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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한국어수업

문구점이 없는 캐나다와 포켓몬빵이 먹고 싶은 아이

by 밀리멜리 2022. 1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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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수업,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을 가르치는 건 정말 오랜만이다. 조금 낯설기도 하지만, 그래도 고마운 점은 이 연령대의 아이들은 선생님을 판단없이 좋아해 준다는 것이다. 그 뭔가... 무조건적인 선생님 사랑(?)같은 게 있다.

 

요며칠 독감 시즌이기도 하고, 코로나에 걸리는 사람들도 꽤나 많아서 결석한 아이들이 꽤 많았다. 이번에는 3주동안 결석한 아이를 오랜만에 만났다.

 

"정말 오랜만이네! 잘 지냈어?"

"네, 너무 심심했어요. 한국어 수업 너무 오고 싶어서 울었어요."

"울었다고??!"

"네, 저는 중국어 수업은 너무 힘들어서 싫은데, 한국어 수업은 좋아요."

 

수업이 듣고 싶어서 울었다니! 대단한 열정이다. 게다가, 내가 알려주지도 않았는데 이 학생은 혼자 결석한 부분 공부를 집에서 다 해왔다.

 

"우와... 정말 잘 해왔네. 대단해."

"그런데요, 우리 만들기 안 해요? 대회 나간다고 했잖아요."

 

이렇게 가끔씩 당황스러운 순간들이 있다. 만들기 해볼까 싶어서 잠시 언급하고 지나간 거였는데, 이 똘똘한 아이는 절대 내가 한 말을 잊지 않는다. 이 대회는 '이순신 알리기' 대회인데, 이순신을 알릴 수 있는 만들기 활동을 하고 사진을 제출하는 방식이다. 

 

"어, 그래. 그럼 재료는 뭘로 만들어 볼까? 종이접기를 할 수도 있고, 클레이를 사용해도 되는데!"

"음, 클레이요! 클레이!"

"그럴까? 클레이로 만들어 보자."

"네, 플레이도우로 만들어요. 그런데 한국에는 좀 더 좋은 클레이가 많은데, 여기는 좋은 게 없어요. 다 딱딱하고..."

"한국에는 좀 더 좋은 클레이가 많아? 구할 수 없어서 아쉽네. 여기선 클레이 어디서 사야 해?"

"달러라마에 있어요."

 

클레이

캐나다의 달러라마는 다이소같은 달러샵이다. 한국처럼 문구점이 없고, 달러라마에 가야 겨우 학교 문구용품이 조금씩 있다.

 

수업이 끝나고 달러라마에 들러 좋은 만들기재료가 있나 봤는데, 클레이는 색깔도 다양하지 않고, 양도 많지 않아보인다. 색종이도 몇 개 사가려고 했는데, 심지어 색종이도 없다. 어째서...?

 

문구점이 없다는 게 참 아쉽다. 문구전문용품점이 드물게 있지만, 어린이들이 흔히 들락날락하는 그런 학교앞 문구점은 없다. 어릴 땐 문구점 구경하는 게 큰 재미였는데.

 

"한국에는 예쁜 거 많은데요, 캐릭터로 된 가방도 있고, 슬라임도 있고... 그리고 한국에는 포켓몬 빵도 있대요! 그 안에 스티커도 있고. 부럽다..."

"아유, 모두 구하기 힘들어서 어떡하지?"

"선생님은 포켓몬 빵 먹어본 적 있어요?"

"예전에 먹어봤어."

"진짜요? 어떤 빵이요?"

"초코롤 같은 거였는데."

"그럼 그 안에 띠부띠부실도 있어요?"

"응, 있었지. 그런데 좋아하는 건 안 나왔어. 하하하"

"아, 그래도 좋겠다..."

 

역시 문구용품은 한국이 더 잘 되어 있다. 캐릭터 상품도 그렇고!

 

아, 그나저나 이순신 알리기는 어디부터 시작해야 하지? 이순신을 하나도 모르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줘야 할까?

 

일주일에 한 번 하는 한국어 수업이지만, 선생님이라는 직업은 장점이 꽤 많다. 몇 시간동안 서서 돌아다녀야 하니 운동도 되고 거북목도 덜 생긴다. 😅 어린아이들과 함께 하니 또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고, 어떻게 수업을 구성할지 생각해야 하니 유연하고 창의적으로 생각하기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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