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을 먹고 있는데, 어디선가 두 개의 초콜릿 상자가 슥 들어온다. 뒤를 보니 나탈리였다!
"우와, 나탈리! 고마워요!"
"응, 나눠 먹어."
쏘쿨하게 사라지는 나탈리.
나탈리가 누구였는지 가물가물하실텐데, 나탈리는 내 상사의 상사다. 그렇다. 높은 분...
나탈리는 항상 바빠서 이야기할 시간이 별로 없지만, 나는 어쩐지 귀엽다고 느껴진다. 상사가 귀엽다고 느껴진 건 처음이다!! 얼마 전 미용실에서 새로 한 머리가 맘에 안 든다며 투덜거렸을 때 특히 그랬다.
직위도 높고 나이도 많아서 친근하게 대하긴 어렵지만, 아무튼 날보고 먼나라에서 와서 열심히 돌아다니며 일한다고 친절하게 대해준다.
발렌타인 때 초콜릿을 챙겨준 것도 나탈리였고, 한국어로 '고마워요'를 어떻게 말하는지 물어본 것도 기억에 남는다. 내 휴가일정을 알고 처음으로 휴가 잘 보내라고 말해준 사람도 나탈리다.
초콜릿 상자 하나에 여러 개가 들어 있었다. 동료들 다 나눠주고, 청소해주시는 분께도 하나 드렸다. 나눠주면서 느낀 건데, 사람들은 초콜릿을 보자마자 웃는다! 초콜릿의 단맛이 연상되면 자동으로 웃는 걸까? 아니면 친절함의 표시여서? 아무튼 다들 함박웃음을 짓는다.
사람들의 웃는 얼굴을 보니 나도 기분이 좋아서, 카페테리아에 가서도 눈 마주치면 바로 웃었다. 그릴에서 빵 구워주는 분이 날 보더니 뭐라고 한 마디 한다.
"@#^%^$%#@.."
못 알아들어서 또 그냥 웃었다.
"메르시, 본 조르네! (고마워요, 좋은 하루 보내요!)"
그런데 헤어지고 돌아오면서 혼자 머리 속에서 다시 화면을 돌려보니 무슨 말인지 알아차렸다. 가끔 못 알아 들은 말은 나중에 다시 돌이켜보면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도 한다. 아, 이 사람이 이 말을 한 거였구나!
"갸데 보 수리(Gardez vos sourires)."
영어로는 Keep your smile, 계속 그렇게 웃으라는 뜻이었다. 다시금 생각해보니 정말 따뜻한 말이다. 이 말을 생각하니 내내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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