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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공무원 이야기

내가 어려워하는 걸 이해해줘서 고마워

by 밀리멜리 2022. 7.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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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커피를 줄이려고 했는데, 쉽지가 않다. 가뜩이나 오늘은 집에서 가져온 티백도 다 떨어졌다. 차 티백이 없다는 핑계로 오늘은 커피를 좀 사먹을까 한다. 회사 카페테리아의 커피는 1700원, 라떼는 3천원 정도로 싼 편이다. 그렇지만, 그렇지만! 커피값과 상관없이 커피를 줄이고 싶은데 정말 쉽지가 않다.

 

아침부터 읽어야 하는 업무메일을 열었다. 메일은 왜 이렇게 길까? 이 텍스트를 읽으려면 아무래도 커피를 마셔야겠다. 커피 마실 핑계가 두 가지나 생겼다. 아무래도 카페인 중독에서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다.

 

너무 고민하다가 배까지 고파져서 스콘까지 하나 사봤다. 

스콘과 커피

그런데 이 스콘, 너무 맛없다....

 

다 먹지도 못할 정도다. 너무 메마르고 건조한 느낌...

 

낙서


오랜만에 온 마리-크리스틴이 10시 넘어 느즈막하게 출근했다.

"안녕! 나 지금 커피 사러 갈 건데, 너도 마시러 갈래?"
"음, 괜찮아. 나 벌써 마셨거든."
"아이, 그렇군...."
"그래도 같이 가자! 나 일어나서 잠깐 걷고 싶어."

"가자!"

커피용 텀블러를 챙겼다. 귀찮을 텐데 좋은 습관이네.

"잠잠해지는가 했더니 코로나가 또 유행이더라."
"그래, 조심해야지. 너 이탈리아에서 고생했는데 또 걸리면 안되잖아!"
"아, 그러면 르붓뒤붓뜨!"
"뭐?"
"아, 이거 숙어 표현인데, 산 너머 산이라는 뜻이랄까."
"오... 한국에도 그 표현 있어! 그리고 또 비슷한 표현이 있는데... 눈 내린 뒤에 또 안 좋은 게 온다는 표현인데... 서리가 프랑스어로 뭐더라... 그 창문에 어는 거 있잖아."
 "지브?"
"응, 맞아. 안 좋은 거 뒤에 또 안 좋은 게 온다는 뜻. 그래서 그게 르붓뒤붓뜨라고?"
"응. 항상 안 좋은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지만 비슷하다. 이거 말고도 붓뜨를 쓰는 표현이 에따붓뜨, 르붓뒤붓뜨, 붓따붓. 이 세 가지가 있는데 말야."
"뭐...?"
"프랑스에서는 그냥 '부'라고 발음하는데, 퀘벡에서는 '붓뜨'라고 발음해. 왜 그런지는 몰라. 아무튼..."
"붓뜨인지 뭔지 하나도 모르겠어."
"그래, 설명하기가 좀 어렵다. 내가 종이에 적어줄게."

 

 

"눈 뒤에 서리가 온다고? 그것도 여기 적어줄게. Il y a la neige, puis le givre."


마리-크리스틴은 그림까지 그려가며 세 가지 표현이 무슨 뜻인지 설명해 주었다. 설명해 주었다. 고맙기도 하지. 

사실 못 알아듣는 건 이뿐만이 아닌데... 정말 프랑스어는 안개 속을 헤매는 기분이다. 그래도 내가 어려워하는 걸 옆에서 이해해주고 가르쳐 주는 사람이 있어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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