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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공무원 이야기

비오는 날

by 밀리멜리 2022. 6.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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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온다. 천둥이 치고 밤 11시까지 계속 비가 온다는데... 빗소리를 들으니 뭔가 마음이 편해진다. 단, 내가 쾌적한 실내에 있을 때만 ㅋㅋㅋ 🤣

한국에 살다가 몬트리올에 오니 우산이 필요 없다. 비가 오긴 오는데, 한국처럼 큰 장맛비는 오지 않고 잠깐 내리다가 금방 그치고 해가 난다. 우산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도 꽤 있지만, 그래도 귀찮으니 그냥 방수 바람막이 점퍼를 하나 사다가 비올 때만 입고 다닌다. 

이렇게 다니는 게 정말 편하다. 바람막이는 아무데나 걸어 놓으면 금방 마르고, 그럭저럭 우산 없이 다니는 데 익숙해졌다.

 


비오기 전의 어둑어둑한 하늘도, 멀리서 웅웅거리는 천둥 소리도 어쩐지 반갑다. 폭풍이 친다고 핸드폰에 알람이 온다. 알림이 뜨자마자 또 떼아가 함께 휴식하자고 문을 두드렸다.

"4시부터 11시까지 계속 천둥이 온대! 오라쥬 비올랑(강한 폭풍)!"
"아, 경고 알람 나도 봤어."
"스톰 이즈 커밍! 윈터 이즈 커밍! 비 오기 전에 잠깐 나갈까?"
"좋지!"

 

잘 크고 있는 홍콩야자


"아, 이제 날씨 더워지니깐 아이스커피 먹고 싶어진다."
"맞아.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최곤데... 근데 우리 사무실 근처에는 카페가 없어. 맥도날드라도 갔다오려면 최소 25분은 걸릴껄?"

나중에 맥심 인스턴트 커피 사다가 한번 동료들한테 한국식 아이스커피 만들어주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든다.

"내가 뭐 이상한 거 보여줄까? 여기, 조각상 같은 게 있는데 말야. 도대체 왜 만든 건지 모르겠어. 근데 누우면 좋다!"
"오, 누워봐야지."

 


떼아를 따라 누우니 하늘이 보이고 나무가 보인다.

"초록색이랑 하늘이 보여서 좋다. 물론 우리 사무실도 같이 보이지만..."
"그치? 아, 지금을 즐기니 좋네."

 

비오는 하늘

 

한 3분 정도 누워서 하늘을 보다 나오니 그래도 잠깐이지만 휴식이 된다. 

"저 앞 공원 안에 호수 있는 거 알아? 오늘 그 근처 레스토랑 갔는데 정말 좋더라. 오리도 보이고!"
"나도 오리 봤어. 근데 궁금하더라. 오리가 겨울에 어디있다가 오는 걸까?"
"미국 캘리포니아."
"엥? 어떻게 알아?"
"우리 집 근처에서 오리를 하나 봤거든. 근데 발에 인식표가 있길래 그 번호로 전화해봤다? 그랬더니 캘리포니아였어."
"우와...! 그 먼데서 여기까지 날아왔다고?"
"자연이란 참 신기하지? 근데 뭐, 그 오리만 캘리포니아에서 온 걸 수도 있고, 다른 오리는 혹시 모르지. 뉴욕의 센트럴 파크에서 왔는지도."
"그러게... 뉴욕 가고싶다."

 

어디서 왔니 오리야


"나도. 난 퀘벡 밖으로 나가 본 적이 없어. 근데 요즘 여권 만드는 데 대기줄 미쳤대. 새벽부터 저녁까지 하루 종일 가서 기다렸는데도 안나온다는 거야. 난 그러고 싶지는 않아."
"요새 여권 만들기 힘들다더니. 그래도, 만약에 여권 있으면 어디 가고 싶어?"
"글쎄, 쿠바? 왜냐면 판데믹 한창일 때 쿠바 여행 2주에 비행기, 숙소, 식사 다 포함인 패키지가 70만원밖에 안 하는 걸 봤거든."
"우와, 좋은데?"
"근데 이제 여행이 가능해지니, 가격은 3배로 뛰었어."
"아..."
"혹시 몰라. 지금이 코로나 6번째 웨이브니... 8번째 웨이브를 기다려야 할지도."
"앗, 말도 하지 마. 8번째 웨이브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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