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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리뷰/영상리뷰

영화감상문 - 영화관에서 '더우먼킹'을 보고...

by 밀리멜리 2022. 9.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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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수업이 끝나고, 학교 주변을 돌아다녔다. 학교가 있는 곳은 엄청난 번화가여서 쇼핑몰을 구경하고 영화관 주변을 지나쳤다. 집으로 돌아가기 좀 아쉬워서 영화나 한 편 보기로 했다.

 

토요일 오후인데 영화관에 이렇게 사람이 없다니...? 

 

 영화관에서 영화 고르기 

 

평소에 오던 영화관이 아니라서 그런지 이렇게 사람 없는 게 낯설다. 

 

뭘 볼까 고민했다. 평소라면 '이 영화가 재밌대!'라는 말을 듣고 기대에 차서 보러 가는데, 이번에는 그냥 즉흥적으로 영화관에 가서 아무 영화나 골라보는 거니... 

 

어렸을 땐 영화관에서 영화를 본다는 경험 자체를 좋아했다. 그래서 영화관에 가서 바로 그 자리에서 영화를 고르고, 남는 시간은 이런저런 구경을 하면서 보내다가 시간 맞춰서 딱 영화관에 입장!

 

그렇지만 요즘은 집에서도 재밌는 영상을 볼 수 있으니까 영화관에 가는 게 좀 시들해진 느낌이다. 엄청 재밌는 영화가 아니라면 영화관에서 보기도 지루해졌다. 이런 시대다 보니 요즘은 흥행이 보장된 블록버스터급 영화만 개봉하고, 그렇지 않은 영화는 설 자리가 별로 없다고 한다.

 

아무튼 영화를 고르려니 뭘 고를지 몰라서 또 인터넷의 도움을 받았다. 더 우먼 킹이라는 영화가 로튼토마토에서 99라는 평점을 받았다길래, 이 영화를 보기로 했다. 

 

 

영화 시작하기 전, 광고에서 블랙팬서 2 예고편이 나왔다. 나도 모르게 '더 우먼 킹'도 그런 히어로 영화가 아닐까 기대했는데, 이게 웬걸! 더 우먼 킹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라고 한다. 

 

1800년대, 아프리카 지금의 베냉 지역에 다호메이 왕국이 있었다. 그 다호메이 왕국의 아마존 여전사들이 주인공이다.

 

이 군인들은 특히나 강하고 잔인하며 효율적이어서 다호메이 왕국이 다른 나라의 침략이나 노예무역에 맞설 수 있었던 유일한 무기였다고 한다.

 

베냉, 다호메이 여전사 동상

 

 아프리카와 여성

 

영화 속에 그려진 다호메이 왕국의 궁전은 생각보다 아름다웠다. 원시부족을 떠올린 것이 부끄러울 정도였다. 아마도 영화 속 궁전이나 도시의 모습은 상상에 의지한 것이겠지만, 다시금 생각해보니 우리가 아프리카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너무나도 적다는 느낌이 든다. 당연히 아름다운 궁전이 있었을 테고, 금이나 광물 자원, 농작물이 풍부했을 것이고, 사람들은 흥겹게 춤을 추고, 전쟁에서 이기고 돌아온 전사들을 반기며 큰 축제가 열렸을 것이다.

 

 

아프리카를 생각하면, 그런 아름다운 부분이 있다는 것을 잊기 쉽다. 무지하고 미개하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는 건 왜일까?프랑스는 아프리카인들을 '문명화'시킨다는 핑계를 댔다. 그러면서 아프리카의 모든 자원을 약탈하며 인간까지 노예로 팔아 넘겼으니, 정말 미개한 쪽은 누구인가?

 

다호메이 왕국의 여자들은 사냥하고 전쟁에 나가 직접 싸웠으며, 활동에 아무런 제약이 없었다. 뛰어난 공적 덕분에 여자로서 왕위에까지 오를 수 있었으니, 젠더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다호메이 쪽이 더 발달한 것이 틀림없다. 프린스턴 대학의 베넹 출신 경제학자, 리어나드 완체콘은 이런 말을 했다.

 

"다호메이를 멸망시킨 프랑스는 그 역사가 알려지지 않도록 확실히 지워버렸습니다. 그들은 우리가 후진적이며 '우리를 문명화'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세계 어디에도 없는 여성의 기회를 파괴했습니다. (The French made sure this history wasn’t known. They said we were backward, that they needed to ‘civilize us,’ but they destroyed opportunities for women that existed nowhere else in the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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