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몬트리올 생활/공무원 이야기

내 샌드위치를 탐내는 갈매기

by 밀리멜리 2022. 7. 14.

반응형

점심시간, 구내식당의 샌드위치 코너에 들렀다.

 

 

12시 딱 정각에 나왔는데도 벌써 샌드위치가 많이 나갔다. 앞사람이 납작한 베지테리안 샌드위치를 시키며 이렇게 말한다.

"빠떼 베제 주세요."

흐음.. 저 납작한 샌드위치를 빠떼라고 하는건가? 나도 똑같이 따라 "빠떼 베제 주세요."라고 했는데 식당직원분이 못 알아듣는다. 아... 이게 아닌가?!


"베제 주세요. 베제!"

그제서야 직원분이 샌드위치를 꺼낸다. 아무래도 빠떼가 아닌 모양이다...

 

이곳에서는 샌드위치를 그릴에 구워줘서 좋다.

 

 

샌드위치 박스를 들고 떼아와 함께 호숫가에 앉아서 먹었다. 이거 정말 좋구나...! 여름에만 즐길 수 있는 여유로움이야.

 

조용하고 시원한 그늘에 앉으니 정말 좋다.

 

 

달리기 하는 사람, 강아지랑 산책하는 사람, 피크닉 나온 사람들이 많다.

어떤 남자가 호숫가 바로 끝을 따라 아슬아슬하게 걷고 있다. 게다가 전화통화까지 하면서...

"만약에 우리가 소리를 왁! 질러서 저 사람 놀래키면 호숫가에 빠지지 않을까? 아하하하하! 그거 너무 나쁜 생각이지."
"근데 사실 나도 똑같은 생각 했어. 너무 아슬아슬하게 걷잖아."

 

성격이 깡패같다는 갈매기가 살살 주위를 맴돈다. 내가 먹는 샌드위치를 유심히 보는 걸 보니, 배가 고픈 모양이다.

 

새들은 안보는 척 하면서 옆눈으로 슬금슬금 자기한테 뭐 주나 안주나 눈치보는 게 진짜 귀엽다.

빵 부분만 조금 떼어서 내 발밑에 던졌더니, 겁도 없이 다가와서 훌쩍 물고 간다. 

근데 빵조각으로는 배가 안 차는지 계속 근처에서 꽉꽉거린다. 아무래도 더 달라는 소리다.

 

"안 돼. 이제 끝이야. 너 사람 먹는 거 너무 먹으면 배탈난다."

"쟤 너무 귀엽다. 부리도 팬시하고, 깃털도 팬시하고, 꼬리도 팬시하고, 발도 팬시하네. 쟤 이름 팬시로 하자."

"갈매기한테 이름 붙여준 거야? 큰일이네, 정들겠네."

"정들면 좋지 뭐. 네가 준 샌드위치 이미 먹었으니 쟤도 일해야 해. 안녕안녕? 너 회의록 쓸 수 있니? 먹은 값은 해야지. 우리 병원에 와서 마스코트로 일하면 되겠다."

 

정들다는 영어로 attached 라는 표현을 쓴다. 기억해 놔야지.

 

내가 샌드위치를 다 먹고 나자 팬시는 볼 일 없다는 듯 뒤뚱거리며 떠나버렸다. 떼아와 나는 호숫가를 한바퀴 걷고 다시 사무실로 돌아가려는데, 팬시가 어디선가 다가와서 꽥! 하고 울어댔다.

아무래도 굿바이 인사를 한 모양이다. 귀여워라...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