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일하는 게 좋아, 아님 사람들 여럿 있는 게 좋아?"
얼마 전, 동료 마리-크리스틴이 이런 질문을 한 게 기억난다. 난 이렇게 대답했다.
"글쎄? 딱히 둘 다 좋거나 싫은 건 없는데. 혼자 있으면 조용해서 좋고, 사람들 있으면 이야기할 수 있으니까 좋고."
"그래?"
"음, 진짜 솔직히 말하면 사람들한테 이야기하는 거 좀 힘들어. 프랑스어도 어렵고, 스몰토크로도 무슨 말 할지 모르겠어서. 그래서 그냥 이야기 듣는 걸 좋아해. 그런데 또 혼자 있으면 편하다가... 2,3일 혼자 있으면 심심하고 지루해지더라. 뭔가 허전하고... 그래서 딱히 뭐가 좋다는 게 없어."
"그랬구나. 사실 나도 옛날엔 그랬어. 사람들이랑 함께 있는 거 좀 꺼려지고."
"정말? 엄청 의왼데? 말 엄청 잘하잖아."
"지금이야 괜찮지만, 어릴 땐 나도 사람들이랑 말하는 게 힘들더라고. 다 하다 보니 괜찮아진 거지."
"맞아. 그래서 나도 사람들 만나는 걸 피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해. 그래도 요즘은 좀 편해졌어! 난 내가 왜그럴까 생각해봤는데, 아무래도 어릴 때 아토피를 앓아서 그랬던 것 같아. 지금이야 싹 나았지만, 어릴 땐 좀 무서웠어. 나를 괴롭히거나 한 사람들은 없었는데... 그래도 내가 먼저 거절당할까 봐 무서우니까 아예 사람들에게 다가갈 생각을 못했던 것 같아.
"그럴 수 있지."
마리-크리스틴과 대화하다 보니 어느새 내 속마음을 꽤나 길게 이야기했다는 걸 깨달았다.
혼자 있는게 좋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내 삶을 돌아보면 무의식적으로 사람과 함께하는 길을 선택했던 것 같다. 사람들에게 먼저 말을 거는 게 부담스러우면서도, 막상 만나면 더 재밌는 일이 생긴다. 사실은 혼자 있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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