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몬트리올 생활/캐나다 맛집탐방

맛집의 수칙 - 맛없으면 맛없다고 말하자

by 밀리멜리 2022. 5. 23.

반응형

지난 퀘벡여행에서 있었던 일이다. 노만과 카밀 커플이 주변에 하이킹하러 왔다길래, 이왕 가깝게 온 김에 퀘벡 시내에서 함께 저녁을 먹기로 했다. 

 

"우와! 엄청난 우연이다. 우리도 퀘벡으로 여행왔는데 너희도 딱 여기로 오다니."

"그러니까 말이야."

 

이 친구들하고 인연이긴 한가 보다. 지금은 인도네시아로 여행갔다는데, 부럽다!

 

"하이킹 하느라 배고프겠다. 어디 갈까?"

"여기 사람이 꽤 많은 것 같은데 들어가볼까?"

 

짜잔
식당 내부

인테리어는 나름 예쁜 식당이었다. 

 

웨이트리스가 와서 우리를 2층 자리로 안내해주었다.

 

"2층 자리 괜찮으세요?"

"네, 좋아요."

"잘 오셨어요. 여행 중이신가 봐요. 여기가 벌써 50년 된 식당이에요. 퀘벡에서 제일 오래된 식당 중 하나죠!"

"오... 그렇군요!"

 

난 오래되었다고 해서 놀랐는데, 카밀이 '50년 된 게 뭐가 오래된 거야?'라는 말을 했다. 하긴, 카밀은 퀘벡에서 태어나기도 했으니 그보다 더 오래된 식당을 알고 있을 것이다.

 

우리가 자리를 잡고, 주문을 한 지 한참 지나도 웨이트리스가 오지 않았다. 손님은 많은데 직원은 적은 모양이다.

 

30분이 지나고, 40분이 지나고... 

 

앉아있던 손님들도 떠나고 2층에는 우리만 남았다.

 

배가 너무너무 고팠다! 😤 특히 노만과 카밀은 하이킹을 하고 난 직후라 더 배고팠을 것이다.

 

웨이트리스가 드디어 음식을 갖다주었다.

 

"죄송해요, 너무 오래 기다리셨죠? 오늘 밤 쉐프가 한 명 뿐이라 음식이 너무 오래 걸렸네요."

"괜찮아요."

스테이크
오리 가슴살 마그레

음식 맛은???

 

사진 비주얼은 그럴듯해 보이지만, 맛이 별로 없었다!!!! 오 마이 갓...

 

배고프니 아무거나 먹어도 맛있을 법도 하다만... 고기를 너무 오래 구웠는지 질겼다. 이렇게 비싼 스테이크가 맛없을 수가 있다니 충격이었다.

 

음식을 먹는 친구들의 표정이 스티커와 똑같다

"오리 마그레가 너무 탔어! 내가 다른 식당에서 먹은 오리 마그레는 부드러웠는데... 너무 질기고 겉표면 새까만 것 좀 봐!"

"아, 스테이크도 별로야. 좀 질겨. 스테이크니까 기본은 하지만... 가격은 엄청 비쌌잖아? 이거 실망인데?"

"그럴 수도 있는 거지, 뭐..."

 

이 식당이 우리가 퀘벡여행 동안 갔던 식당 중에 가장 비싼 식당이었는데, 음식이 별로여서 다들 실망했다.

 

그럭저럭 식사가 끝나고 웨이트리스가 그릇을 치우러 왔다.

 

"괜찮으세요? 식사 맛있어요?" 

"네, 뭐..."

 

나는 그냥 얼버무리고 말았다. 생각보다 별로인 식사여서. 나는 식사가 맛없어도 그냥 이런 질문은 형식적인 거라 생각하고 맛있다고 답하는 편이다. 하지만 카밀은 달랐다.

 

"오리 마그레가 너무 질겨요. 겉에 타기도 했고."

"그랬어요?"

 

카밀은 거침없이 음식을 먹은 감상을 말했다. 그것도 아무렇지 않게. 

 

"우리가 오래 기다리기도 했는데요."

"맞아요, 그랬죠... 사과의 의미로 디저트 하나 드릴게요. 하나 고르는 게 어떠세요?"

"네, 그럼 크렘 브륄레 하나 주세요."

"고마워요. 이쪽 테이블 분도 디저트 하나 필요 없으세요?"

"저도 크렘 브륄레 주세요."

 

크렘 브륄레

크렘 브륄레를 한번도 먹어본 적이 없어서, 나도 이걸 먹어보겠다고 골랐다. 맨 위에 있는 카라멜 레이어를 톡톡 하고 숟가락으로 깨면 속에 부드러운 크림이 나온다. 카라멜이 살짝 섞인 달달 쌉싸름한 크림이라 내 입맛에 맞았다.

 

웨이트리스는 나에게는 크렘브륄레 값을 요구하고, 카밀에게는 아까 말한 대로 공짜로 줬다.

 

"우와, 카밀! 그래도 디저트는 맛있어서 다행이야. 그렇게 맛없으면 맛없다고 이야기하는 거 멋있다. 크렘 브륄레도 주고!"

"그래? 난 항상 그래왔어. 어디서든 서버가 맛있냐고 물어올 때 맛없으면 맛없다고 이야기해. 내 돈 주고 음식을 받았는데, 난 그럴 권리가 있지. 그러면 식당에서는 그걸 보상할 만한 뭔가를 주기도 하더라고. 안 줄 때도 있지만, 어떨 때는 음식 값을 안 받을 때도 있었어!"

"우와... 그렇구나."

 

카밀이 정말 멋있었다. 할 말 있으면 바로 하는 퀘벡여자!

 

솔직히 말하면, 나도 같은 메뉴를 시켰으니 나에게도 디저트를 공짜로 주지 않을까 속으로 기대했는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역시 원하는 것이 있으면 요구해야 한다는 것. 마리크리스틴이 이전에 똑같은 말을 해주기도 했는데... 좋은 교훈을 배웠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