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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한국어수업

글쓰기에는 치유의 힘이 있다

by 밀리멜리 2022. 10.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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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저녁에는 한국어 교육에 관한 연수를 들었다. 

 

무엇보다도 글쓰기에는 치유의 힘이 있다는 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도 한 말인데, 책을 읽는 사람은 스트레스가 60% 감소한다고 하고, 이야기를 직접 쓰는 사람은 스트레스가 70% 감소한다고 한다. 나도 블로그를 써오며 글쓰기에 마음을 치유하는 힘이 있다고 느꼈다. 그날 그날 인상깊었던 일을 기록하기 위해 기억을 더듬다 보면 기억력도 더 좋아지고, 그래도 하루를 헛되이 보내지 않고 기억할 만한 뭔가가 있구나 싶은 생각에 안심이 된다. 

 

글쓰기는 말하기와 사실상 같다. 글쓰기의 기초는 말하기에서 시작한다. -- 글쓰기가 뭐가 말하기야? 글은 쓰는 거고 말은 입에서 나오는 건데. 하지만, 글쓰기와 말하기는 머릿속에 있는 어떤 덩어리를 언어화한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아이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며 깨닫게 된 사실이다. 

 

 

한국어를 가르치며 글쓰기 문제를 내 주면 아이들은 머리를 쥐어뜯기 시작한다. 그런 아이들을 도와주기 위해 나도 글쓰기 책을 읽었다. 가장 도움이 된 것은, 아이들에게 질문을 던져 보라는 것이다. 어렸을 때 배운 육하원칙 -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를 섞어서 질문을 던져 보면 아이들은 그제야 생각하기 시작한다.

 

잠시 생각할 시간을 주면 아이들이 뭔가를 이야기하고, 그걸 그대로 글로 옮기면 글쓰기가 반은 끝난다. 나는 아이들이 그 무언가를 생각하는 시간이 좋다. 처음에는 그 시간을 기다릴 줄 몰라서 급하게 내가 먼저 답을 던져주곤 했는데, 이제는 좀 참을성 있게 기다려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오늘 수업에서도 아이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렇게 심장이 쿵쾅쿵쾅거린 적 있었어? 언제? 어디서?" 처음에는 몰라요만 반복하던 아이들이, 조금 시간을 주니 답이 슬슬 나오기 시작한다. 

 

"발표할 때요!"

 

발표할 때, 무슨 주제로 발표를 하고 기분이 어땠는지 물어보면 아이들이 신나서 대답을 한다.

 

"와, 그대로 그걸 글로 쓰기만 하면 되겠네!"

 

그러면 글쓰기 과제 하나가 완성된다.

 

그렇게 뭔가를 떠올리고, 언어화시켜 밖으로 내보내는 순간이 가장 중요하다. 무엇보다도 마음이 치유된다. 속마음에만 있던 기억과 감정의 덩어리가 언어가 되어 밖으로 나오면 치유가 된다. 

 

이렇게 아이들을 정신적으로 이끌고 치유시켜준다는 면에서, '스승'은 그저 지식을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치유자가 된다. 스승의 어원은 무당, 화랑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무당이라니, 깜짝 놀랐지만 옛 문헌에 무(巫)를 '스승 무'라고 부르는 내용이 나온다. 고대에 스승은 제사장이었고 마립간, 의사, 치유자, 선생 모두를 일컫는 말이었다고 한다. 스승은 아이를 정신적으로 이끄는 지도자이자 치유자의 의미가 있다.

 

마음을 치유시켜준다는 면에서, 글쓰기와 말하기의 힘이 강하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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