

 

자코메티의 작품

내가 어릴 때 엄마가 이런 비슷한 조각작품을 사서 장식장에 둔 기억이 있다. 아마 지금도 있지 않을까 싶다.

 

두번째 창문

두번째 창문에 있는 책들은 왼쪽부터 그래픽 디자인 교과서, 지압 마사지 입문, 셜록 홈즈 책이다.

 

이 책들을 다 주인이 고른 걸까? 궁금해서 들어가 보았다.

 

실례합니다

헌책방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문 닫을 시간이 다 되어서인가 보다.

 

주인 아저씨는 낮은 목소리로 계속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 손님이 들어오건 말건 상관 없이 구경하도록 놔두고 계속 통화중이다. 문 닫을 시간이 다 되었는데 들어와도 되나 싶어서 눈치를 봤는데, 아저씨는 눈길도 안 준다. 통화하는 아저씨의 목소리와 프랑스어 발음이 부드러워서 계속 듣고 싶었다.

 

신경 안쓰고 통화하는 서점 주인
서점 내부
아무 책이나 펴본다

아무 책이나 집어서 아무 페이지나 펼쳐 보았다. 이런 내용이 있다.

 

"제롬은 아직도 티에보네 집에 불이 켜진 것을 보고, 아직 저녁을 먹지 않은 걸 생각해냈다. 그는 아무도 없는 작은 방에 들어가, 빵을 한 조각 뜯었고, 물이 뚝뚝 떨어지는 삶은 고기 덩어리를 발견하고 손가락으로 큰 고기조각을 떼어낸 후, 굵은 소금을 찾아냈다. 갑자기 입맛이 돌아 턱근육이 수축되었고, 이 즉흥적으로 만든 샌드위치를 뜯어먹기 시작했다." 🍖🍞

 

이 부분을 읽으니 나도 입맛이 돈다. 딱 저녁을 먹을 때 읽기 좋은 내용이구만.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여섯번째 수면

내가 좋아하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책도 있었다. '여섯번째 수면'이라는 제목인데, 한국에는 '잠'이라는 제목으로 나온 책이다. 한국어로 읽어본 적이 없는 책이다. 사서 한번 읽어볼까?

 

노자의 도덕경

노자의 도덕경 프랑스어 버전이다. 타오 터 킹(Tao Te King)!

 

요즘 내가 한국어로 된 노자 책을 읽다 말다가 읽다 말다가 하고 있는데, 남친이 그걸 어떻게 알았는지 나 보라고 건네주었다. 퀘벡에서 노자의 책을 보니 정말 신기하다.

 

챕터 34

음... 어려워서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

 

책 욕심이 나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책과 노자의 책을 들고 아저씨를 기다렸다. 그런데 그때까지도 아저씨는 나와 남친이 들어왔는 줄도 모르고 통화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아! 손님이 왔어. 이만 끊어야겠어. 그래. 바이!"

 

그리고 나에게 묻는다.

 

"봉주, 위? (안녕하세요, 네?)"

"어, 이 책들 살 수 있는 건가요?"

"아, 물론이죠. 여기 있는 책들 다 모두 파는 겁니다."

"그럼 이거 두 개 살게요."

 

아저씨는 책 표지 첫장을 살짝 넘겨보더니 "하나는 6달러, 다른 건 7달러, 합해서 13달러예요." 하고 말한다.

 

완전 새책처럼 좋은 상태인데 정말 싸다. 내가 이것을 언제 다 읽을 수 있을 지 모르겠지만... 어쩐지 책방이나 서점에 가면 꼭 욕심이 나서 한 권씩 사오게 된다. 제발 다 읽을 수 있길...!

 

결국 샀다
동화속 마을같은 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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