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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한국어수업

막상 하고 나니 재미있는 한국어 수업

by 밀리멜리 2022. 9.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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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수업 준비 때문에 최근에 걱정이 많았다.

 

새로 맡게 된 아이들이라 아이들의 수준을 모르니, 준비를 할 수 없었던 게 제일 큰 스트레스였다. 준비를 안하자니 내가 마음이 조급해지고, 준비를 하자니 너무 할 게 많아져 벅찼다. 교재가 없어서 놀이활동을 5개, 그림책을 2개나 준비했더니... 뭘 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뒤죽박죽이었다.

 

어, 그런데 막상 하고 나니까 재밌었다! 이게 무슨 일이지?

 

일단, 저번 학기에는 사춘기 중학생 아이들을 가르쳤는데, 이번 학기에는 9살짜리 아이들을 맡게 되었다. 그런데 너무 귀엽잖아...?! 

 

비대면 온라인 수업에는 없었던 유대감이나 친근감도 생긴다. 내가 이번에 맡게 된 아이들은 판데믹 동안 온라인 수업을 같이 듣던 학생들인데, 아무리 지난 1년간 컴퓨터 화면으로 본 얼굴이라도 막상 만나니 서먹서먹한 듯 하다. 학생들은 처음 오자마자 커다란 교실 양 끝 가운데에 자리를 잡아서, 가운데는 텅 비고 가장자리만 찼다.

 

"너희 좀 가까이 앉고 싶지 않아?"

 

그중에 한 아이는 친해지고 싶은 눈치였지만, 조금 수줍어하는 아이는 고개를 설레설레 젓는다.

 

어떻게 친해지게 하지? 라는 생각도 잠시, 쉬는 시간이 지나고 다음 시간이 되자 알아서 친해진다.

 

"나 너랑 같이 앉고 싶다. 그래도 돼?"

 

수줍어하는 아이는 말이 없다가 고개를 끄덕끄덕한다. 이런 친화력은 나도 좀 배우고 싶다.

 

적극적인 아이들 덕분에 수업 분위기가 정말 좋았다. 뭘 준비해야할 지 몰라서 교재 대신 놀이랑 게임을 많이 준비했던 게 또 효과가 있었다. 손뼉치고 발 구르고, 이런 게 왜 있나 싶었는데 막상 해 보니 재밌었던 저학년 수업!

 

아이들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나니 곧 수업교재도 정할 수 있었다. 교재가 정해지니 그제야 마음이 좀 놓였다. 아, 이제 수업준비때문에 마음 안 졸여도 되겠어!

 

칠판에 포켓몬도 그려볼까?

 

"수업 너무 재밌어요. 아, 다음 수업 안하고 한국어 수업만 했으면 좋겠다."

 

아, 지금까지 했던 걱정이 눈 녹듯 싹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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