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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공무원 이야기

인터넷이 끊겨서 생긴 휴식! 뭘 할까...?

by 밀리멜리 2022. 6.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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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한창 일을 하는데, 인터넷이 끊겨버렸다. 연결 접속이 좋지 않은가 싶어서 코드를 뺐다 다시 끼워보고, 컴퓨터 재시작을 해도 그대로다.

 

안되는군...!


다시 코드를 뽑으려는데 전화가 왔다. 오늘 재택근무를 하는 파니였다.

"안녕, 파니! 잘 있었어?"
"응, 안녕. 잘 있었지. 근데 말야, 지금 인터넷 안 되지?"
"나는 다 끊겼어! 아마 회사 전체 인터넷 연결이 끊긴 건가봐. 재택근무인데도 안 돼?"
"우리 집 인터넷은 되는데, 회사 문서랑 메일이 안 열리네."
"아하.. 나는 인터넷 자체가 안 돼. 아마 우리뿐 아니고 전체가 다 그럴거야!"

전화를 끊고 나니 어디선가 탕! 탕! 컴퓨터를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역시 나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안되는 모양이다. 뭐가 잘 안되면 기기를 두드려 보는 건 똑같네 ㅋㅋㅋ 

인터넷이 안 되니 일을 할 수가 없다. 

 

할 게 없어지자 다른 사람들 사무실도 기웃기웃해본다. 

행동력 있고 터프한 조지아는 벌써 가능한 조치를 다 취한 것 같다.

"조지아, 인터넷 돼?"
"지금 안되는데 말야. 인터넷이 안되서 일을 하나도 못하니 스트레스받네. 아이티 팀에 전화해봐도 안 받고. 원래 인터넷 나갈 땐 인터넷 안된다고 안내 메시지가 오는데. 아, 이거 참...!"
"음... 그래, 조지아도 인터넷 안되는구나."

사무실에 다시 돌아왔다. 

 

갑자기 붕 뜨는 시간이 생겼다. 무얼 할까...? 요즘 한창 일이 너무 바빠서 좀 한가한 시간을 갖고 싶었는데, 인터넷이 끊겨서 강제로 그 시간이 생긴 셈이다.

쓰던 문서를 보고, 핸드폰으로 인스타그램도 보고, 블로그도 보고...

 

그렇게 원하던 직장에서의 비는 시간이 생겼는데, 나는 뭘 할지 몰라 당황했다. 뭘 해야할지 몰라서 남는 이면지에다 의식의 흐름대로 생각나는 걸 적었다.

 

적은 걸 나중에 읽어보니 난 정말 쓸데없는 생각을 많이 하는구나 싶다. 오늘은 블로그에 뭘 쓸까, 언제쯤 휴가를 갈까, 오늘 저녁엔 뭘 할까, 언제 책을 읽을 수 있을까 하는 망설임이 그대로 쓰여 있었다. 

 

의식의 흐름대로 적기

 

여기저기 왔다갔다 하니 벌써 50분이 지나 있었다! 거의 한 시간이 되도록 인터넷이 나가다니. 그리고 그 한 시간을 뭘 할까 망설이며 보내다니... 🤔

 

그 한시간동안 카페테리아에 가서 간식 뭐라도 하나 먹고 올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갑자기 생긴 휴식시간에 이렇게 헤매다니! 

 

내가 적은 메모를 보니 나는 아무래도 미래에 대해 많이 생각하는 것 같다. 거의 모든 내용이 '앞으로 무엇을 할까'에 관한 것이었다. 사람이 행복하려면 과거나 미래가 아니라 현재에 살아야 한다던데. 

과거를 생각하는 것은 후회를 가져오고, 미래를 생각하는 것은 불안을 가져온다고 한다. 오늘 있었던 한 시간의 인터넷 중단이 고맙게 느껴진다. 일단 일을 안 했으니 고맙고, 내가 어떤 생각을 하며 사는지 깨닫게 되었으니까. 자주 인터넷이 끊겼으면 좋겠다.. 🤗😏

 

트위터에서 본 우지현 작가의 휴식에 대한 이야기가 맘에 들어서 공유한다.

 

 

휴식의 해답은 '현재'에 있다. 몸과 마음과 정신을 현재에 두는 것이다. 이를 테면 침대에 누워 지난날의 실수를 곱씹지 않는 것,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서 밀린 설거지거리를 생각하지 않는 것,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내일의 고난을 상상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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