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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

영어공부법에 대한 단상 – 단어장만 줄줄 외우는 게 도움이 될까?

by 밀리멜리 2020. 10.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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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무슨 영화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한국 영화인데, 외국인과 대화를 하기 위해 여러 사람이 방에 모여 있다. 40 주부와 50 회사원도, 20 학생도 더듬더듬 서툰 영어로 대화를 해나간다. 그러다 50 회사원이 사전에나 나올 법한 어려운 영단어를 말한다. “어머, 영어 잘하시네요!” 하며 모두가 감탄하고, “내가 학창시절에는 사전을 씹어가며 영어공부를 했지!” 하고 자랑하지만, 결국 나이 지긋한 회사원은 자연스러운 회화에는 실패한다.

 

나도 대학생 , 이와 마찬가지로 생각했다. 단어가 중요한가? 자연스럽게 회화하는 중요하지. 수험생도 아닌데, 수능시험 치고 토익점수 있으면 됐지 하면서 어휘공부를 뒷전으로 하고, 괜히 실력보다 어려운 것들만 잡고 있었다. 그러다 한국에서 영어공부를 하는 이상, 어휘력 부족은 영어공부에 치명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단어 뜻을 모르면, 들어도 들리지 않고 읽어도 이해되지 않는다. 어휘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어려운 텍스트를 접해봤자 단어 찾는 시간이 늘어날 뿐이다.

 

 

외국에 나와서 모국어를 배우듯 단어의 뉘앙스를 깨우치고 용법을 자연스럽게 알아 나가는 것이 아무래도 좋지만, 한국에서 영어를 잘하려면 싫어도 단어를 외워야 한다는 것이 지론이다. 단어를 외우면, 영어를 숙달하는 걸리는 시간을 아낄 있다.

 

우리가 2 언어 사용자로서 외국어를 공부할 , 외국어의 어휘를 둘로 나눌 있다. Active words Passive words 그것이다. (실제 학계에서 불려지는 이름은 따로 있는 것으로 아는데, 나는 쉽게 기억하기 위해 이렇게 부른다.) 듣기와 읽기가 Passive이고, 쓰기가 말하기가 Active라고 생각하면 쉽다.

 

Passive word 아는 단어이지만 내가 말하거나 없는 어휘를 뜻한다반대로 Active word 내가 직접 쓰고 말할 있는 어휘를 뜻한다. 외국어를 마스터한다는 것은, 궁극적으로 Active word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Active word 많이 갖고 있으면, 발음이 유창하지 않아도 문장이 유려하며 세련된 느낌을 준다. 결국 영어발음에 집착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외국어를 한다고 하는 것은 사람의 말에 담긴 메시지와 자신감에서 나오는 것이고, 발음은 사람의 특징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Active word 늘린답시고 영어일기쓰기와 전화영어를 해봐야 그렇게 많이 늘지 않는 것을 발견하게 것이다. 내가 쓰는 말만 반복해서 쓰게 되기 때문이다. Active word 늘리려면 Passive word 늘리는 것이 필수적이다. Passive word 의식적으로 쓰고 말해야 점차적으로 그것이 Active word 변화한다.

 

그럼 Passive word 늘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정말 간단하다. 많이 읽고, 많이 듣고, 많이 알아야 한다. 아니, 누가 모르냐고! 너무 기본적인 이야기를 하나 싶지만, 정말 읽고, 많이 듣는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Passive word 습득하는 가장 빠른 방법이 단어장을 보고 줄줄줄 단어를 외우는 것이라 생각한다. (글쎄, 빠른 방법이 있으면 제발 누군가 나에게 말해주었으면 한다.) 같은 영어원서를 읽어도, 영단어를 개념적으로라도 알고 있으면 빠르게 읽을 있고 지치며 읽기가 재밌어진다. 사전을 찾는 횟수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Active word Passive word 내가 대학을 다닐 교수님이 해주신 이야기이다. 그리고 실력에 맞지 않는 어려운 원서를 선택해 읽어가며 뼈저리게 느낀 바이기도 하다.

 

나는 소설책을 좋아하고, 한국어로 400페이지 가량의 책을 2시간만에 읽는 속독을 즐겼다. 지금은 그렇게 못하는데, 고등학생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 가져와 아침 자습시간 30분동안 읽고, 쉬는시간 중간중간과 점심시간 30, 석식시간 30 동안 읽어 결국 읽어버린 적이 있다. 이런 속독은 좋아보여도 결국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 경우가 많아, 그리 좋은 독서법은 아니다.

 

아무튼, 그렇게 빨리 읽는 것을 좋아하던 내가 영어로 짧은 100페이지 책을 읽는 3일이 넘게 걸리니 답답하고 속이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다음 내용이 너무 궁금해 죽겠는데, 모르는 단어 나올때마다 사전을 뒤져야 하니 정말 못할 짓이었다. 영영사전을 쓰라고? 지금 소설책의 뒷내용이 궁금해 죽겠는데, 언제 영영사전의 문장을 보고 해석하고 있나?

 

그래서 결국 대학생이 되어 고등학교때 지겹게 했던 단어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혼자도 해보고, 아침 스터디를 만들어 30분동안 사람들과 단어 테스트를 보기도 했다. 대학 생활을 하며 생활습관이 나태해졌던 것도 사실이다. 아침을 먹지 않고 자느라 느즈막히 10~11시에 일어나게 되었고, 결국에 항상 늦은 아점을 먹고 밤엔 늦게 잠들게 되었다. 그런 것이 싫어 억지로 아침 8시에 스터디를 만들었고, 적어도 스터디가 있으면 학교에서 아침 학식을 먹을 있어서 좋았다. 단어공부도 하고, 아침도 먹고. 내가 다녔던 대학교는 아침 학식에 항상 해장국을 메뉴로 내놓았는데, 나는 술을 즐기진 않지만 쌀쌀한 아침에 해장국 그릇을 먹으면 속이 풀린다는 그때서야 알았다. ㅋㅋㅋㅋ 아직도 가끔은 아침학식 해장국이 그립다.

 

다시 영어공부법으로 돌아와서, 단어를 줄줄 외우는 것보다 문장의 맥락을 파악해 단어를 것으로 만드는 것이 좋다는 사람도 있다. 나도 말엔 동의한다. 특히 이런 기술(?) 수능 영어에서 고득점을 맞는 필수적이다. 수능 영어는 영어 실력을 본다기보다, 문장의 맥락을 얼마나 파악하나에 중점을 두고 있다. , 한국어로 표현할 없는 미묘한 뜻을 가진 영단어를 습득하려면 결국에 문장의 맥락을 다시 읽고 외워야 한다.

 

하지만 단어장을 외우는 결국 영어 습득의 다양한 여러가지 중에서 고속도로를 타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특히 외국인으로서 언어를 배운다면 말이다. 맥락 파악을 하려면, 단어를 사전에서 찾는 것보다 희미하게나마 의미를 알고 있는 것이 유리하다.

 

영영사전을 쓰는 것보다 단어장을 외우는 차라리 낫다라는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외국어를 숙달하는 법은 다르니까. 아무튼 나는 그랬다. 영영사전의 영문 뜻을 읽는 시간에 책의 뒷내용을 빠르게 읽는 나한테는 중요했다.

 

그래서 제목에 대한 답을 하자면, 단어장을 줄줄 외우는 것이 정말 좋다는 것이다. 단어장 외우는 지루하고 의미없어 보일지라도, 결국엔 가장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학창시절 사전을 씹어가며 공부한 50 회사원이 지금처럼 유튜브가 많고 읽기자료가 많은 시대에서 영어공부를 조금만 했더라면, 정말로 영어 마스터가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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