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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공무원 이야기

떼아와 오후 휴식시간

by 밀리멜리 2022. 6.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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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세 시 쯤, 떼아가 문을 똑똑 두드렸다.

"안녕! 잠깐 휴식할래?"
"어, 너무 좋지! 잠깐 나가자."

가뜩이나 골치아프던 차에 잠깐 쉬자는 말이 너무 반갑다.

 

잠깐 앞에 나가서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는 게 정말 좋다. 다 알아듣지는 못하지만...😗

 

점심시간 산책하기 좋은 공원

 

그런데 떼아는 프랑스어를 못알아들으면 바로 영어로 이야기해준다. 다른 사람들은 내가 못 알아들어도 모두 프랑스어를 쓰지만 떼아만 유일하게 영어로 말해준다.

 

퀘벡 공공기관에서는 모두가 프랑스어로 소통해야 한다는 것이 법이다. 떼아와 내가 이야기할 때는 사적인 대화니까 영어가 허용되지만, 아무튼 프랑스어로 말해야 하는 게 법이라니...! 😲 


"아, 아직도 수요일이라니... 주말까지 이틀 남았어."
"진짜 너무너무 졸리다. 낮잠 자고 싶어. 그 휴식의자에 다시 가고 싶은데, 시간이 부족하네."
"나도 넘 졸려. 어제 늦게 자서 그런가 봐."
"그래? 나도 늦게 잤어. 일찍 자려고 하니깐 너무 아까운거야. 뭐지, 좀 더, 좀 더..."

프랑스어가 안나와서 어버버거렸더니 떼아가 말을 완성해준다.

"좀 더 삶을 즐기고 싶어서?"
"어, 맞아, 맞아. 근데 결국 재밌는 것도 안하고 컴퓨터로 카드게임만 했지 뭐야."
"아, 카드게임은 너무 심하다! 우리 좀 밖에 나가든가 해야겠어."

맞다. 카드게임 하다가 밤늦게 자는 건 너무 쓰잘데기없는 짓이야...

"그럼 너는 쉴 때 뭐 해?"
"나? 나도 딱히 하는 건 없어. 우리 고양이하고 누워서 자거나..."
"떼아, 고양이 있어?"
"응! 보여줄까? 이름은 루시퍼야."

"루시?"

"아니, 루시퍼. 악마 할때 그 루시퍼. 정말 귀엽게 생겼지만 성격은 악마같거든. 여기저기 막 할퀴고... 그래도 넘 귀여워!"

떼아가 휴대폰 화면을 꺼내 눈이 땡그란 갈색 고양이를 보여준다. 정말 귀엽다...

 

고양이가 있다니 부럽다...

"루시퍼랑 노는 거 아니면, 넷플릭스 보고 놀지. 요즘에 뭐 시작한 게 있는데... 뱀파이어에 관한 거야. 그리고 언브레이커블 키미슈미트라고, 벙커에 몇년동안 갇혀 있다가 나온 여자에 관한 이야기."
"어, 나 그거 처음 1시즌 본 것 같다."
"맞아? 벙커에서 나왔는데 평범하게 살려고 하지만 결국 평범하게 못 사는 이야기야. 좀 바보같지만 재밌어."

 

사람 사는 거 다 비슷하구나! 

"너 무슨 동물 좋아해? 캐릭터로 이름표 만들어 주게. 강아지? 공룡? 말?"

"음... 펭귄!"

"오케이. 잠깐 기다려 봐..."

 

하더니 컬러프린터로 내 이름표를 뽑아준다. 작은 넥타이를 맨 펭귄과 예쁜 화분!

 

떼아의 작품!

"우와, 너무 이쁘다! 고마워."

"좋다니 내가 기쁘군. 하하하!"

"이렇게 잘 만드는데 왜 네꺼는 안 만들어?"

"글쎄, 나를 위해서 만드는 건 별로야. 만들어서 다른 사람들 주는 게 더 재밌어!"

"너무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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