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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몬트리올 일상다반사

내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닥칠 때, 쎄라비!

by 밀리멜리 2023. 3.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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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들었던 동료 넷지가 떠난다. 이 자리는 뭐가 이렇게 사람이 자주 바뀌는지...

넷지는 신입이라서 4~5개월동안 임시직 생활을 했다.  정직원 모집 기간이 되어서 같은 자리에 지원을 했는데 아깝게도 넷지가 떨어졌다. 넷지보다 근무일수가 더 높은 사람이 정직원 자리를 구하게 되었다.

내가 처음으로 사수 역할을 했던 동료라서 정말 아쉽다. 일하다가 뻐근하면 실없이 병원 복도를 걸어다니기도 하고, 점심시간 공원 산책도 하고, 함께 스피닝과 배드민턴을 치는 동료인데...

아쉬워하는 나보다 넷지는 더 긍정적이다. 당장 4월부터 넷지는 일할 곳이 정해지지 않았다. 나는 같은 상황이었을 때 당황스러워서 눈물이 났는데, 넷지는 그게 삶이라며 그냥 웃는다.

"그럼 어떻게 되는 거야?"
"대기명단에 들어가는 거야. 빈 자리가 나오면 거기로 가겠지."
"네가 꼭 될 줄 알았는데, 너무 아쉽다." 
"나도 너무 아쉬운데... 쎄라비! (C'est la vie, 그게 삶이지)"

대단하다. 이 강인한 모습...

 

 

쎄라비는 보통 내 힘으로 어쩔 수 없는 무언가가 삶을 변화시킬 때 하는 말인 것 같다. 힘들 때 쎄라비 하고 말하면 뭔가 그 결과에 초연해진다. 정말 마음에 드는 말이다. 쎄라비.


마리도 이 소식을 듣고 같이 안타까워했다.

"아, 정말 유감이야. 그런데 집에서 기다려야 한다고? 잠깐, 그러면 실업수당을 받을 수 있으니까 한번 찾아볼게."
"실업수당?"
"응, 이렇게 된 건 전혀 네 탓이 아니니까 국가가 당연히 보상해 줘."

역시 마리는 연구진답게 금방 자료를 찾아낸다. 

"이것 봐, 일하지 않는 날부터 신청하면 급여의 55%를 받을 수 있대."
"정말 그러네."
"꼭 신청하고. 아, 정말 안타까워."

퇴근 후에는 스피닝 마지막 세션이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몸이 좀 피곤해서 살살 달리려고 했는데, 상드린 코치가 오늘은 쉬지 않고 8킬로미터 달리기를 하겠다고 한다.

 


"8키로미터 달리기를 할 건데, 자유롭게 해요! 속도도 마음대로, 기어도 마음대로! 빨리 하는 사람부터 쉬면 됩니다. 경쟁이에요!"

아니... 갑자기 경쟁이야? 한국인은 경쟁에 절대 지지 않습니다! 

 

경쟁이라는 말에 쉬엄쉬엄 하겠다는 생각도 잊고 마구 달렸다. 정말 왜 경쟁이라는 말에 갑자기 미친듯이 달리게 되는 걸까...?

 

 

아무튼 오늘 하루도 무사히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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