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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공무원 이야기

마이애미와 미아미, 그리고 쿠바 사람들

by 밀리멜리 2022. 7.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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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휴가 기간이라 사무실 복도가 조용하다. 4주씩이나 휴가라니... 부럽다! 하지만 나도 육개월만 더 일하고 나면 휴가를 펑펑 쓰고 한국에도 갈 수 있을 것이다.

직장에 동료들이 아무도 오지 않으니 심심하다. 휴가기간과 겹쳐서 다들 재택근무를 하는 모양이다. 그러다 오랜만에 이프레옌이 왔다.

"이프레옌! 어서 와요. 잘 지냈어요?"
"아, 잘 지냈지. 오늘 정말 조용하구만. 이 복도에 우리밖에 없어."
"조용하고 심심하지만 또 그래서 편하지 뭐예요. 다들 휴가갔어요."
"너는 휴가 안가니?"
"저는 내년부터 갈 수 있을 거예요. 이번은 이렇게 편한 생활을 즐기죠, 이프레옌은 어디 갈 거예요?"
"난 당연히 미아미지."

 

이프레옌은 마이애미(Miami)를 '미아미'라고 발음한다. 어쩐지 더 납득이 되는 발음이다!!

쿠바 출신의 이프레옌은 망명했기 때문에 더 이상 고향 쿠바에 갈 수 없다. 자본주의 국가로 망명한 쿠바인은 모두 그렇다고 한다. 대부분의 쿠바 사람들은 마이애미에 모여 살아서, 이프레옌도 휴가마다 마이애미로 여행을 간다.

이프레옌은 만날 때마다 쿠바와 마이애미 이야기를 한다. 가고 싶지만 갈 수 없는 고향과 만날 수 없는 가족 친척들 때문일까.

 

마이애미? 미아미?

"마이애미에는 정말 쿠바 사람들이 많아. 60년대만 해도 거긴 허허벌판이었거든. 당시만 해도 미국 사람들은 마이애미가 너무 덥다고 싫어했어! 쿠바사람들이야 워낙 더운 곳 출신이니 당연히 마이애미 날씨 좋다고 건물 짓고 발전시켰지. 그래서 쿠바 사람들만 사는 지역도 많아! 미국에 쿠바의 식민지를 지은 셈이랄까?"
"그럼 영어가 아니라 스페인어만 쓰는 사람도 많겠네요."
"그럼, 그럼. 거기서 영어 쓰면 도대체 누가 영어를 쓰냐고 화를 내. 하하하! 미국땅인데도 말야! 우리끼리 하는 농담이 있는데. 마이애미에는 쿠바 사람들이 살 테니, 쿠바가 민주국가가 되면 미국인들을 쿠바로 보내버리자고! 하하하하하!"

이프레옌은 이 농담을 하며 숨도 안 쉬고 웃었는데, 나는 그 농담에 따라 웃으면서도 어쩐지 슬픈 느낌이 들었다.

 

"요즘은 드라마 시작한 거 없어요?"
"아 있지, 있지. 종이의 집 한국 버전 리메이크 한 거 보고 있어. 재밌더라고! 역시 한국이 드라마는 잘 만들어. 연기도 좋고... 아직 다 끝내지는 못했어. 그리고, 요즘 터미널 리스트인가 하는 군대 드라마를 보고 있는데. 크리스 프랫이 나오는 거야. 크리스 프랫 알아?"
"네, 들어 봤어요."
"네이비 실이 배경인데, 군대 이야기를 보고 있으니 내가 군대갔던 시절이 생각나더라."

드라마 터미널 리스트

"아, 쿠바 사람도 군대복무가 의무군요. 얼마나 갔어요?"
"3년하고도 6개월. 그때는 땅굴을 팠었는데 말이야. 알아?"
"네? 땅굴이요...?! 하긴, 저도 어릴 때 북한군이 땅굴을 판다는 이야기는 들었어요."
"그렇지. 남한과 북한은 꽤 붙어있으니 땅굴을 파는 게 말이 되지만, 쿠바는 섬나라고 미국은 저 멀리 떨어져 있었는데도 땅굴을 팠어."
"음.. 공산주의 국가의 특징인 걸까요."
"그럴지도 모르겠어. 아무튼 군대 드라마를 보니 그때 생각이 나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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