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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리뷰/책 리뷰

달러구트 꿈 백화점 책 리뷰 - 마음 따스해지는 꿈 속의 이야기

by 밀리멜리 2020. 1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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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어진 꿈을 살 수 있는 상점이 있다면?
꾸고 싶은 꿈은 살 수 있다면 사람들은 어떤 꿈을 고를까?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무의식에서만 존재하는 꿈을 정말 사고 팔 수 있을까?’라는 기발한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판타지 소설이다. 꿈을 통해 그리움과 상처를 치유하는 이야기를 꿈을 만드는 사람, 파는 사람, 사는 사람 각각의 관점에서 풀어냈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 리디북스 소개글

이미예 작가의 장편소설, <달러구트 꿈 백화점>이 연일 베스트셀러를 차지하고 있다. 소개글을 읽고 자기 전에 읽기 딱이겠다 싶어 읽기 시작했다. 이 책 표지의 일러스트도 참 마음에 드는데, 책을 덮고 잠들면 일러스트에 나오는 꿈 백화점에 들어갈 수 있을 것만 같다. 꿈 속의 이야기는 신비롭고 환상적이어서 좋다. 그 사건들은 논리도 없고 개연성도 없지만, 영화보다 더 생생하다.

 

언젠가 루시드 드림이라는 것이 인기를 끈 적이 있다. 나도 그 이야기를 읽고, 꿈속에서 맘대로 행동하고 싶어서 루시드 드림을 시도해본 적도 있다. 하지만 번번히 실패했는데, 나는 꿈속에서 내가 꿈을 꾼다는 것을 자각한 적이 한번도 없다. 하지만 이 책에서처럼, 꿈꾸기 전에 원하는 꿈을 골라서 구매할 수 있다면?

 

이 책을 침대맡에서 3일 정도에 걸쳐 읽었는데, 책을 덮을 때마다 드는 생각은 '나도 꿈을 사봤으면 좋겠다'였다. 이 책의 세계관은 정말 특이하다. 꿈속에서만 입장할 수 있는 세계가 있고, 손님들은 꿈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꿈을 구매할 수 있다. 유명한 꿈 제작자의 꿈들은 날개 돋힌 듯이 팔리고 매진되기도 한다. 꿈의 가격은, 꿈을 꾸고 나서 생긴 설렘이나 그리움, 기쁨 등의 감정이다. 그 감정을 조금씩 떼어내어 손님들은 꿈값을 치른다.

 

꿈도 꿈이지만, 나는 이 책에서 감정을 표현한 부분이 참 마음에 든다.

 

이 책에 나온 설렘이라는 감정은 이렇게 생기지 않았을까?

유리병에는 '설렘'이라고 적힌 라벨이 붙어 있었고, 안에 들어 있는 액체는 솜사탕처럼 연한 핑크색이었다.
요즘 '설렘'이 워낙 귀해서 말이야. 
그리고는 프런트에 놔둔 '설렘' 1병을 들고 마개를 열었다. 병 입구에서 분홍빛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는 찻잔 가득 병 속의 액체를 따라서 남자에게 건넸다. "쭉 들이키세요."

 

이 꿈 세계에서는 통용되는 화폐는 '고든'인데, 사람이 느끼는 감정에도 가치를 매기고, 매번 시세가 변동한다. 감정을 사고 팔 수 있다니, 정말 기발한 상상력이다. 그런 세상은 얼마나 멋있을지 기대가 된다. 그저 감정을 풍부하게 느끼기만 해도 부자가 될 것이 아닌가? 상상 속의 세계이지만, 해리 포터의 마법세계처럼 가보고 싶은 판타지 세계이기도 하다.

 

'성취감'과 '자신감'이 15% 오른 새로운 최고가를 경신하며 진한 빨간색으로 가장 앞쪽에 나열되어 있었고, 아래쪽에는 '허무함'과 '무기력함'의 시세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전광판이 가장 잘 보이는 자리에는 간절하게 두 손을 모으고 있거나 한숨을 푹푹 쉬는 사람들이 여럿 앉아 있었다.
"소고기 햄버거 세트가 1고든인데 성취감 한 병이 200고든까지 치솟다니! 대체 누가 남의 성취감을 큰돈 주고 사서 대리만족하는 거야? 작년에 사재기해놨으면 지금 시원하게 퇴사하는 건데!" 누군가 한탄했다.

 

설렘, 성취감, 자신감과 같이 긍정적이고 좋은 감정들은 비싸고, '허무함', '무기력함' 등의 감정은 가치가 낮다. 하지만, 가치가 낮다고 해서 그게 쓸모없는 감정은 아니다. 이 책에서는, 부정적인 감정이나 악몽도 인간에게 필요한 것이라 설명하고 있다. 트라우마나 불안에 빠져있는 사람들을 위해, 꿈 제작자들은 악몽도 제작한다.

 

여러분이 구입하신 상품은 그저 그런 악몽이 아니에요. 정식 명칭은 '트라우마 극복을 위한 꿈'입니다. 아주 젊고 유능한 제작자가 공들여 만든 작품이죠. 아주 잘 만들어진 꿈이에요.

 

이렇듯 달러구트의 꿈 백화점 안의 세계관은 무척이나 매력적이다. 꿈을 사고 팔고, 감정도 사고 파는 세상. '심신 안정용 쿠키'가 있고, 졸린 정도를 측정하는 저울이 있으며, 산타클로스의 뒷이야기와 꿈제작자와 소비자가 존재한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이야기가 무척 속도감있고 몰입이 잘 되긴 하지만 플롯을 좀 더 탄탄하게 만들었으면 싶은 생각이 들었다. 손님마다 옴니버스 형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도 재미있지만, 워낙 세계관이 매력적이다 보니 하나의 이야기를 자세하게 풀어줬어도 좋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한국 작가가 썼지만 분위기가 유럽 느낌이 많이 난다. '페니', '달러구트', '아가냅 코코'같은 이름들을 보고 있노라면 이 글을 유럽 작가가 썼나 싶을 정도이다. 나중에는 한글 이름도 나오는데, 그 둘을 보고 있으면 약간 이질적인 느낌이 든다. 판타지 세계관에 유럽식 배경을 쓴 것에 대해서는, 내가 뭐 좋다 나쁘다 평할 수는 없겠다. 우리가 아는 판타지는 아무래도 그런 유럽식 느낌이 강하니까...

 

이런 모든 점을 고려하더라도, 달러구트의 꿈 백화점은 술술 읽히고 재미있으며, 상상력을 자극한다는 점에서 좋은 소설이다. 몰입이 잘 되고 꿈과 감정, 트라우마 등에 대해서 한번씩 생각하게 만든다. 동화 속 세상이 머릿속에 펼쳐지며, 작가의 참신한 생각들을 접하고 놀라는 재미가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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