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새 자리로 왔듯, 내가 있던 자리에도 새로운 사람이 왔다.
우연하게도 그 새로운 사람은 내가 동쪽 사무실에 있을 때 잠깐 만나서 인사했던 파니였다!
파니는 내가 처음 동쪽 사무실에 와서 어리버리할 때 우편물 받는 곳이라든지, 화장실 위치를 알려준 적이 있다.
블로그의 이전 글을 보니 파니가 나보고 '점심 같이 먹자'고 한 적도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저때는 일이 한가했구만...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블로그를 쓰니 이런 점이 좋구나.
이제 파니가 내 자리로 왔으니, 내가 가르쳐 줘야 할 게 많다. 지금까지 신입으로 항상 다른사람에게 묻는 입장이었다가, 갑자기 다른 사람에게 뭔가를 가르쳐 주니 이상한 기분이 든다. 흠흠, 이제 신입 티 좀 벗었나? 😏
그건 그렇고, 파니의 일처리 실력이 엄청나서 놀랐다. 뭐든지 후딱후딱 처리하고, 특히 문서를 읽는 속도가 정말 빠르다.
파니는 내가 조금씩 넘겨준 업무를 처리하면서 틈틈이 연수강의를 들었는데, 6~7시간 걸리는 강의를 모두 다 들었다고 한다.
"우와, 어떻게 그렇게 빨라?"
"나 완벽주의자여서 이런 거 빨리 해놓지 않으면 답답해."
"나도 그렇게 빠르게 했으면 좋겠다."
"그게 좋은 것만은 아냐. 내가 조급해서 그래."
파니의 꼼꼼함과 처리속도는 정말 놀랍다. 파니는 나보다 2년 더 이곳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데, 이번에 클래스 2에서 클래스 1으로 승진했다고 한다. 파니가 내 프랑스어 실력이 더듬더듬한 걸 보고 묻는다.
"너 그러면 클래스 1 테스트 다 통과한 거야?"
"응, 테스트 봤지."
"우와, 프랑스어 어떻게 잘 봤어? 난 간신히 통과했는데!"
"헤헤, 옆에 사전을 켜놓고 시험쳤거든..."
"그랬구나, 난 직장에서 시험보느라 그럴 수가 없었어. 그래도 대단하다."
"고마워. 클래스 2는 하는 일이 달라?"
"응, 많이 다르네. 클래스 2는 계속 보고서랑 조사 리포트, 노트 같은 거 작성하고 틀린 부분 고치고 하는 게 일이었어."
"그것도 정말 어려운 일이겠다."
파니는 하루에도 대여섯번씩 내 사무실에 와서 꼼꼼하게 업무를 다 물어보고 갔다.
나도 일을 시작할 때 사방팔방 다 돌아다니며 직접 물어봐야 했는데, 그때마다 친절하게 대답해 준 사람들이 생각나 나도 친절하게 도와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겨우 일주일 되었는데, 파니가 충격 발언을 했다.
"나 아무래도 다음 공고기간에 직장 바꿔야겠어."
"어? 그만둔다고?"
"응. 시작한 지 일주일밖에 안되었는데, 출퇴근하기가 너무 힘들어."
"아, 그렇구나. 하긴 이 주변이 교통체증이 장난 아니긴 해."
"그렇지? 특히 화요일 아침은 최악이야. 출근하는데 한시간 반이나 걸린다니까! 구글 맵에서는 한시간이면 된다고 해서 지원한 건데, 교통체증이 너무 심해서 안되겠어. 너무 스트레스야."
파니가 오자마자 옮길 결심을 한다니 나는 약간 멍해졌다. 다음 공고기간까지는 그래도 4개월 정도 남았는데, 직장 옮기는 것이 정말 흔하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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