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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공무원 이야기

여름 바캉스 기간을 앞두고, 6월의 회식

by 밀리멜리 2022. 6.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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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쌍까셋, 회식이 있었다. 너무 정신없이 바빠서 회식이 있는 줄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집에 들어오니 벌써 9시가 넘어서, 블로그 포스팅하는 것도 잊고 그냥 자버렸다. (혹시 제 포스팅을 기다리신 분이 있다면 양해를 구합니다. 별 일이 있는 건 아니었어요!)

지난 회식때 먹었던 칵테일을 다들 좋아해서, 이번에도 같은 장소에 모였다. 바 그라나드라는 곳이다.


이번에는 새로 우리 팀에 들어온 파니도 함께했다. 파니에게는 화요일마다 사건사고가 많다. 

"파니, 무슨 일 있었어?"
"아침에 여기 오다가 너무 막혀서 몰래 지름길을 탔는데, 경찰에게 걸려서 160달러짜리 티켓을 물었어."
"아이아이. 정말 운이 없었네."

우리는 저번에 정말 맛있게 먹었던 핑크색 칵테일을 시키려고 했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메뉴에 그 칵테일이 없었다. 서버를 불러 물었다.

 

정규직을 축하하며 긴급 회식!

 

정규직을 축하하며 긴급 회식!

오늘 오후, 나탈리가 문서를 다듬어 달라길래 후딱 해치워서 메일로 보냈더니, 메르시 땡큐 그라시아스 3개 국어로 내게 고맙다는 말을 적었다. 그리고 "너희 나라 말로는 뭐라고 해?"라고 묻길

milymely.tistory.com



"예전에 여기 로즈 그라나다라는 핑크 칵테일이 있었는데, 그건 어디 갔나요?"
"우리 메뉴가 바뀌었어요. 더 이상 안 파네요."
"아, 아쉽네요. 그거 맛있었는데... 그럼 뭐 추천해 주실래요?"
"파인애플 익스프레스도 맛있고, 핑퐁이라는 것도 인기 많아요. 오늘의 칵테일도 있는데, 그건 마가리타에 민트크림을 더한 거예요."

각자 고민하다 쟝은 파인애플 익스프레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핑퐁과 오늘의 칵테일을 시켰다. 이전에 쟝이 고른 핑크 칵테일이 좋았기 때문에, 이번에도 쟝의 선택을 따라해보기로 했다.

 


결과는 매우 만족!!

 

새콤달콤하고 톡 쏘는 진저 맛이 좋았다. 나와 쟝이 파인애플 칵테일을 맛있게 먹으니, 다른 동료들도 두번째에는 모두 파인애플 칵테일을 주문했다.

"하하하하! 결국 다 파인애플 칵테일을 시켰네."
"아, 민트크림은 정말 별로야."

프랑스어로 민트(멍쓰)와 망고(망그)가 비슷한 발음이기 때문에, 나는 민트크림이 아니라 망고크림으로 알아들었다.

"망고크림 달달하고 맛있을 것 같은데 왜 별로야?"
"망고가 아니라 민트 크림! 이건 크림이 아니라 압생트처럼 생긴 초록색 술이야. 달긴 단데, 자연스러운 단맛이 아니라 감기약처럼 단맛이라서 정말 별로야."
"아하, 그렇군..."

 


이런저런 일 이야기를 하다가 쟝과 신디, 파니는 먼저 자리를 떴다.

 

이곳은 회식문화가 정말 자유롭다. 2명은 초대를 받았지만 그냥 오지 않았고, 떠나는 것도 자유다. 떠날 때는 서버를 불러 자기가 먹은 것만 계산하면 된다.

이런 문화가 좋은 점도 있고, 별로인 점도 있다. 일단 한국의 회식이 좋은 점이라면, 삼겹살이나 회 같은 음식을 마음껏 배불리 먹을 수 있다는 점이다. 대신 일찍 자리를 뜨기가 힘들지만...

몬트리올에서는 자유롭게 떠날 수 있는 대신, 자기가 먹은 건 자기가 계산해야 한다. 그래서 한국처럼 배불리 먹고 안주빨로 버티는 게 힘들다. 가뜩이나 여기 사람들은 술 마실 때 뭘 많이 먹지 않아서, 바에서 나오는 안주래봤자 겨우 이 정도다.

 


깍지콩을 간장에 적신 것. 

 

한국에서는 이 정도 안주는 그냥 서비스로 줄 텐데, 이 깍지콩 한 그릇에 15달러나 한다. 저녁도 안 먹은 채 깍지콩 한 그릇을 여섯 명이서 나눠 먹다니...

결국 회식하는 내내 배고팠다.

나도 집에 갈까 싶었는데, 설상가상으로 비가 투둑투둑 쏟아졌다. 아무래도 좀 더 버티다 가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천장 위로 빗 소리가 들리는 게 기분 좋다. 그런데 모두 떠나고, 마리와 크리스틴만 남으니 이야기가 더 재밌어졌다.

이 이야기를 해도 내 블로그가 제재를 먹지 않을지 모르겠다... 해도 되겠지?

크리스틴은 섹솔로그라는 직업을 갖고 있는데, 성적인 피해를 당하는 청소년들이 많기 때문에 청소년 의료와 보호를 담당하는 우리 기관에서는 아주 중요한 직업이다. 섹솔로그는 성범죄 관련 의사인데, 한국에도 꼭 있어야 하는 직업이라는 생각이 든다. 크리스틴이 한참 이야기를 하다가 성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이 부분에서 또 내가 못 알아들었다.

크리스틴은 나에게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얼버무렸는데, 마침 그때 서버가 다가와서 계산서를 나눠주었다. 크리스틴이 서버에게 물었다.

"혹시 제 동료에게 음핵이 뭔지 설명해 줄 수 있나요?" 

그 서버는 당황해서 얼굴이 확 붉어졌지만 그래도 설명을 이어나갔다.

"어, 그건, 매우 아름다운... 여성의 쾌감을 위한 기관인데요. 신경말단이 4천개나 있고... 매우 아름다운 거죠."

나는 그제서야 말뜻을 알아듣고 웃음이 터져버렸다. 서버가 날더러 한국에서 왔냐고 묻더니, 자기도 케이팝과 한국 영화를 무척 좋아한다고 말했다.

한국에선 이런 이야기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서 어색했다고 말하자, 마리-크리스틴이 물었다.

"한국에서는 성에 대해서 말하는 게 터부야?"
"그렇기도 하고, 어떤 면에서는 아니기도 하고... 아무튼 이런 이야기는 처음이야."
"그렇군. 그래도 말할 수 있어야 해. 말하지 않으면 존재하는지조차 모르잖아? 신경 말단이 4천개나 있다니 나도 몰랐지만. 더욱 더 자유롭게 말할 수 있어야 해. 그래야 잘 알지. 그나저나 그 서버 잘생겼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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