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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

프랑스식 디저트 가게 '마미 클라푸티'와 프랑스어 고쳐주는 점원

by 밀리멜리 2020. 10.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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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토의 생드니 거리를 산책하다가, 어느 핑크색 벽의 빵집 앞에 사람들이 긴 줄을 서 있는 것을 보았다. 무슨 빵집인지 몰라도, 길게 줄을 서 있으니 당연히 맛집이겠지? 빵을 살 계획은 없었지만 줄의 맨 끝으로 이동해 줄을 섰다.

 

이 빵집의 이름은 '마미 클라푸티'로, 언제나 사람들이 북적북적한 곳이다. 코로나 때문에 4명까지만 입장할 수 있고, 그래서 줄이 더 길어지고, 줄이 길어지니 지나가며 산책하던 사람들도 무슨 일인가 싶어서 나처럼 줄을 서고, 그래서 더더욱 사람들이 몰리는 바쁜 곳이다.

 

마미 클라푸티

많은 빵 중에 뭘 살까? 줄 서는 동안 레딧을 재빠르게 검색해 베스트 메뉴를 찾아냈다. 사람들은 '오 몽 듀'라는 초콜릿 패스츄리와 우유식빵, 클라푸티를 꼭 먹어봐야 한다고 추천했다. '오 몽 듀(Oh mon dieu)'는, 영어로 '오 마이 갓(Oh my god)이라는 뜻이다.

 

마미 클라푸티에서는 우유식빵, 클라푸티, 오몽듀를 먹어야 해. (레딧 검색결과)

가게 안으로 들어서니, 점원이 뭐가 필요하냐고 프랑스어로 묻는다. 와! 바로 프랑스어로 묻다니! 영어가 아니라서 조금 긴장하고 프랑스어 쓸 준비를 했다. 이럴 때 프랑스어 연습을 해야 해.

 

"아... 잠깐 구경하고 주문할게요. 괜찮죠?"

"그러세요."

 

하나씩 다 먹어도 좋겠다...

빵집 점원은 뚱한 표정을 한 채, 턱으로 진열장을 가리키며 그러라고 했다. 무슨 처음 들어보는 빵이 그렇게 많은지! 타르트처럼 생긴, 자주색 시럽과 베리가 올라간 파이가 맛있어 보였다. 진열장 안 이름 쪽지를 보니, 이 빵은 타르트가 아니고 '클라푸티 오 쁘띠 프뤼 (Clafoutis aux petits fruits)'라고 쓰여 있었다. 하지만 클라푸티가 뭔지도 모른 채, 요게 베리도 탐스럽고 예쁘게 생겼으니 이걸 주문 해야겠다하고 생각했다.

 

"주문할게요. '오 몽 듀' 초코빵이랑..."

"그렇죠, 좋은 선택이에요. 역시 그걸로 시작해야죠!"

"우유식빵도 주세요."

"잘라서요? (Par tranche?)"

"(조각으로 판다는 얘긴가?) 아니요, 그냥 큰 덩어리 하나 주세요."

"그래요. 그리고 또 뭐 필요해요?"

"'타르트 노르망딘'이랑 이거... 뭐더라... 쁘띠 프뤼 주세요."

"오, 클라푸티 쁘띠 프뤼 맞죠?"

"네, 맞아요, 그거요."

 

프랑스어를 쓰게 되어 긴장했는데,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어 주었다. '쁘띠 프뤼(작은 과일)'만 말했는데, 클라푸티를 말하는지 알아들어 주었다. 

 

하지만 다음 순간, 내가 또 다른 프랑스어를 하나 더 알아듣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점원은 클라푸티를 예쁜 상자에 정성스럽게 포장한 뒤, 투명 비닐에 우유식빵을 그대로 넣는 것이 아닌가. 앗, 잘라줘야 하는데! 싶은 표정을 내 점원이 보더니 내게 묻는다.

 

"이거 통째로 맞죠? (En entière, oui?)"

"아! 아니예요, 잘라 주시겠어요? (Oh, non, vous pouvez le couper, s'il vous plaît?)"

"아, 잘라서요. (OK. Par tranche)."

 

빵을 자르고 있는 점원

 

정말이지 ㅋㅋㅋㅋㅋ 이 사람들, 프랑스어 틀리면 꼭 고쳐준다. 나는 빵을 자르는 것은 프랑스어로 'couper(자르다)'라고만 생각했는데, 그게 주로 쓰는 표현이 아니었다. 의미는 통하지만, 그들이 쓰는 말은 'Par tranche(조각으로)'가 맞는 표현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점원은 내 어색한 프랑스어를 듣고 제대로 고쳐준 뒤, 아무런 문제없다는 표정으로 빵을 썰러 갔다. 정말이지, 여기 사람들은 나 같은 이민자들이 프랑스어 실수할 때마다 꼭 고쳐주는 습관이 있는 것 같다. 언제쯤 프랑스어를 자연스럽게 구사할 수 있을까? 아니, 실수나 안 했으면 좋겠는데. 아무튼, 어색한 프랑스어를 말했을 때 이 사람들이 고쳐주는 편이 나에게는 좋다. 틀린 단어를 틀린 줄도 모른 채 계속 쓰고 싶지는 않다. 

 

반대로,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이 우리나라 식당에 와서 어색한 한국어를 쓰면, 나는 그때마다 고쳐줄까? 나를 뒤돌아 보니, 나는 그들의 어색한 한국어를 별로 고쳐주는 편이 아니었다. 한국어를 쓰는 것도 대견한데, 틀린 걸 알면 혹시라도 민망해 할까 봐. 보통 그들이 틀린 한국어를 말해도 나는 그냥 넘어갔다. 

 

하지만 이곳은 다른 것 같다. 내가 틀린 프랑스어를 할 때마다, 모두들 그걸 고쳐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틀려도 의미는 대충 통했으니 넘어갈 수도 있지만, 제대로 된 프랑스어를 가르쳐 준다. 어떻게 보면 친절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이곳 퀘벡에서 이민을 한다는 것은 꼭 자국 문화를 버려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퀘벡 특유의 프랑스 문화를 알고 통합되어야 한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빵값을 치르고, 가게 문을 나섰다. 아직도 빵집 밖에는 사람들이 모여 긴 줄을 서고 있었다. 길거리로 나와 적당한 벤치를 찾아 앉아서 '오 몽 듀'라는 를 뜯어 먹었는데, 세상에, 정말 '오 마이 갓'이 절로 입에서 나온다. 한입 베어 먹으니 크로와상 끝부분은 바삭하게 구워져 아사삭 씹히는데, 안에는 초콜릿 크림이 가득했다. 이게 겉바속촉이라는 거구나! 아무 데서나 먹는 초코빵과는 다른 맛이었다. 초콜릿 단맛이 갑자기 확 하고 밀려와서 갑자기 햇살이 찡하게 보일 정도였다. 그 정도로 달고 부드러웠다. 정말 이런 게... 초콜릿의 축복이라는 건가? Bliss of chocolate?

 

마미 클라푸티의 시그니쳐 메뉴, '오 몽 듀'

와, 달달해서 한동안 다른 디저트를 먹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아메리카노 커피 땡기는 맛이다. 아니면 흰 우유도 좋고. 나중에 친구를 초대해서 예쁜 그릇에 '오 몽 듀' 빵을 놓고 은색 칼과 나이프로 잘라먹으며 디저트 타임을 가지면 정말 좋겠다 싶다.

 

코로나가 진정되면, 꼭 친구를 초대해야지. 맛있는 오븐 요리를 준비하고, 친구가 오기 한 시간 전에 이 빵집에 와서 '오 몽 듀'와 클라푸티를 사서 테이블에 놓고, 커피나 차를 함께 마시면 좋겠다. 나만 혼자 알면 아까운 맛이지, 친구에게 꼭 먹여 주고 싶다. 정말, 사람 초대하지 않은 지 너무 오래 지났다.

 

가격은 하나에 4.25달러였는데 한국돈으로 3600원 정도이다. 보통 크로와상이 900원 정도이니, 크로와상에 초코크림을 넣은 '오 몽 듀'는 보통 크로와상보다 4배나 비싼 격이다. 뭐, 그럴 만 하다 싶다. 이곳에는 역시 프랑스 문화권의 영향을 받아서 그런지, 크로와상을 변형한 디저트가 많다. '쇼콜라틴'은 크로와상에 초코칩을 넣은 것이고, 카페마다 '아몬드 크로와상', '초콜릿 크로와상', '블루베리잼 크로와상' 등을 필수적으로 팔고 있어서, 여기 사람들은 정말 크로와상 좋아하는구나 싶다.

 

쁘띠프뤼 클라푸티와 노르망딘 타르트. 

내 버킷리스트 중 하나는 세계의 여러가지 디저트를 최대한 다양하게 맛보는 것이다. 특이해 보이는 디저트 가게가 많으니 천천히 여러 곳을 둘러봐야지. 전 세계 디저트를 정복하기 위한 한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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