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으로 여름이 시작된 것 같다. 기온은 그렇게 높지 않지만, 햇살 쨍쨍하니 정말 여름이다.
대부분 주 2일 재택근무를 하고 있어서 밥 먹는 멤버가 항상 바뀐다. 오늘은 쟝, 마리와 함께 밥을 먹었다. 여름의 시작답게, 점심시간 대화는 에어컨 이야기로 시작했다. 나는 둘의 이야기를 가만 듣고 있었다.
마리: "에어컨 수리해야 하는데, 약속잡기 진짜 까다롭네."
쟝: "여름철엔 원래 그래. 에어컨 기사들 정말 바쁘더라."
마리: "수리기사가 오전에 오기로 해놓고, 지금 벌써 1시인데 아직도 안 오네. 만약에 이 기사가 못 고치면 새로 사야 할 텐데."
쟝: "내가 좋은 가게 알려줄게. 한번 가봐."
상사 이사벨이 식판을 들고 들어왔다. (이곳에서는 상사 부하직원 상관 없이 모두 반말을 쓴다.)
이사벨: "나도 같이 먹어도 되지? 지금 사무실을 잠궈 놔서 말이야."
모두: "당연하지! 어서와!"
이사벨: "아침부터 사무실 열쇠를 안 가져와서 진짜 놀랐네."
나: "아, 긴 하루였겠네. 어떻게 했어? 경비실에 갔다왔어?"
이사벨: "여기저기 돌아다녔지. 아, 진짜 무릎 위야!"
나: "뭐라고? 무릎 위?"
이사벨: "아, 그거 프랑스어 표현이야. 무슨 뜻이냐면 엄청 피곤하다는 거지."
나: "아하..."
이사벨: "봐, 피곤하니까 무릎 위에 손을 대잖아? 그러면 엄청 피곤해 보이는 자세가 되잖아."
나: "오, 눈으로 보니까 확실히 이해 잘 간다."
이사벨: "그리고 또 저번 주에 너한테 가르쳐 준 표현이 있었는데..."
나: "아 맞아, 어디든 갈 수 있는... 그런 뜻이었는데, 뭐였지?"
이사벨: "뭐였지? 나도 까먹었다."
앞으로 새로 배우는 표현들은 계속 휴대폰에 메모해 두어야겠다. 그 순간에는 안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시간 지나면 금방 없어져버린다.
마리: "그나저나 미국 낙태법 이야기 들었어?"
이사벨: "정말 말이 안 나온다. 트럼프가 왕좌에서 내려갔으니 나아질 줄 알았는데, 어떻게 더 거꾸로 가?"
퀘벡은 캐나다 중에서도 특히 진보적인 편이라서, 낙태 권리에 관해서는 논란 없이 다 찬성이다. 그러면서도 뉴욕과 가까우니 미국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어서 미국 정치가 가끔씩 점심시간 대화거리로 떠오른다.
하지만 나는 그 다음 정치 이야기 못 알아들었고... 🙄
대충 정치 이야기겠거니 싶어서 잠깐 정신을 놨는데...
이사벨: "그러니까 주 4일제를 해야 해! 이게 딱 좋아."
화끈한 이사벨의 말이었다.
결론은 주 4일제... 나도 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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