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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

새로 사귀게 된 인도인 친구 - 차이 티와 도리도리

by 밀리멜리 2020. 1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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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있었던 일이다. 아파트 로비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는데, 이웃에 사는 한 여자분이 몇 층에 사냐며 반갑게 물어왔다. 대답을 하니 자신도 바로 가깝게 산다며, 대화를 나누었다.

 

"그런데, 베란다에 거미가 많지 않아요?"

"네, 거미 정말 많아요. 그냥 벌레 없애줘서 고맙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렇죠, 벌레도 많죠? 이제 추워지는데, 벌레 때문에 여름을 하나도 즐기지 못했어요."

"그렇게 생각하지 못했는데, 정말 그렇네요."

"어느 나라 분이세요?"

"한국이에요."

"아, 한국. 한국 정말 좋아해요. 저도 비건이라 김치를 좋아하거든요. 저는 인도에서 왔어요."

 

곧 엘리베이터는 멈췄고, 그녀는 우리 집 호수를 묻더니 놀러가도 되냐고 물었다.

 

"언제든 놀러오세요. 안 그래도 많이 심심하거든요."

 

라고 말했지만, 사실 그건 인사치레였다. 이제야 겨우 낯선 사람들과의 스몰토크가 익숙해졌지만, 나는 원래부터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이라서 친구 사귀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이다. 

 

이틀 후, 그녀가 정말 우리 집으로 찾아왔고 우리는 처음 만난 사람치고 꽤나 오랫동안 수다를 떨었다. 그러고도 부족해서 그녀는 저녁 장을 보고 올 테니 30분 후 자신의 집으로 오라고 나를 초대했다. 그 대화가 너무 재미있어서, 알겠다고 하고 초대받으면 뭘 가져가야 할까 하고 고민했다.

 

호빵 (이미지 출처: 위키)

간식거리가 마땅한 것이 없어서, 물을 올리고 호빵을 쪄서 가져갔다. 한국 식품점에서 산 호빵이 마지막 딱 하나 남아있었다. 이거면 될까 모르겠는데... 일단 비건이라 했으니, 고기가 없는 걸로 골라야 했다. 

 

"이게 뭐죠?"

"호빵이라는 건데, 속에 달달한 콩 페이스트가 들어있어요."

"오, 고마워요. 앉아요. 혹시 차 좋아해요?"

"네, 차 좋죠."

"차이 티 마셔요?"

"와, 정통 인도의 차이 티예요? 티백에 든 건 마셔봤지만, 정통 차이 티는 안 마셔봤어요."

"기다려 봐요. 나는 이걸 매일 마시거든요."

 

그녀는 냄비에 찻잎을 넣고 한참 끓였다. 우리나라 전기밥솥처럼 삐삐 소리가 나는 주방기구가 있었는데, 그건 도대체 뭐였는지 모르겠다. 

 

정통 차이 티

정말 맛있었다. 요새는 아침에 얼그레이 홍차를 자주 마시는데, 그 홍차보다 훨씬 맛있었다. 너무 맛있다고 호들갑을 떠니까 자기가 차이 티 만드는 법을 알려주겠다며 나보고도 매일 마시라고 하는데, 나는 차 한 잔을 위해 그렇게 오랫동안 불 앞에서 찻잎을 끓이기가 너무 귀찮을 것 같다. 티백이 편한데, 너무 게으른가...

 

아무튼, 그녀가 엘리베이터에서 나에게 말을 건 것은 다름아니라 아파트 관리인과 큰 마찰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벌레가 많은 것도 아파트 밖에 큰 조명이 있기 때문이었고, 벌레 때문에 아파트 뷰를 즐기지 못하니 비싼 집세가 다 무슨 소용이냐고 했다.

 

집 안에 설치된 세탁기가 고장나서 수리공을 불렀는데, 아파트 관리인과 수리공이 그녀에게 너무나도 무례하고 부당한 대우를 했던 것이었다. 카트로 사람을 치고 사과도 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몇 살이냐고 물으며 고압적인 태도로 아파트 주민에게 폭력적인 태도를 취했다. 보통 그런 일은 잘 일어나지 않는데, 아무튼 심각한 상황이어서 경찰도 오고 변호사를 선임해 법정까지 사건이 진행되었다고 한다.

 

그런 일련의 사건으로 그녀는 아파트 건물에 관련된 여러가지 비리들을 알게 되었다. 여기에 그런 걸 적어도 될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돈 많은 사람들이 으레 그렇듯 탐욕스러운 방법으로 건물을 운영한 모양이었다. 그런 말을 듣고 보니, 나도 그렇게 더러운 건물주에게 렌트비를 내고 싶지 않아졌다. 

 

그 외에도 시시콜콜한 수다를 너무 오래 떨었다. 저녁 먹는 것도 잊고 계속해서 이야기를 했으니 너무 오래 있어서 미안할 지경이었다. 다음에는 카레를 해줄 테니 같이 영화를 보자고 하는데, 인도 카레를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그 날이 정말 기다려진다. 다음엔 내셔널 파크로 캠핑을 갈 테니, 그때에도 같이 가자고 초대해 주었다. 특히 코로나 때문에 몇 달동안 고립된 느낌이었는데, 그런 초대가 정말 반가웠다.

 

인도라는 나라는 참 매력적이고, 인도 사람들에 대해서도 더 많이 알고 싶었는데 인도 친구를 사귀게 되어 정말 기뻤다. 그 유명한 인도인의 도리도리도 직접 보고, 그녀가 하는 이야기가 너무 재밌었다.

 

인도인의 도리도리

<아웃소시드(Outsourced)>라는 옛날 미국드라마에서 인도인의 도리도리(head bobbling)을 본 적이 있다. 우리나라의 끄덕끄덕과 반대로, 좌우로 도리도리를 하는 것인데, 상황에 따라 뜻이 다르다. '좋다!', '그래', '싫어', '그럴 수도 있고', '어쩔 수 없지' 등등. 맥락에 따라 이 도리도리를 해석해야 한다. 

 

저 도리도리를 한번 따라해 보았는데, 나는 뭔가 목근육이 뻣뻣한 것이 인도 사람들처럼 자연스럽게 잘 되지 않는다. 

 

그나저나 예스와 노우가 한 몸짓으로 다 통하다니, 너무 재밌다. 우리나라의 거시기 같은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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