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있던 자리에 새로 온 파니는 요즘 스트레스 만땅이라고 속을 털어놓는다.
아침에 올 때 너무 차가 막혀서 피곤하고, 일은 하나도 정리가 되어있지 않으며, 프로그램은 계속 막혀서 말썽이고, 회의에서 하는 말은 너무 알아듣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차가 막히는 것 빼고는 나도 겪은 일이라 깊게 공감했다. 그런데 파니는 내 생각보다 더 힘들었는지, 아침부터 이 모든 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눈물을 보였다.
동료가 우는 걸 보니 안타깝다. 그렇지만 일 특성상 내가 대신 해결해 줄 수도 없는 일이고, 파니가 질문을 해올 때마다 대답해 줄 수밖에 없다. (그런데 나도 대답을 모를 때가 많아서 미안하다)
일이 정리가 안 된 건 어느 정도 내 탓도 있는 것 같다. 나도 처음에 올 때 아무 인수인계 없이 바로 시작했다. 파니는 물어볼 사람이라도 있지, 나는 사무실 공사 때문에 혼자 일해서 물어볼 사람도 없었다. 그저 오늘을 무사히 보낸다는 생각으로 닥친 일을 그때그때 처리했다.
비서직은 특히나 보스와 일처리방식이 맞는지 안 맞는지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파니는 무척 꼼꼼하고 계획적인 데 반해, 보스인 쟝은 설렁설렁, 대충, 그때그때 닥치면 하는 편이다. 쟝은 왜 도대체 메일에 답장을 안 하냐며, 파니는 화를 낸다.
파니의 일처리와 꼼꼼한 서류철 정리를 보고 감탄했다. 나는 꼭 보관해야 하는 서류 이외에는 종이파일을 만들지 않고, 컴퓨터 파일도 정리가 잘 안 되어 있다...
사실 나는 대충대충 즉흥적으로 일하는 걸 좋아해서 쟝과 일할 때 파니만큼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다. 연락이 없으면 없는 대로 대신 처리하고, 계획이 안 짜여 있으면 가장 급한 것부터 처리하곤 했다. 하지만 파니는 계획표를 만들고 정리가 되어야 비로소 안심하는 성격이라 지금 무척 힘들어하고 있다.
파니를 도와주고 싶지만, 나도 새로운 업무 배우느라 바빠서 여유가 없다. 파니는 아마 곧 떠나겠지... 매일 발령 대기리스트를 보고 있는 모양이다.
떼아와 파니는 흡연자인데, 오늘 무지 힘들었는지 니코틴을 수혈하는 수준이다. 나는 한번 같이 따라나갔다가 매운 연기만 맡고 왔다. 니코틴 탓인지 정말 말이 빠르다. 동료들 말 잘 알아듣다가 수다 타임에는 못 알아듣는 프랑스어가 많아서 그냥 고개만 끄덕였다.
시트콤 프렌즈에는 레이첼이 처음 회사에 취직하고 담배타임을 갖는 동료들을 따라가는 에피소드가 있다. 갑자기 그 장면이 생각난다.
그래도 여기 일은 굉장히 독립적인 편이라서 동료들의 담배타임에 함께하지 않는다고 해서 불리한 점은 없다. 다만 동료들이 너무 자주 피워서 건강이 걱정되기는 한다. 음... 그래도 줄이는 게 좋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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