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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리뷰/책 리뷰

미셸 뷔시, 검은 수련 - 프랑스 지베르니로 떠나는 여행과 스릴러

by 밀리멜리 2020. 1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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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미스테리나 스릴러, 추리물을 좋아하시는 분께 제일 낭만적인 추천일 수도 있겠다. 만약 누군가 나에게 "읽어 본 소설 중에 가장 영화화되길 바라는 소설이 무엇인가" 라고 묻는다면, 미셸 비쉬의 검은 수련이 될 것이다. 만약 이 소설이 영화화된다면, 개봉일에 맞춰서 볼 것이다. 추리는 둔하지만 추리소설에 열광하는 팬으로서, 동료 미스테리 팬 여러분. 이건 정말 낭만적인 스릴러 소설이다.

 

책을 펴자마자 여러분은 2010년, 아름다운 프랑스의 지베르니 마을로 오게 된다. 코로나로 가볼 순 없지만, 상상 속에서라도 이번 휴가에 우연히 티켓을 구해 나와 함께 상상 속 지베르니 마을로 떠나보자. 

 

지베르니 마을 (핀터레스트)

파리에서 기차를 타고 한 숨 자다가 도착한 마을 지베르니. 정원마다 꽃들이 가득하다. 발걸음을 옮길 떄마다 낭만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아름다운 관광지 마을이며, 그 유명한 인상파 화가, 모네도 이 마을의 아름다운 전경에 반해 눌러앉았고, 말년에는 내내 이 마을의 풍경만 그렸다고 한다.

 

그만큼 낭만에 죽고 낭만에 사는 프랑스 중에서도 가장 낭만적인 도시이다. 마을 주민들도 자기 마을이 낭만적이라는 걸 알고 있는 듯하다.

 

꽃향기 가득할 것 같은 지베르니

이렇게 아기자기하고 그림같은 마을이 있을까? 집집마다 꽃들이 가득하고, 간판마다 멋드러진 필기체가 쓰여있다. 아직도 연못에는 물레를 돌리는 방앗간이 있고, 아름다운 저택들이 줄지어 있다. 화단이 없는 집이 없어서 마을 전체가 꼭 정원 같다. 저 멀리 뾰족한 첨탑의 생트 라드공드 성당, 공원 묘지도 둘러본다. 장미빛 가득한 정원을 지나치면, 그 유명한 수련 연못이 나온다.

 

지베르니의 수련 연못

모든 사람들이 이 아름답게 꾸며진 수련 연못에 입을 다물지 못할 것이다. 핸드폰 카메라를 들어 아무 곳이나 찍어도 인스타 감성사진이 될 것이다. 모네도 이 환상적인 풍경에 반해 말년에 이 마을에 눌러앉아 정원이나 수련 연못을 그려댔다. 모네의 수련 연작이 얼마나 많은지, 셀 수가 없을 정도이다. 그 때는 카메라가 없었으니, 화가들이 아름다운 마을에 눌러 앉아서 그 풍경들을 그려내는 게 하나의 SNS였을지도 모른다. 

 

모네 - 수련 (위키 이미지)
모네 - 수련 (위키 이미지)
수련 연못

이런 풍경에 취해 있는데, 갑자기 저 호수에서 흘러나오는 아름다운 붉은 빛이 갑자기, 사람의 피라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스릴러가 시작된다. 낭만에 젖은 프랑스인이 스릴러 소설을 쓰면, 이렇게 되나 보다.

 

이 아름다운 마을에는 등장하는 주요 인물은 세 여자이다. 세계 모든 사람들이 이 지베르니 마을에 한번 와 보는 게 소원인 것과는 반대로 이 세 여자는 지베르니 마을을 떠나고 싶어한다. 이들이 누구인지 정확히 알려주지 않은 채, 이야기는 영화를 보듯 계속 이어진다.

 

이 책을 보면서 계속 지베르니 마을에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이유는, 작가 미셸 뷔시의 묘사가 너무나도 섬세한 덕분이다. 지질학자와 작가, 두 가지 직업을 가진 작가는 이 지베르니 마을 묘사를 하기에 최적의 재능을 가졌다.

 

푸른 이삭과 붉은 개양귀비가 진주처럼 아롱진 숲이 바람에 흔들린다. 엡트 강을 따라 이어지는 이 풍경을 마주하면 인상파 화가의 화폭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사방을 주홍빛으로 물들이며 떠오르는 태양과 붓으로 작게 찍은 구석의 점 하나. 짙은 옷을 입은 노파. 바로 나다!

미셸 뷔시 - 검은 수련 中
죽음은 다시 지베르니를 덮칠 것이다.
마녀의 예언이 들리는가?

미셸 뷔시 - 검은 수련 中
스테파니, 어째서 동화 같은 이야기를 하는 거죠? 그게 불가능하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어요. 르누아르나 모네의 작품은 환산 불가능한 경제적 가치와 문화적 가치를 지녔어요. 어떻게 작품들이 먼지 속에 처박혀 있다고 상상할 수 있겠어요?

미셸 뷔시 - 검은 수련 中

이렇게 아름다운 마을 묘사가 나오기 때문에, 나는 또 내 두 눈으로 이 마을을 보고 싶다. <맘마미아> 영화로 그리스의 햇살 가득한 지중해와 섬들이 아름답다는 걸 알았듯, 검은 수련도 영화화되면 벨에포크 시대의 정원같은 마을을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이다. 

 

미스테리도 부족하지 않다. 이 소설의 트릭을 찾아내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작가가 이끄는 대로 서서히 글의 흐름에 따라가다 보면, 작가가 독자를 향해 너, 속았지? 라고 자신만만하게 물어볼 것만 같은 반전이 있다. 이 글의 끝까지 읽고 반전을 알고 나면, 꼭 다시 프롤로그로 돌아와서 내용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나는 반전을 읽고 헉, 진짜? 하고 혼잣말이 나왔다. 눈이 커지고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느낌에 놀랐다. 또한, 여러분의 즐거움을 위해 추리에 도움이 될 만한 말은 하나도 하고 싶지 않다. 다만 반전과 추리를 좋아하신다면 한번 읽어보시기를 권한다.

 

미셸 뷔시, 검은수련. 달콤한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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