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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

케피어 요거트와 블루베리 잼의 꿀조합

by 밀리멜리 2020. 1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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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면서 케피어 한 잔에 블루베리 잼을 반 숟갈 넣어 먹고 있는데, 보통 카페에서 파는 블루베리 스무디보다 맛도 좋고 건강에도 좋다고 들어 어쩐지 흐뭇하다. 물론 잼을 넣지 않고 무설탕 그대로 먹는 게 더 좋겠지만, 나는 단 것을 좋아하는 편이라... 반 숟갈 정도는 빵에 바르는 것보다 적으니 괜찮지 않을까?

 

내가 케피어를 처음 알게 된 건 어학원에서 만난 어느 한국인 어머님 덕분이다. 프랑스어를 배우려고 어학원에 등록했는데, 9시부터 3시까지 계속되는 수업이었다. 몬트리올은 특히 자녀무상교육 정책 때문인지 어학원에 학부모님들이 많았다. 점심 시간마다 한국 사람들과 같이 밥을 먹으며 많은 것을 배웠던 좋은 경험이었다.

 

물론 어학연수를 와서 어학원을 다닐 때, 언어를 정말 늘리고 싶다면 같은 한국인들과 어울리기보다는 외국 사람과 어울리는 게 가장 좋다. 하지만 또 낯선 땅에 와서 같은 나라 사람들끼리 서로 서로 돕는다면 그것보다 더 귀중한 인연이 또 없을 것이다.

 

아무튼 다시 케피어로 돌아와서, 내가 당시 식단 때문에 고생하는 걸 안쓰러워하던 한 어머님이 케피어 종균을 나누어 주셨다. 지금 생각해도 참 존경스러운 것이, 아이를 넷이나 키우면서 몸에 좋은 것만 먹이려고 유기농 제품을 골라 사고, 케피어 뿐만 아니라 화단에 채소도 직접 기르는 분이었다.

 

케피어 종균은 '뭐 이렇게 생긴 게 다 있지?' 싶을 정도로 모양이 특이하다. 티벳 버섯이라고도 불리는데, 한국에서도 유행을 타고 TV 건강프로그램에서도 소개하던 걸 본 기억이 난다. 티벳 승려들이 먹던 유산균이라고 한다.

 

케피어 종균

그 어머님은 이게 케피어 스타터라며, 케피어 종균이 담긴 조그만 플라스틱 상자를 주셨다. 마시는 법은, 집에 가서 우유를 붓고 하루를 기다렸다가 다음 날 먹으면 된다고 말했다. 다만 주의할 것은 금속 수저를 쓰면 안되고, 냉장보관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흠... 방금 이 글을 쓰면서 마시려고 금속 수저를 써서 캐피어에 잼을 넣었는데... 하.... 잊고 있었다. 그래서 나무 수저를 사려고 했었는데!

 

아무튼, 캐피어를 키우는 것은 간단하지만 신기한 경험이었다. 이렇게 우유 속에 발효된 캐피어를 그대로 먹기보다는, 캐피어 종균을 체로 걸러내어 남은 우유를 마신다. - 그 부분이 마실 수 있는 캐피어이다. 걸러낸 종균은 잘 씻어 유리병에 넣고 다시 우유를 부어 다음 날 먹을 수 있도록 재활용할 수 있다.

 

재미있는 점은, 이 캐피어 종균이 날이 갈수록 조금씩 많아진다는 점이다. 

 

식물도 동물도 아닌 균류도 생명이구나 싶은 것이, 씻어주고 우유를 부어주고 온도조절을 해 주니 점점 자라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몇 달을 먹다 귀찮아져서 관리를 하지 않으니 금방 종균을 잃어버렸다. 지금은 슈퍼에서 파는 캐피어를 마시고 있는데, 여기에는 물론 케피어 종균이 제거되어 있다. 

 

이제는 사먹어야 한다

나는 정말 귀찮은 것을 싫어하는데, 그나마 몇달이라도 그렇게 꾸준히 캐피어를 먹은 것이 스스로도 대견하다. 간단하긴 하지만 먹을 때마다 자주 씻어줘야 하고, 또 체로 종균을 걸러내야 한다. 케피어를 담는 유리병도 소독을 해주어야 하고... 금속 수저를 쓰면 안되고!

 

보통 유산균보다 더 장에 좋다고 하고, 특히나 흰 우유를 못 먹는 사람도 캐피어는 마실 수 있다고 한다. 맛은 살짝 신 맛이 난다. 마트에서 파는 플레인 요구르트보다 조금 더 시다. 그래서 난 여기에 과일 잼을 넣어 먹는 걸 좋아한다. 

 

블루베리 잼을 넣은 케피어

블루베리 잼을 넣으니 색도 예쁘고 맛있긴 맛있는데... 사진에서 보다시피 스테인레스 수저를 썼다. 흠, 근데 정말 이런 스테인레스 수저가 유산균을 죽이는 걸까? 물론 만의 하나를 위해 나무 수저나 플라스틱 수저를 쓰는 게 좋겠지만. 종균을 걸러낼 체 자체가 금속인 경우가 많은데, 이것 때문에 플라스틱 체받침을 사야 하나? 아무튼 '선풍기 틀고 자면 숨이 막힌다' 급의 도시 괴담일 수도 있고. 이걸 리서치해서 포스팅해보든가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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