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여행 이틀차, 우리는 국밥으로 든든하게 아침을 먹고 길을 나섰다. 오전에는 남포동 일대와 국제시장, 보수동 책방골목을 둘러보고 오후에는 다대포 해변에 들러 노을을 볼 예정이다.
보수동 책방골목은 걸어서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우리는 책방골목이라는 낭만적인 말에 한껏 들떴다. 오래된 책 냄새, 책 가격도 비싸지 않을 테고, 절판된 책도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책방골목으로 들어서자마자 아차 싶었다. 뭔가 분위기가 이상했다. 텅텅 비고... 문을 연 곳이 없는데?
표지판을 자세히 보니,
'매월 첫째주 세째주 화요일은 쉽니다.'
라고 쓰여 있다.
아차! 쉬는 날이구나.
그래도 중간쯤 가다보니 휴무일에도 문을 연 곳이 보인다.
"천천히 구경하세요."
하는 말에 돌아보기 시작했는데, 아저씨가 자꾸 책을 사라고 권한다.
"이거 다들 좋아하던데,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파피용."
"아, 이거 읽었어요!"
"오, 그걸 읽었으면 이것도 좋아하겠군.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나무. 아니면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기억."
"네에... 이것도 예전에 읽었어요."
"아니면 그 옆에 그거 한번 봐.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카산드라의 거울."
"이거는 안 본건데 재밌겠네요. 근데 1권밖에 없어요?"
"1권밖에 없어. 1권을 읽어야지!"
"끝까지 없는데 어떻게 이걸 사요?"
"첫 손님인데 사줘야지, 그럼."
아저씨는 끝까지 베르나르 베르베르만 권했다. 자꾸 이것만 권해서 어쩐지 웃기기까지 했다. 아니 뭐... 내가 좋아하는 작가이긴 하지만, 그래도 헌책방에서만 살 수 있는 책을 보고 싶었는데. 1권만 있는 책을 사라고 하시다니.
솔직히 말하면, 이렇게 자꾸 이것저것 권하는 주인보다는 그냥 가만히 둘러보게 놔두는 주인이 더 좋다.
나는 아이러니하게도 헌책방에서 새 책을 샀다. 윤동주 시집 초판본. 이 책이 예쁘게 나와서 광고할 때부터 사고 싶었는데, 운좋게도 원고지 스캔본하고 같이 나왔길래 바로 구입했다.
시집은 잘 읽지 않지만 윤동주 시는 어쩐지 맑은 느낌이 나서 좋다. 근데 초판본이라 그런지 곳곳에 번역되지 않은 한자들이 많다. 핸드폰으로 찾으면서 읽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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