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수업 봄학기가 거의 끝이 났다. 다음주면 종업식이고, 이제 긴 여름방학을 즐기는 일만 남았다! 아이들을 만나는 것도 좋지만, 그래도 토요일에 실컷 놀 수 있다는 게 가장 좋다. 학생들만 방학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선생님도 방학을 좋아한다. 😎
"방학 땐 뭘 할꺼야?"
"저는 미술수업 들을 거예요. 그리고 소설도 쓰고, 캐릭터도 만들고... 전 뭘 만들어내는 걸 좋아하거든요."
"저는 뭐 다양한 거 할 거 같아요. 수영장도 가고, 배드민턴도 치고."
"전 밀린 공부를 할 거예요. 책도 읽고 숙제도 하고."
"전 실컷 늦잠 잘 거예요."
아마 나도 토요일에는 실컷 늦잠을 잘 것 같다. 수업준비를 안해놓고 미뤄두다가 토요일 새벽에 졸린 눈 비비고 일어나서 수업 구상을 하는 일은 이제 잠시 안녕이다!! (전날에 해두어도 되지만... 뭐, 어릴 때 미루는 습관 커서도 똑같다.)
"우리 책은 다 읽었지만, 책 이야기를 한번 더 해보자. 재밌게 읽었지만, 그래도 좀 바꾸고 싶다는 부분이 있다면 어떤 거야?"
"음... 저는 엔딩이요. 저는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게 좋거든요. 이야기가 슬퍼지는 부분부터 다 바꾸고 새롭게 이야기를 적어보고 싶어요. 나쁜 사람은 빨리 잡히고, 착한 사람들은 잘 살도록요."
"오, 그런 것도 재밌겠다. 사실 뒷내용이 더 궁금하긴 해. 너 말대로라면 주인공의 삶에 많은 것들이 바뀌게 될 거야. 또 다른 사람?"
"저는 그냥 이대로가 진짜 좋아요. 제가 읽은 한국 소설 중에 제일 재미있었고... 너무 많이 어려운 표현도 없어서 편하게 읽어서 좋았어요. 스토리라인도 좋고. 저는 그냥 안바꿀래요."
"와, 이 소설이 정말 좋았구나! 저번에도 좋다고 하더니. 하긴 나도 정말 놀라움의 연속이었어. 1부에서, 2부에서도 놀라고 4부가 제일 놀랍긴 했지. 음, 그래도 만약에 내가 이 글을 쓴다면 어떻게 바꿀까? 선생님은 한번 이런 생각을 해봤어. 만약에 주인공이 남자가 아니라 여자였다면? 어떨 거 같아?"
"오, 재밌을 것 같아요. 저는 이야기 쓰는 게 재밌거든요. 일단 주인공이 여자로 바뀌면 커플 이야기가 많이 바뀔 것 같아요. 친구들은 바뀌지 않겠지만... 저는 캐릭터 커플 지어줄 때, 성격이 아예 반대인 캐릭터들을 엮어주는 걸 좋아하거든요. 이 책에서는 둘이 성격이 크게 다르지 않지만, 저는 활달한 성격하고 소심한 성격인 캐릭터를 커플로 엮어주는 게 재밌어요. 반대면 반대끼리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음, 친구들 관계나.. 사랑 이야기가 많이 바뀔 것 같아요. 근데 그렇다고 캐릭터 모두의 성별을 바꾸긴 싫고, 주인공만 바꾸고 나머지는 그대로 둬도 재밌을 것 같아요."
"성별이 바뀌어도 친구는 친구였을까?"
"글쎄요... 친구일 수는 있을 것 같은데, 사랑으로 발전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아이들의 이야기 덕분에, 나라면 어떻게 이야기를 썼을까? 하고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학생들 중 하나는 벌써 이야기를 쓰고 캐릭터를 만들어낸 적이 있다고 하니 정말 대단하다.
소설 '아몬드'를 쓴 손원평 작가는 아기를 낳은 후, '이 아이가 어떤 모습이더라도 사랑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고 한다.
매일매일 아기가 태어나지만, 어떤 아기는 낙오자가 되고 어떤 아기는 군림하는 자가 되며, 어떤 아기는 역경을 딛고 감동을 주는 사람으로 살아간다. 인간을 인간으로 만드는 것, 그리고 인간을 괴물로 만드는 것도 사랑이라고 한다.
우리도 이 책을 읽고 사랑에 대한 토론을 했으니, 작가의 메시지가 바로 정확하게 전달된 셈이다. 나름 좋은 수업이었다고 자평하며 학기를 마무리한다.
참고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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