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세금신고를 할 기간이 돌아왔다. 매해 4월이 지난해 소득신고를 하는 마감날인데, 빠른 사람들은 2월부터 신고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제 몇 년 지났다고 세금 신고가 어렵거나 부담스럽지 않다. (물론, '아! 이번 주말엔 꼭 해야지' 하는 다짐을 해야 하긴 하지만...) 처음 몬트리올에 왔을 땐 세금신고가 왜 그렇게 어려웠던지! 어떻게 하는지 하나도 알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세무회사에 의뢰하려고 했었는데, 상담해 보니 수수료가 너무 많이 들었다. 결국 인터넷을 뒤져서 방법을 찾고, 아무 사람에게나 물어보기도 했다. 내 경우 그렇게 수수료를 낼 필요가 없었는데, 아무래도 이민초짜(?)라서 그렇게 상담료를 요구했던 모양이다. 역시 누군가에게 물어보는 게 최고다.
회사에서는 의외로 전화기 설치하는 분이 알려주셨다. 내가 사무실 막 이사를 했을 무렵, 전화기를 설치하는 분이 오셨는데...
"전화기 설치는 다 되었고, 이제 쓰면 돼요! 또 궁금한 거 있어요? 내가 예전에 파이낸스 쪽에서 근무하고 은퇴했거든! 지금 전화기 설치는 봉사활동으로 하는 거야."
"아, 그러셨군요. 은퇴하고 봉사활동이라니 대단하네요! 그나저나, 제가 여기 처음 와서 모르는데, 세금 신고는 어떻게 해야 해요? 어렵지 않아요?"
"아, 전혀 어렵지 않아. 그건 쉽지. 어려워 보이지만 해보면 간단하다고. 회사 홈페이지에 로그인하면 바로 T4서류를 찾을 수 있어."
"어디요?"
"그러니까, 지금 접속해 봐. 여기, 여기..."
하며 전화기 설치하러 오셨다가 내 세금서류 받는 법까지 알려주셨다.
서류를 보고 든 생각은... 복지국가의 공무원 세금은 역시 엄청나다는 것이다.
서류를 모으다 보니 작년에 했던 기부의 세금신고용 영수증도 정리했다. 작년에는 UN의 난민재단과 Compassion Canada에 했었는데 올해에는 거기에다가 더해 Centraid라는 곳에 좀 더 가까운 이웃을 도와주는 재단에 기부를 시작했다. 처음엔 막연히 그냥 기부를 시작했는데, 재단을 좀 더 알아보고 기부를 하니 느낌이 또 색다르다.
많은 금액이 아니라서 세금 공제하는 거엔 별로 큰 영향이 없을 것 같다. 등록하나마나 결과는 똑같을 거다. 그냥 영수증을 모으면서 이때 기부를 했었구나 하고 생각하다 보니... 새삼 지난 일년이 떠오른다.
이곳에 적응하느라 정신없이 살았다. 일도 시작한지 1년이 되었고. 그 전은 판데믹 격리기간에다가 백수생활을 하느라 불안하기도 했다. 주식도 샀는데 손해를 보고. 그 불안감에 기부를 시작했다. 아무튼 이웃을 사랑하는 거창한 마음이 아니었다. 나는 내 마음을 가라앉히고자 하는 이기적인 이유로 기부를 시작했다.
내 마음이 불안했기 때문에 누군가를 돕는 입장이 되고 싶었다. 도움을 주는 사람과 도움을 받는 사람 중, 더욱 넉넉하고 안정된 사람은 당연히 도움을 주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1년동안 했던 기부 영수증을 하나씩 정리했다. 금액이 소액이라 부끄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금액이 소액이고 기부 동기가 이기적이었어도, 나는 어쨌든 내가 원하는 대로 남을 도울 수 있는 입장이 되었다. 몇 장의 기부금 영수증이 그걸 증명해 준다. 이 사실은 큰 만족감과 함께 한 가지 깨달음을 주었다.
남을 도우려면, 내가 먼저 단단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 내가 먼저 나를 케어할 수 있고 내 생활을 잘 해 나가야 남을 도울 수 있다는 점이다. 내 자신이 너무 지쳐있고 힘들면 기부는 커녕 남을 도울 생각이 전혀 나지 않는다.
내가 행복해야 남이 행복하도록 도울 수 있고, 내가 건강해야 남이 건강하도록 도울 수 있다.
그래서 나에게 기부는 좀 더 행복해지자, 좀 더 건강해지자는 약속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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