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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공무원 이야기

우리 식사를 훔쳐간 우버 기사

by 밀리멜리 2022. 7.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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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전, 떼아 덕분에 다른 층에 있는 동료들을 소개받았다. 발린과 발레리, 둘 다 브라질에서 왔고 베테랑이다. 말투가 시원시원하고 거침이 없어서 좋은 인상이다. 발린이 함께 점심에 맛있는 거나 먹자며, 친구가 캐리비안식 식당을 하고 있으니 함께 주문하기로 했다.

 

"캐리비안식 식사를 '그리오'라고 하는데, 진짜 맛있어! 오늘 먹어보겠구나!!"

 

우리가 캐리비안 음식 그리오를 얼마나 기대하고 있었는지!! 

 

점심식사 전부터 다들 이런 이미지를 보냈다.

 

 

그런데 약속 당일인 오늘, 식당을 한다는 친구가 갑자기 아파서 문을 닫았다고 한다. 

 

"흐음, 그럼 어떡하지? 다른 날로 옮길까?"
"아니야, 지금 안그래도 우버 잇츠로 주문할 식당 찾고 있어."
"오..."

떼아는 핸드폰으로 막 뭔가를 찾고 있었다. 난 우버 잇츠를 한번도 사용해 본 적이 없어서 떼아가 주문하는 걸 구경만 했다. 주문을 하니 우버 잇츠 기사의 얼굴이 화면에 뜬다.

"오, 여기 기사 얼굴이랑 이름 다 나오는구나."
"그렇지. 기사 이름하고 얼굴뿐 아니라 무슨 차를 타는지도 다 나와. 이 사람은 도요타 차를 타고 온다고 나오네."
"그렇구나."
"근데 너무 늦네... 50분이나 걸린대."
"점심시간 그럼 끝나는데?"
"너무 늦지는 않을거야."

하지만 식사가 늦게 배달되는 것보다 더 큰 문제가 있었다. 

 

회사 앞에 음식을 받으러 나오니, 화면으로 봤던 그 기사가 가방에서 종이봉투에 담긴 쪼그만 밥 한 공기를 꺼내는 게 아닌가. 떼아가 놀라 말했다.

"이게 다예요?"
"네, 이게 다예요."
"장난 하시는 거죠?"
"장난 아니예요. 저도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밥 하나만 이렇게 멀리서 시키다니..."
"정식 4인분을 시켰는데, 80달러나 냈다구요! 달랑 밥 한그릇이라니 말도 안돼요."

엥? 이게 다?

나도 놀라서 뭐라 말해야할 지 모르고 그냥 멍하니 있었다. 

 

지금 생각하니 막 따졌어야 했는데... 에고, 늦게 생각해야 뭐하나.

"저는 뭘 주문했는지도 몰라요. 그냥 이거라길래 가져왔죠. 식당에서 배달하라길래 배달했을 뿐이에요."
"그럼 기사님 잘못은 아니네요. 식당에 항의전화 해볼게요."
"그래요, 미안해요, 내 잘못은 아니지만."

하지만 식당에 전화해보니, 주인은 4인분을 제대로 갖다줬단다. 식당은 우버 기사탓이라고 하고, 우버 기사는 식당 탓이라고 하고... 둘 다 자기네 탓이 아니라니 혼란스러워진다.

결국에 식당은 밥값을 환불해주기로 했지만 전체는 아니었다. 일부만. 며칠 전부터 기대했던 점심시간인데,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진짜 화나! 이런 게 어딨어? 아... 식당 주인은 또 완전 친절하네. "

나는 혼란스러워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밥을 들고 계속 빙빙 헤맸다. 결국 우리는 카페테리아 좁은 식당에 모여앉아 어찌저찌 밥을 먹었다.

 



"지나고 보니 이제 뭐가 잘못됐는지 알겠네. 그 우버 기사야! 우버 기사가 영수증도 안 주고 밥만 달랑 줬잖아!"
"아! 정말 그러네. 영수증을 달라고 하고 밥을 받지 말았어야 하는데."
"아, 페이스북이랑 인스타그램에 다 식당 안좋다고 리뷰 올리려고 했는데! 그럼 내 돈은 어떻게 된 거야?"
"그래도 강력하게 항의 표시를 해. 이건 정말 아니지."


아직도 우리 식사를 훔쳐간 우버 기사 얼굴이 기억난다. 황당해서 영수증 확인할 생각도 못하다니...

 

사람 좋게 생겼었는데... 진짜 아무나 믿을 수 없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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