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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몬트리올 일상다반사

누가 내 삶을 편하게 해주나요?

by 밀리멜리 2022. 7.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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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출근하니 사무실에서 좋은 냄새가 난다. 어제 젖은 공원 흙바닥을 산책하느라 사무실에 흙이 좀 묻었는데, 그것도 깨끗하게 치워져 있다. 화장실에는 새 휴지와 비누가 가득 채워져 있고 쓰레기통도 깔끔하게 비워져 있다.

우리 복도를 청소해주시는 마담이 다녀간 덕분이다.

오늘 아침에 글을 하나 읽었다. '누가 내 삶을 편하게 해 주나요?', '친절한 인사를 건넬 때 누가 편한가요?' 라는 질문이 있어서 스스로 답해본다.

매번 답이 달라지겠지만, 어제 퇴근길에 마담과 잠깐 대화를 나눠서 더 기억에 남는다.

"날씨가 너무 덥죠? 어휴, 더워서 정말 힘드네."

자세히 보니 마담도 얼굴이 살짝 붉었다. 정말 더운 모양이다.

"혹시 에어컨이 나오는 휴식 공간이 있어요?"
"안타깝지만 그런 건 없네요."
"이런. 정말 힘드시겠어요. 그런데도 깨끗하게 관리해주셔서 정말 고마워요."
"뭘, 내가 고맙죠."

조용히 웃는 미소가 정말 아름다운 분이다.

다만 아직도 25도의 날씨가 그렇게 더운 건지는 모르겠지만...

* * *




퇴근길, 옆 병동의 쿰바와 함께 지하철 역까지 걸어갔다.

"오늘 보는 사람마다 덥다고 난리인데... 난 더운지 잘 모르겠어."
"하하, 그렇지? 나도 마찬가지야. 세네갈은 이것보다 훨씬 덥거든. 그치만 이렇게 습하진 않아. 여기는 강이 있어서 습도가 높긴 하다. 후덥지근한 느낌이 들어."
"그래...?"

이게 습하다고??? 한국의 여름 습도를 한번 겪어보면 그런 말이 안 나올 텐데. 후덥지근한 것도, 그렇게 더운 것도 모르겠다. 다만 햇빛이 좀 따가운 느낌이다 싶긴 하지만. 이 정도면 천국이지...?

하지만 나도 쿰바가 왔다는 세네갈을 겪어본 적이 없다. 그렇게 생각해 보면 역시 더운 것도 추운 것도 습한 것도 건조한 것도 다 상대적이다. 덥고 건조한 나라에서 온 쿰바는 이곳이 습하고, 덥고 습한 나라에서 온 나는 이 날씨가 살랑살랑하다. 이곳은 겨울이 혹독하게 추우니, 그런 추위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게는 약간의 더위도 힘들 것이다. 이곳 사람들, 정말 더위에 약하다.

* * *

어릴 때 어느 친구가 이런 질문을 했다. '둘 중에 하나만 고를 수 있다면, 엄청 더운 게 좋아, 아니면 엄청 추운 게 좋아?'

나는 바로 추운 게 좋다고 말했다. 별로 어려운 질문이 아니었다. 어렸을 때 아토피가 있었기 때문에 땀을 흘리면 힘들었고, 반팔 옷을 입어 피부가 노출되는 것도 싫었다. 추우면 꽁꽁 싸매거나 따뜻한 실내에 있으면 되니까...

그런 생각을 해서 그런지, 정말 추운 곳에 살게 되었구나.

결국 누가 내 삶을 편하게 해주는지, 생각나는 사람은 여럿 있지만... 궁극적인 대답은 나 자신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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