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으로 한국어 수업을 한 지 1년이 다 되어가는데 이제야 소회의실 기능을 발견했다.
줌 수업을 할 때 작은 회의실을 켜고 학생들을 랜덤으로 배정하면 조별활동이 가능하다! 이 좋은 기능을 왜 이제야 발견했나...🤩
아이들에게 서로 이야기할 기회를 주고 싶었는데, 화상수업이라 그러지 못해서 내내 아쉬웠다. 쉬는 시간에도 카메라와 마이크를 다 꺼버리니... 원래 어렸을때부터 알고 지냈던 아이들이 줌 수업으로 보니 자기들끼리 수다떨 기회가 없어서 점점 서먹해지는 게 느껴졌다. 다들 친구가 중요한 나이인데!
그런데 소회의실을 만들어 놓고 자기들끼리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니, 막혔던 둑이 터지듯 수다가 터져나왔다.
아이들에게 과제를 주고, 서로의 의견을 잘 들을 수 있도록 이렇게 지시했다.
"자, 우리 '아몬드'를 다 읽었으니 이 책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을 이야기해보자. 이번에는, 전체 앞에서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2명씩 짝지어서 서로 이야기해보는 거야. 그 후에 다시 돌아와서 자기 옆친구가 이야기했던 부분을 요약해서 전체에게 발표하는 거야. 그러니까 잘 들어야겠지? 메모도 좀 필요할거야!"
옆친구가 이야기하는 것을 요약해서 발표하려면, 자기 이야기도 잘 정리해야 하고, 친구의 이야기도 잘 들어야 하고, 모르는 게 있으면 물어봐야 한다. 듣고 이해하고 말하기를 한번에 해야하는 통합 활동!
아이들이 관심을 보인다. (어느 학생의 오! 하는 표정이 매우 인상깊었다.)
이 활동은 수업이 지루하던 차에 확 집중도를 높여주었다. 아이들의 반응도 꽤 괜찮다.
우리 한글학교에는 기발하고 재미있는 활동을 생각해내는 선생님들이 많아서, 나도 꼭 재미있는 활동을 해보고 싶었다. 아무튼 이 조별활동이 반응이 좋으니, 다음 학기에도 종종 해야겠다.
아이들끼리 놔두면 영어로 다른 얘기만 하지 않을까? 무슨 이야기를 할지 궁금해서 3분 정도의 시간을 두고 아이들끼리 있는 소회의실에 카메라를 끄고 입장했다.
내가 들어서자마자 이 말이 들렸다.
"야, 근데 한국어로 해야 되는 거 아냐?"
"What?"
"그래도 한국어 학교니까, 한국어로 해야지~"
"아, 맞아. 그러니까 내가 이 책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역시나 내가 없으니 영어로 수다를 떤다. 그래도 내가 들어서자마자 아이들이 내 눈치를 보는 모양인지 한국어로 이야기한다. 다행이네! 😏 다른 조에서는 한 아이의 친절한 면이 눈에 들어왔다.
"너는 그거 말고 어떤 부분이 좋았어? 또 재밌었던 장면 있어?"
"나는... 친구끼리 서로 알아가고 마음을 열던 장면!"
내 지시 없이도 스스로 서로에게 질문하고 서로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모습을 보니 정말 좋다. 소회의실 기능을 자주 이용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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