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진짜 여름방학 전 마지막 수업이었다.
오늘은 종업식만 있는 줄 알고 수업 진도를 미리 끝내놨는데, 알고보니 오늘까지도 수업이 남아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넉넉하게 수업하는 건데!
마지막날이라 그런지 오늘 수업에 참석한 학생도 적어서 아쉽다. 수업시간에 꼬박꼬박 잘 오는 아이들이 있어도 역시 사람이 적으면 좀 심심하다.
특히나 수업을 그만 듣겠다던 아이는 그럴듯한 논리를 내세웠다.
"저는 한국어로 어려운 글은 별로 읽고 싶지 않고, 만화책 읽을 정도면 되요. 만화책이 제일 재밌으니까요. 전 그림그리는 걸 좋아해서, 그림 그릴 때 참고할 거예요."
음... 확실히 만화책 정도는 쉽게 읽을 수 있는 실력이긴 한데 정말 아쉽다. 맘 속에 있는 말을 거침없이 툭툭 말하는 아이라서 재밌었는데!
한 아이는 생각하는 걸 어려워한다. 뭘 물어봐도 잘 모르겠다고 하고, 좋으면 왜 좋은지, 싫으면 왜 싫은지 대답이 모호하다. 그래서인지 학교 시험에서도 아이디어를 확장해서 글을 써내는 문제가 어렵다고 한다.
"이제 곧 학교에서 시험이거든요. 조금 큰 시험이기도 해서 부담도 되요. 아, 특히 프랑스어가 고민이에요."
"그래? 시험에서 뭐가 나는데?"
"음... 텍스트를 읽고 반 장 이상 내 생각을 써야 해요. 근데 생각이 안나서... 그게 어려워요. 만약에 그게 소설이면 캐릭터, 메시지, 배경, 주제, 줄거리를 다 요약해서 써야 하거든요."
"아하... 그렇겠구나. 생각이 안날 때 좀 팁을 주자면, 그 주제에 대해서 여러가지 질문을 만들어 보면 돼."
"음..."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같은 질문들 있지? 그런 걸 혼자서 만들어 보는 거야. 우리 말하기 대회 할 때처럼!"
"예를 들어, 우리 수업에서 제일 기억남는 순간이 있다면 어떤 거야?"
"어... 다 좋은데."
"그럼, 한국어 수업이라고 말했을 때 바로 생각나는 건 뭐야?"
"음... 소설 읽는 거."
"그게 좋았구나? 그 중에서도 특히?"
"어... 친구들하고 같이 읽는 거요."
"왜?"
"친구들하고 읽으면 내 생각이랑 다른 것도 있고, 맞는 것도 있고... 그래서 재밌어요. 예전에 우리가 캐릭터 도라에 대해서 이야기했었는데, 저는 도라가 쿨하고 사랑스러우면서 행복을 가르쳐주는 캐릭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다른 친구도 저랑 똑같다고 이야기해서 그게 좋았어요."
"오... 방금 정말 대답 잘했네! 그렇게 하는 거야. 아이디어가 처음에는 막막하고 생각나지 않아도, 하나만 잡아서 자기 자신한테 계속 질문하고 대답하면서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나가면 돼. 이것도 계속 연습하다보면 잘 될거야."
"다른 친구는 또 어때? 시험이 걱정되지는 않아?"
"저는 뭐, 괜찮아요. 시험 전에 공부를 좀 해야 하긴 하지만 별로 부담은 안 돼요."
"오, 역시 여유로운 모습이네!"
"저는 아이디어 내는 것은 어렵지 않은데, 과학이나 역사, 지리 과목은 읽고 외워야 하니 그건 좀 노력해야 해요."
"외우는 건 어려운 게 없어?"
"괜찮아요. 저는 시험 전에 다섯 번 읽고 가거든요. 그렇게 읽다보면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했던 말들이 다 기억나서 나중에까지 기억이 잘 나요."
아이디어 내는 것과 외우는 것이 어렵지 않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결국 이 학생은 말하기 대회에서 1등상을 얻어냈다!!!!!!!
우와!! 내 학생이 1등이다!!!!!!!!!
말하기 발표의 내용, 유창성이나, 발음이나, 태도나 모두 정말 좋았다.
종업식에서는 이 학생의 말하기 대회 영상이 모든 선생님과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재생되었는데, 다시 봐도 정말 잘 해내서 뿌듯했다.
내 학생이 이렇게 잘합니다!!! 하고 자랑하고 싶은 담임쌤 마음ㅋㅋ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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