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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몬트리올 일상다반사

젓가락질이 어려우면 이렇게!

by 밀리멜리 2022. 8.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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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니의 마지막 날을 기념하며 떼아와 셋이서 소소한 쌍까셋(회식)을 즐겼다.

 

장소는 이전에 왔었던 회사 근처의 바! 우리는 아직 햇살이 있는 테라스 자리를 선택했다.

 

"안녕하세요, 메담! 뭐 드실래요?"

 

핑크색 아이라이너와 아이섀도우를 바르고 눈 밑에 하트를 그린 서버가 물었다. 화장이 신기해서 자꾸 쳐다보게 된다.

 

탁자 위의 바코드를 스캔해서 메뉴를 봐야 하는데, 인터넷이 먹통이다. 그치만 퇴근하기 3시간 전부터 이미 떼아가 여기 메뉴를 다 프린트해서 줬기 때문에 뭘 시킬 진 이미 마음으로 정했다. (엄청난 준비성이다!)

 

떼아는 오렌지 와인, 파니는 핑크 칵테일을 주문하고, 나는 알콜이 없는 파인애플 칵테일을 시켰다.

 

"이 언니는 알콜 없는 걸로요!"

 

내가 주문을 하니 떼아가 직접 챙겨준다. 파니가 의아해하며 내게 묻는다.

 

"너 술 안마셔?"

"나 술 마시면 얼굴 엄청 빨개지거든. 아시아계 사람만 그렇다고 하던데. 유전이래. 그리고 술도 잘 못 마시고."

"아, 그렇구나! 그 술을 분해하는 효소 때문이라고 하던데."

"응, 한국에서는 그래도 좀 마셨는데, 여기 와서 안 마신지 몇 년 되가니까. 이젠 와인 한모금에도 취하겠더라고."

"나도 옛날에 억지로 친구들 때문에 마신 적이 있는데, 기분이 정말 안 좋았어. 그러니까 여기선 편하게 시켜도 돼!"

 

역시 다정한 동료들이다.

이건 타코야끼라는데... 이곳에서는 문어를 잘 먹지 않아서 새우로 타코야끼를 만들었다.

 

그치만 새우를 잘게 다져서 범벅을 해놔서 그런지 맛이 별로다. 플레이팅은 정말 예쁘다만!

 

음식을 내주면서 서버가 묻는다. 

 

"바게뜨 드릴까요?"

"네!"

 

참고로 젓가락은 프랑스어로 바게뜨다. 빵 주는 줄 알았네...ㅋㅋㅋ

 

만두를 주문한 떼아가 젓가락질을 능숙하게 한다. 이곳 사람들은 아시아 식당에서 바게뜨를 보면 어려워하기도 하고, 손에 쥐가 난다고 힘들어하기도 하는 사람들도 종종 있다. 그런데 떼아는 아시아 사람처럼 젓가락으로 잘 먹는다.

 

"떼아, 젓가락질 엄청 잘하네?"

"응, 중지를 맨 밑에 두고, 검지는 위에, 엄지로는 받치고! 파니도 해볼래?"

 

평생 젓가락으로 먹어온 나보다 젓가락질을 잘 한다. 나는 살짝 변형해서 약지까지 쓰는데...

 

파니가 떼아처럼 젓가락을 쥐고 젓가락질을 해보려고 한다. 역시 처음이라 잘 안된다.

 

"내가 여덟 살 때, 엄마한테 졸라서 젓가락질 배우겠다고 했어. 그 뒤로 열심히 연습했지! 젓가락질 잘 하는 게 중요했거든."

"아, 나는 안 되겠어."

 

파니가 포기해 버린다.

 

"젓가락질을 못하면 다 방법이 있지! 이렇게 하면 돼!"

 

떼아가 젓가락 끝부분을 티슈로 돌돌 말아서 핀셋처럼 만들었다.

 

 

"자, 이렇게 하면 핀셋처럼 쓸 수 있어. 젓가락질 못해도 잘 먹을 수 있지!"

 

오, 기발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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