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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

몬트리올에서 프랑스어를 못하면 불편할까? - 다채로운 언어의 도시

by 밀리멜리 2020. 10.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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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은 바이링구얼, 즉 2개 국어 사용자가 많은 곳이라고들 한다. 프랑스어와 영어를 둘 다 쓰기 때문이다. 2개 국어는 물론이고, 3,4개 국어 능통자가 흔하다. 이곳 사람들은 언어에 관심이 많고, 다른 나라의 언어를 배우는 데 적극적이다. 어느 몬트리올 사람이 4개 국어 능통자라는 말을 하면 주변 사람들은 크게 놀라지 않고, "오, 너도 언어 좀 많이 하는 그런 타입이구나." 이런 반응을 보인다.

 

몬트리올의 다운타운의 아무 식당이나 가게를 들어가면, 프랑스어와 영어가 섞인 이곳만의 특이한 첫인사를 들을 수 있다.

 

"봉주하이! (Bonjour/Hi!)"

 

대답하는 사람은 자기 취향에 따라 '봉주!'하고 프랑스어로 대답할 수도 있고, '하이!'하고 영어로 대답할 수도 있다. 이 대답에 따라 다음 대화를 프랑스어로 할지 영어로 할지가 결정된다. 어찌 보면 "너 영어쓰니? 프랑스어쓰니?"라는 말을 할 필요가 없으니 참 효율적인 인사이다.

 

몬트리올의 특이한 인사법 Bonjour, hi! (Zoe Qui, 인스타그램) 

 

다운타운의 서점에 책을 사러 갔을 때의 일이다. 책 두 권을 골라 계산대로 갔고, 점원은 밝게 웃으며 "봉주하이!"하고 내게 인사했다. 나는 아무 생각없이 "봉주, 싸바?"라고 대답했고, 우리는 프랑스어로 이야기를 해나갔다. 

 

"좋아요, 고마워요. 여기서 책을 사는 게 처음이세요? 그럼 멤버십 카드를 만드시겠어요?"

"음... 그렇게 자주 올 것 같지는 않아요. 괜찮아요."

"지금 안 만드셔도 괜찮아요! 나중에 오면 얼마든지 또 만들어 드릴게요."

"고맙습니다. 지금은 그냥 멤버십 없이 살게요."

"완벽해요."

 

몬트리올 다운타운 서점, Indigo

 

재미있는 점은, 나도 점원도 프랑스어가 서툴면서 어떻게든 프랑스어로 이야기를 해나간 것이다. 이 서점 직원은 백인이었지만, 프랑스어 악센트가 어색한 것을 보니 나같은 유학생이거나 이민자가 틀림없었다.

 

이야기하다 보니 서로 영어가 더 익숙한 것을 눈치챘지만, 이미 영어로 바꾸기에 늦었다. 서로 영어가 편한 두 이방인이 영어를 제쳐놓고 프랑스어를 쓴다는 것이 낯설고도 웃겼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몬트리올 사람들은 어떤 언어를 쓰느냐 하는 것은 굉장히 답하기 복잡하다.

 

몬트리올 도심 안에서도 특정 구역에는 이민자들이 많아서,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언어를 쓴다. 하루종일 아랍어, 스페인어, 유태인의 이디쉬, 중국어 등등을 쓴다. 이들은 각자 제 2 외국어로 프랑스어나 영어를 배워서 생활한다.

 

몬트리올 도심으로 오면, 영어를 더 많이 쓰는 편이다. 프랑스어도 쓰지만, 영어만 알아도 충분히 불편함 없이 잘 살 수 있다.

 

몬트리올 도심을 벗어나 외곽지역으로 오면, 대부분이 프랑스어를 쓴다. 외곽으로 갈수록 퀘벡식 프랑스어의 악센트가 매우 강해지고, 영어를 아예 못하는 퀘벡 사람들도 많다. 

 

몬트리올의 제 3 언어 사용지역 (출처: CBC)

그래서 이곳에서 프랑스어를 배운다는 것은, 좀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내 모국어만 하면, 모국어를 사용하는 지역에만 머물게 된다. 모국어에다 영어를 배우면, 몬트리올 도심에서 생활할 수 있다. 어느 정도 적당한 직업도 얻을 수 있다. 모국어와 영어, 프랑스어를 다 하면 몬트리올 외곽은 물론이고 퀘벡 주 멀리까지 나가보고 생활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프랑스어를 아예 하지 못해도, 도심에서 머물고 영어회사에서 직업을 찾으면 불편함이 없다. 대부분 회사에서 바이링구얼을 요구하긴 하지만, 영어만 쓰는 회사도 꽤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퀘벡 정부에서는 이민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프랑스어 B2 이상의 시험성적을 요구한다.

 

몬트리올을 단기간동안 여행하거나, 한달 살아보기 등을 하려면 프랑스어를 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여기에서 직업비자를 따고, 영주권을 따서 살려면 프랑스어를 꼭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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