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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

인도 명절, 디왈리(Diwali) - 인도 친구 저녁식사에 초대받다

by 밀리멜리 2020. 1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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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1월 14일은 인도 명절인 디왈리(Diwali)이다. 빛의 축제라고도 불리는데, 감사하게도 나는 새로 사귄 인도 친구, 수테즈의 디왈리 저녁에 초대받았다.

 

인도 빛의 축제, 디왈리

 

토요일은 인도 명절 디왈리야! 저녁 6시에 올래?

기뻐서 춤을 출 지경이었다. 친구랑 수다 떠는 것도 재미있고, 정통 인도음식을 먹어볼 수 있겠다는 기대에도 가득 찼다. 물론 빈손으로 갈 수 없으니 한국식 미역국을 대접하기로 했다. 수테즈의 어머니가 베지테리언이어서, 생선은 물론이고 계란도 먹지 않아서 마땅히 대접할 음식이 생각나지 않았다.

 

한식을 먹여주고 싶은데, 처음엔 비빔밥을 가져가야 하나 생각했다. 하지만 원래 비빔밥을 잘 먹지 않기도 해서, 나도 안 먹는 걸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해주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서야 비빔밥 만들기가 쉽지만(엄마찬스), 무엇보다도 이곳에선 나물을 맛있게 무칠 자신이 없다. 나물이 맛있어야 비빔밥이 맛있지. 그래서 자주 먹는 미역국을 끓여 밥과 함께 가져갔다. 참, 김치를 좋아한다고 한 것 같은데 가져가는 걸 까먹어버렸다.

 

집에 들어가니 화한 인도커리 냄새가 진동을 했다. 수테즈의 어머니가 환하게 웃으며 반겨주었다. 수테즈의 어머니는 '앤티(이모)'라고 부르기로 했다. 집이 깔끔했고, 예쁜 양초를 몇몇 개 켜두고 불을 어둡게 해서 분위기가 근사했다.

 

"앤티, 디왈리가 무슨 날이에요?"

"힌두교에는 여러 신이 있는데, 락슈미 여신을 기리는 날이야."

"들어본 적 있는 것 같아요. 락슈미 여신!"

"응, 부와 사랑, 아름다움의 여신이야. 이 날을 기념하면 락슈미 여신이 부를 많이 준다고 믿지."

 

인도 힌두교의 락슈미 여신

 

하고 앤티는 동전을 뿌리는 시늉을 했다. 어느 나라 사람이든 부를 기원하는 마음은 같은 것 같다.

 

"수테즈, 힌두교에는 신이 많지? 가네쉬는 코끼리 모양을 한 신이라고 들었어. 너는 힌두교를 믿는 거야?"

"어느 정도는. 독실하게 믿는 건 아니지만, 문화적인 거야. 부모님때부터 다 믿고 그렇게 살아왔으니 믿는 거지. 너는 종교 있어? 한국인들은 어떤 종교를 믿어?"

"나는 종교가 없어. 한국 사람들은 주로 기독교나 불교, 천주교가 많고 나처럼 무교인 사람도 많아."

"오, 그렇구나. 불교도 인도에서 생긴 건데."

"정말 그러네!"

"나 진짜 배고프다. 24시간동안 단식했거든. 네가 가져온 미역국 먹어도 될까?"

"당연하지! 와, 그럼 이 미역국으로 단식을 깨는거야? 영광인걸?"

"잘 먹을게, 고마워."

 

 

미역국을 처음 보는 수테즈와 앤티에게 문화충격이지 않을까 걱정을 했다. 미역국이 맛은 있지만, 그래도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검은 색깔과 미끌미끌한 질감이 좀 어색하지 않을까? 그래도 맛있으니, 한번 맛 보시라고!

 

"여기다 스리라차 소스 뿌리는 거야?"

"아니, 아니! 검은 색이지만 밥이랑 이렇게 먹는 거야."

"오, 이거 맛있다. 한 그릇 더 먹을게."

"미역국 좋아하니까 정말 좋다! 건강에 좋은 거니 많이 먹어."

"너도 인도 음식 먹어봐. 이건 카디(Kadhi)라는 거야.."

 

앤티가 만들고 있는 카디 (Kadhi)

수테즈가 발음하는 '카디'와 '커리'가 발음이 매우 비슷했다. 

 

"카디? 카레랑 다른 거야?"

"비슷한데, 요구르트와 정제버터를 넣어 만든거야. 네가 유당불내증이 아니면 좋겠는데, 저번에 우유를 넣은 차이 티를 잘 먹길래 괜찮을 거라 생각했어."

"괜찮아! 요구르트 잘 먹거든. 이거 맛있다!"

 

카디는 정말 특이한 맛이었다. 우리가 인도 요리 전문점에서 먹는 카레와 비슷하긴 한데, 정말 요구르트 맛도 나고 고수향과 여러 향신료 향이 나기도 했고, 살짝 매운 맛이 느껴지기도 했다. 카디 안에 만두도 들어 있었다. 그 만두는 힌디어로 '파코라'라고 부른다.

 

인도음식, 카디와 알루 고비

 

노란색의 요구르트 카레가 카디(Kadhi)이고, 옆에 곁들인 감자와 컬리플라워 무침이 알루 고비(Aloo gobi)라고 불리는 음식이다. 이렇게 음식을 접시에 덜어 멍하니 서 있으니, 앤티가 나에게 물었다.

 

"숟가락을 줄까?"

"아니예요, 저도 손으로 먹을게요."

"킥킥, 나도 숟가락으로 먹는데."

"뭐야, 수테즈 너도 숟가락 써? 그럼 나도 숟가락 쓸래."

 

인도 음식은 손으로 먹는 거라고 해서, 손 씻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정말 정통식 손으로 먹는 카레는 다음으로 미뤄야 할 것 같다. 앤티는 손으로 먹고, 수테즈는 숟가락으로 먹었다. 인도 사람들도 세대가 지나면서 전통이 조금씩 사라지는 걸까?

 

우리는 그렇게 신나게 먹고, 수다를 떨었다. 어느 정도 먹고 나자 앤티가 뜨거운 접시를 내밀었다.

 

인도식 디저트 랍시 (Lapsi)

 

"앤티, 우와, 이게 뭐예요?"

"디저트야. 뜨거우니 조심해. 소금을 뿌려서 조금 짠데, 입에 맞으려나?"

"아아, 앤티. 정말 배불러요. 그치만 먹어볼게요."

"코끼리가 사람들 와글와글한 인도에서 어떻게 다니는지 알아? 그냥 밀어넣는다구. 코끼리가 길거리에 다니면 사람들이 알아서 피해. 이것도 그런 음식이야. 코끼리가 오면 알아서 공간을 만들듯이, 아무리 배불러도 디저트가 오면 위에 공간이 생긴다구."

 

앤티의 유머감각이 엄청났다. 앤티는 말할 때 항상 비유를 곁들여 말하는데, 인생에 대한 통찰력이 깊은 사람 같았다. 앤티의 말이 맞다. 밥 배와 디저트 배가 따로 있다는 말처럼, 디저트가 있으면 배가 한참 불러도 더 먹을 수가 있다. 한입 먹었더니, 무척 달콤해서 케이크와 푸딩의 중간 같은 맛이었다.

 

"앤티! 이거 달잖아요!! 짜다고 했으면서?"

 

내 반응을 보더니 앤티가 큭큭큭 하고 웃었다. 

 

"디저트가 있어야 식사가 완성이 되는 법이야. 그렇지?"

"맞아요. 정말 맛있어. ㅠㅠ"

"네가 좋아할 줄 알았지."

 

식사를 마치고도 한참 밤이 늦도록 수다를 떨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멍청한 영상도 보고, 수테즈의 친구들에 대해서도 한참 이야기했다. 시간이 그렇게 빨리 가는 줄도 모르고, 재미있는 디왈리 저녁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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