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디 비의 WAP 노래를 들어보셨나요? 저는 빌보드 핫 100 1위를 하는 야한 가사의 노래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요. 가사 찾아보시면 충격적입니다. 너무 야해서 충격 그 자체예요. 혹시 가사를 안보셨다면, 쉽게 검색해서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일단 저는 이 블로그에 그 가사를 쓸 용기는 없습니다. 저는 아직....
미국에서는 이런 노래가 1위를 하는거야? 이해가 가지 않았어요. 클린버전이 있긴 하지만, 원래 가사가 뭔지 다 알잖아요? 낯뜨겁고 세상이 미쳐 돌아가는구나, 아이들이 들으면 어떡해? 싶었죠. 찾아보니, 카디비 자신조차 자기 딸한테는 자기 노래 안들려주고 BTS의 노래를 들려준대요. 그건 정말 웃겼어요.
그러다 새삼 다시 생각해보니, 우리가 언제부터 그렇게 아이들을 신경썼을까 싶어요. 유튜브가 생활 필수품이 된 요즘 시대에, 유해한 컨텐츠는 너무나도 많죠. 카디비의 이 노래가 유해하지 않다는 말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어느새 너무나 유해한 컨텐츠를 쉽게 접하고, 너무나 많이 노출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애들 들을까봐 무섭다라는 말은 이제 더 이상 이 노래를 비판하기엔 논리성이 부족합니다. 약해요!
그러다 카디비의 WAP에 대해 미국 내에서도 논란이 크게 일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미국 보수파 정치인들은 귀를 씻어버리고싶다, 쓰레기다, 여성 인권을 후퇴시켰다 등등 이 노래를 크게 비난했습니다. 특히나 미국 보수파 논객 벤 샤피로는 가사 하나하나를 읽으며, 페미니즘 투쟁의 결과가 결국 WAP이다라고 비꼬았습니다. 이 가사 한줄씩 읽는 영상이 엄청 웃깁니다.
반대로 노래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남성 래퍼들은 얼마든지 야하고 충격적인 말들을 다 내뱉고 다니는데, 여성 래퍼라고 안될 건 또 뭐냐고 합니다. 하고 싶은 거 다 하는 세상에 야한 말좀 지껄이면 어때서요. 여성이 여성의 욕망을 과감하게 표현할 수 있다면 세상은 더 나은 방향으로 변한 거니까요. 표현함으로써 억압에서 벗어난다면 여자에게도 남자에게도 좋은 게 아니겠는가. 아, 여기에서 저는 2차 충격을 받았습니다. 맞는 말 같아서요.
전통적으로 여성이 자신의 성적 욕망을 표현하는 것은 터부시되어왔습니다. 정숙하지 못한 여자, 창녀, 걸레같은 표현이 그렇죠. 더욱이, 카디비가 흑인 여성이기 때문에 이런 논란은 더욱 거세집니다. 빅토리아 시대부터 흑인 여성은 원래 성을 탐닉하는 존재라는 고정관념이 존재했는데요. 이를 재즈벨 고정관념이라고 합니다.
재즈벨 고정관념은 빅토리아 시대의 정숙한 레이디와 반대되는 개념으로, 흑인 여자는 원래 음탕하다라는 고정관념입니다. 즉, 흑인여성은 원래 성욕이 많으니 강간해도 되는 존재라는 것이죠. 이 때문에 너무나도 많은 흑인 여성이 성폭행을 당했지만 법적으로 그들을 도와줄 방법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백인남성에게 강간당하면 노예가 많아지기 때문에 괜찮은 일이었고, 흑인남성에게 강간당하면 그가 린치당해 죽어버릴까봐 피해를 당한 흑인여성은 감히 고발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이런 고정관념이 현재에도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에, 카디비의 솔직함은 저질스러움이 아닌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당당하게 밝히는 고함으로 보여집니다.
하지만, 정말 이 노래가 여성의 인권신장, empowering을 의미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카디비가 섹슈얼리티를 표현하는 방식이 너무 외설적이고, 그 외설적인 이미지는 바로 남성이 이미 만들어놓은 이미지이기 때문이죠. 노래 가사를 읽다보면, 솔직히 그렇게 낯선 표현들만은 아닙니다. 여성의 성기를 탐하는 노래는 너무나 흔하죠. 러셀 브랜드가 말했듯이, 카디비는 이런 남성적인 입장에서 만들어진 섹슈얼리티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여성적 가치들이 힘을 얻고 그것이 인권신장으로 이어지려면, 남성을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만의 오리지널리티를 노래해야 합니다. 물론, 지금 상황에서 그런 노래가 빌보드 핫 1위를 차지할 일은 없겠죠. 지금만큼의 명성과 돈도 없을 테고요.
몇몇 아쉬운 점이 있긴 했습니다만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과감하게 표현했다는 점에서는 카디비가 대단하다고 느껴집니다. 개인적으로 저런 노래가 1위를 하다니 세상이 미쳤나보다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되는 좋은 기회였네요.
'컬쳐리뷰 > 음악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블랙핑크 Pretty Savage - 가사 / 영어가사에 숨겨진 뜻과 해석 (10) | 2020.10.13 |
---|---|
'Savage'가 무슨 뜻인데? 야만인 아냐? (8) | 2020.10.01 |
블랙핑크 해외유튜버 반응 - 예! 난 이제 케이팝 팬이야! (8) | 2020.09.29 |
레이디가가 <911> - 911의 두 가지 뜻 (0) | 2020.09.25 |
내가 블랙핑크를 이제까지 모르고 살았다니... (0) | 2020.09.2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