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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생활

디지털 드로잉을 위한 삼성 갤럭시 탭 S6 Lite 구매 - 아이패드를 사지 않은 이유

by 밀리멜리 2020. 10.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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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소소하게 연습장에 낙서하듯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데, 좀 더 잘 그리고 싶어 유튜브에서 그림 방송을 가끔씩 본다. 스피드 드로잉이나 일러스트 그리는 영상을 보면서, 디지털 드로잉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데 이제 완전히 매료되어 결국 태블릿을 구매하기로 결심하게 되었다.

 

 

연습장에 샤프로 그린 것들이라 선이 어색한 부분이 많고, 최대한 지우개를 쓰지 않으려 하지만 지우개를 쓰고 싶어진다. 그리고 지우면 자국이 남는 것이 싫었다. 연필로 제대로 그려야 하는데... 정말 싼 연필보다 비싼 갤럭시 탭이 사고싶어진 것은 내 욕심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색도 제대로 공부해 보고 싶으니까^^;; 이 정도는 사도 되지 않을까? 무엇보다도, 컨트롤 제트로 내가 그린 선을 취소할 수 있다는 건 엄청난 장점일 것 같다. 며칠간 고민하다 결국 집앞 베스트바이에 가서 구매했다.

 

 

디지털 드로잉을 배우고 싶다고 생각하고 리서치를 해보니, 인터넷이든 친구들이든 모두들 아이패드를 사서 프로크리에이트 앱을 쓰라고 권해주었다. 가격을 보고 속으로 이미 삼성 갤탭을 사겠다고 마음먹었지만, '갤탭은 좀 아니야... 디자인이라면 아이패드지'라는 반응에 조금 겁이 났다. 정말 드로잉을 하고 싶다면, 가격이 싼 갤탭은 영 아닐까?

 

인터넷으로 아이패드와 갤럭시 탭을 비교해 보고, 내가 내린 결론은 그래도 역시 갤럭시 탭이었다. 가장 큰 장점은 역시 가격이다. 아이패드 프로는 백만 원이 넘는 가격에, 아이패드 에어를 사더라도 70만원이 넘는다. 거기다 애플 펜슬도 따로 사야하고... 최종적으로 얼마가 들지 모르지만 여하튼 백만원 가까이 든다는 건 확실했다. 

 

갤럭시 탭도 가장 최근에 나온 모델을 사려면 백만 원이 넘지만, 올해 초에 나온 이 모델은 '드로잉이 가능한 최신 태블릿'중에 가장 싼 모델이었다. 캐나다 달러로 세금 포함 $460, 한국 원화로 39만원의 싼 가격에 태블릿을 살 수 있다면, 노트북과 핸드폰 모두 윈도우와 안드로이드를 쓰고 있는데 굳이 아이패드를 살 필요가 없어 보였다. 

 

리뷰를 보니, 드로잉에 중요한 펜의 필압과 레이턴시가 갤탭이라고 뒤떨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다만 사람들이 드로잉에서 아이패드를 추천하는 이유는 아마도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프로크리에이트'라는 앱 때문인 것 같았다. 매장에서 직접 프로크리에이트를 써보니 정말 사용감이 놀라웠다. 드로잉이 즐겁고 깔끔하다는 느낌이 들었고, 브러시가 다양했으며, 인터페이스가 간단하고 직관적이었다. 여러가지 기능들 덕분에 전문 디자이너라면 당연히 아이패드를 선택할 거라고 생각한다. 

 

매장에서 디스플레이된 갤탭은 드로잉앱이 깔려 있지도 않았고, 노트앱으로 시험해봤는데 선이 뚝뚝 끊겨서 정말 불안했다. 이걸로 정말 그릴 수 있을까? 점원에게 드로잉앱을 깔아줄 수 있냐고 물어보았지만, 판데믹 이후 계정을 모두 차단했기 때문에 새로 앱을 깔 수는 없다고 했다. 정말 솔직히 불안했지만, 그래도 유튜브에서 본 갤탭 드로잉앱 리뷰를 믿기로 하고 구매했다.

 

결과는 만족한다. 만약 그림을 매일 그려야 하고, 프로 일러스트레이터라면 좀 더 돈을 들여 아이패드를 구매할 테지만, 나는 굳이 그렇게 많은 돈을 들이고 싶지 않았다. 갤럭시 탭에 오토데스크 스케치북이라는 앱을 다운받았는데, 아직 배워야 할 기능이 많지만 내가 원하는 만큼의 기능은 갖춘 것 같아 만족스럽다. 앞으로 그리면서 배운 기능들도 포스팅하고 싶다. 누군가 나처럼 취미로 디지털 드로잉을 하고 싶은데, 아이패드나 와콤 타블렛이 너무 비싸다고 생각한다면 갤럭시 탭 S6 Lite도 나쁜 선택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여담이지만, 만약에 프로크리에이트 앱이 아이패드 전용이 아니었다면... 디지털 드로잉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아이패드를 사지 않았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만약에 안드로이드에도 이 앱을 깔 수 있었다면, 아마 나처럼 저가형 태블릿을 사는 사람들이 더 많았을 테지. 그냥 개인적인 상상이긴 하지만--.

 

프로크리에이트 앱은 솔직히 정말 좋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런 좋은 앱을 아이패드 전용으로 출시해서, 아이패드를 사야만 그 앱을 쓸 수 있도록 만든 건 정말 놀라운 마케팅 수단인 것 같다. 그러면서 동시에 내 안에 있던 애플에 대한 이미지가 조금 깨졌다. 예전에는 정말 브랜딩을 잘하고, 깔끔하고 심플한 디자인을 내세워 IT의 선두주자로서 마케팅을 했다면, 지금은 교묘한 방법으로 물건을 팔려고 하는 것 같아 조금 씁쓸해졌다.

 

애플의 최신 아이폰에 충전기와 이어폰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기존 안드로이드 고객을 새롭게 애플유저로 끌어들일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 것 같아 낯설고, 환경을 생각해서 그런 결정을 했다지만, 글쎄, 충전기와 이어폰이 없다고 얼마나 환경친화적인지 모르겠다. 나같은 안드로이드 유저는 오히려 애플에게서 소외당한 기분이 든다. 내가 최신 아이폰을 사고 싶어도, 충전기가 없으니 어떻게 쓰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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