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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공무원 이야기

금요일, 호수에서의 점심식사

by 밀리멜리 2022. 7.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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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도 좋고 바람도 산들산들하다. 재택근무를 하던 떼아가 오랜만에 사무실에 왔다.

"안녕! 잘 있었어?"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고."
"무슨 일인데?"


"내가 요즘 새로 이사해서 한창 집 꾸미는 거 알지? 페인트칠도 새로 하고, 에어컨도 설치하고... 실리콘 바르는 것까지 내가 직접 한단 말이야."
"그래, 알지. 주변에 나무도 많아서 숲속에서 일하는 것 같다고 좋아했잖아."
"맞아, 발코니에서 일하면 새소리도 들리고 얼마나 좋은지 몰라. 그런데, 집주인이 나보고 발코니에 있지 말래."
"왜?"
"자기네들이 뒷마당에 가야 하는데, 내가 발코니에 있으니 불편하대."
"뭐? 그치만 발코니는 네 공간 아냐?"
"내 집에 딸린 내 공간이지. 그리고 아무래도 날 내쫓으려는 것 같아. 다른 세입자를 구하는 모양이더라고. 나는 그냥 집세 올리는 도구일 뿐이지."
"말도 안돼! 그래도 계약서가 있잖아?"
"계약서는 없고, 구두로만 계약했어."
"계약서도 안 쓰다니 정말 나쁜 집주인이네. 정말... 어떡해?"
"어떡해야 할 지 모르겠어. 정말. 난 모든 사람들에게 친절하려고 노력하는데, 왜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나에게 나쁘게 대할까?"
"흐음..."

뭔가 위로가 될 만한 말을 해주거나, 아니면 해결책을 찾는 걸 도와주고 싶은데 이런 상황에서는 아무 말도 떠오르지 않았다.

"에잇. 됐어. 어떻게든 되겠지. 우리 점심 사서 호숫가 공원에서 먹자. 귀여운 오리 보고싶어."
"좋지. 가자!"

점심은 그리스식 자이로 콤보였다. 

 

야채가 좀 있었더라면 좋을 텐데...

아무튼 잔잔한 호숫가 바람을 맞으며 먹는 피크닉 점심은 꿀맛이었다. 

"내 생각에는 직원들 모두 의무적으로 피크닉이나 점심 산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 1~2주에 한번이라도."
"괜찮은 생각인데. 공원도 가까이 있으니까."
"신체건강에도 좋고, 정신건강에도 좋고! 얼마나 좋아? 아, 저기 오리 봐."


"오리 뒤쪽에 주황색 보여? 뭐지? 무슨 표식인가? 이 오리는 여기 공원 소속입니다 하고."
"응, 주황색 보이는데. 깃털인가?"
"자세히 보니까... 다리네! 오리 다리! 하하하하."
"ㅋㅋㅋㅋ 오리 진짜 귀엽다."

해결하기 어려운 일이 있어도 긍정적인 태도를 갖고 있는 떼아가 정말 멋지다. 함께 점심을 먹고 나니, 떼아는 정말 모든 사람들에게 친절하려고 하고 다른 사람을 돕는 걸 좋아한다는 게 빈말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우크라이나에서 온 사람이 3일동안 우리 집에서 머물기로 했어."
"어? 너희 집에?"
"응, 빈 방이 있으니까. 우크라이나에서 있는 건 정말 힘들 거 아냐."
"전쟁이 계속되고 있으니... 그래도 너 참 대단하다. 네 방 한 칸을 내 줄 생각을 하고."
"그 사람도 고양이가 있대! 나도 고양이가 있는데. 둘이 잘 지낼까 모르겠어."
"하하, 네 고양이가 질투하는 거 아냐? 저 사람은 뭐야! 저 고양이는 뭐야! 하고."
"안 그래도 새벽 3시에 내 발을 깨물깨물하더라고. 아마 분명 질투할거야. 그럼 뭐, 어쩔 수 없이 그 고양이는 방 안에만 있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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