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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한국어수업

한국어 수업을 하면서 프랑스어 발음을 배운다

by 밀리멜리 2022. 10.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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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수업은 계속되고 있다. 이번 학기는 중학생들이 아니라 7~8살 아이들이다. 

 

벌써 수업을 한 지 3주나 되었는데, 친화력이 좋은 아이들이라서 다행이다. 자기들끼리 벌써 친해지고, 나도 많이 좋아해준다. 놀이를 준비해야 하니 좀 다르다.

 

아이들이 특히나 그림그리기를 좋아해서, 감정활동과 그림그리기를 함께 통합한(?) 놀이를 끼워넣어 보았다.

 

"우리 제일 좋아하는 캐릭터 그리기 할까?"

"와, 좋아요!"

"제일 좋아하는 캐릭터가 뭐야?"

"포켓몬!!"

 

반 아이들 전원이 포켓몬 광팬이다. 그 중에서도 영어만 할 수 있고 한국어는 거의 못 하는 한 아이는 지루해하다가도 포켓몬 소리에 눈이 반짝 한다.

 

"피카츄, 이브이!"

"다 좋아요!"

"뮤 좋아요, 뮤!"

 

뮤를 제법 잘 그리는 아이들

"불바자르!"

"불바자르? 그게 뭐지?"

"선생님, 불바자르는 이상해씨예요!"

 

예전에 나 어릴때도 포켓몬 유행이 대단했는데, 요즘까지 포켓몬에 아이들이 푹 빠져 있다니... 신기하다. 아직도 온고잉 유행인가 보다. 그런데 익숙한 포켓몬들의 이름을 영어로 들으니 낯설어서, 오히려 내가 배워야 할 판이다.

 

"아하... 그럼 파이리는 영어로 뭐야?"

"파이리는 챨만더!"

 

"다 좋아. 그럼 우리 각자가 좋아하는 캐릭터 하나씩 그려볼까?" 

"나 칠판에다 그릴래요!"

"그래, 뭐 그러고 싶으면."

 

아이들은 대부분 캐릭터가 활짝 웃는 얼굴을 그린다.

 

 

"와, 얘는 활짝 웃고 있네. 왜 활짝 웃을까?"

"음, 음... 기분이 좋으니까! 밖에 나왔는데 꽃도 너무 예쁘고, 그리고, 쇼핑가는 거예요!"

"이 캐릭터는 행복하구나. 그럼 또 생각해보자. 너는 언제 이런 마음이 들었어?"

"어제요! 어제 한국어 학교 오고 싶어서 너무 좋았어요! 친구도 재밌고, 선생님도 재밌고. 그런데 오늘 짝꿍이 안 와서 심심해요..."

아이들 중에는 4개 국어를 하는 아이도 있다. 영어, 불어, 중국어 한국어... 부모님이 중국인/한국인이고, 학교는 영어학교와 불어학교를 다니니 4개국어가 가능한 모양이다. 정말 놀랐다. 그 아이에게서는 듀오링고로 알음알음 배운 중국어도 배우고, 프랑스어 발음도 다시 배웠다.

 

교과서에 나오는 단어 중 "까닭"이라는 단어를 설명해 주었다.

 

"자, 까닭이 무슨 뜻인지 알겠어?"

"으응? 까닥까닥? 고개 까닥까닥!"

"하하하, 그것도 재밌는데. 까닭은 이유라는 뜻이야. 왜? 할때 그 '왜'를 물어보는 거지. 프랑스어로 뿌꾸아(pourquoi, 왜)!"

"아, pourquoi 그렇게 발음하는 거 아닌데."

"그래? 나 틀렸어?"

"뿌흐꾸아, 이렇게 발음해야 해요.

"아하... 뿌흐꾸아. 어때? 이제 발음 괜찮아?"

"이제 좋아요."

 

덕분에 프랑스어 발음도 다시 배우고... 아이들에게서도 배울 게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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