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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

몬트리올의 정통 이탈리안 피자, 일 포코라이오(Il Focolaio)

by 밀리멜리 2020. 1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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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시내 한복판에는 유명한 37년 된 피자가게가 하나 있다. 이젠 코로나 경보 때문에 테이크아웃만 가능하지만, 이곳의 피자 한 판을 사기 위해서는 20분이나 기다려야 한다.

 

피자 일 포코라이오

여름에는 테라스에서 피자를 먹을 수 있다. Il Focolaio는 이탈리아어로 화덕을 의미하는데, 조그만 가게 안쪽 벽면에 큰 화덕이 있고, 단풍나무 장작으로 피자를 굽는 것을 볼 수 있다.

 

벽면 하나가 화덕이다

사장과 점원 모두 이탈리아 이민자로서, 가게 안은 이탈리아인의 프라이드로 가득하다. 이 가게의 사장님은 이탈리아 악센트가 심한 영어로 나를 환하게 반겨주셨다. 이탈리아 사람들의 영어는 정말이지 유쾌하다.

 

www.youtube.com/watch?v=ZSwCXQ2KqUk

 

딱 이 유튜브 영상에 나오는 말투다.

 

"매운 거 먹을 수 있어요? 고추 오일 넣어 줄까요?"

"네, 매운 거 좋아해요. 넣어 주세요."

"아~ 역시! 이 오일 있어야 피자가 맛있어요~!"  

 

"블로그에 쓰고 싶은데, 피자 가게 자랑 좀 해주세요."

"오~ 그럼 서비스로 하나 더 줄게요! 음... 무얼 말해주면 좋을까. 저기 있는 죠반니가, 우리 장인 요리사인데 몇십 년째 나랑 여기서 피자를 구웠지. 죠반니가 제일 최근에 해물 피자를 개발했는데, 이걸 손님들한테 내기까지 2년이 걸렸어요. 그런데, 우리 가게 처음 와요?"

"코로나 전에 자주 왔었죠. 근데 하도 손님이 많아서 정신이 없었어요."

"맞아, 맞아요. 그땐 정말 사람이 너무 많았지. 지금은 요리사 서버도 많이 줄였어요. 예전 같지가 않아."

"이런 가게는 코로나여도 계속 잘 될 거예요."

"아~ 그런 말 해줘서 고마워요, 마드모아젤. 피자 맛있게 먹어요."

 

퀘벡에서 마드모아젤 소리 듣기가 힘든데, 참 오랜만에 그 말을 들었다.

 

죠반니 아저씨는 37년동안 메뉴 개발만 하셨는지... 메뉴판에 피자 종류만 77개이다. 이곳에 오는 손님마다 메뉴판을 받으면 정말 심각한 얼굴이 되어 고민한다. 나도 77개의 피자 앞에 굉장히 심각한 결정이라도 내릴 듯 고민하지만 결국 가장 무난한 것 같은 메뉴를 고르게 된다.

 

일 포코라이오의 메뉴

 메뉴 읽다가 눈 빠질 지경이다. 사진과 같은 빽빽한 글씨가 양면으로 있다. 비건식 치즈, 글루텐 프리 등을 선택해서 커스텀 주문할 수도 있으니 요리사들은 어떻게 레시피를 다 외우고 피자를 만드는지 미지수이다. 티라미수 같은 디저트나 칼쪼니라는 샌드위치도 팔지만, 역시 이곳에서는 피자를 맛보아야 한다. 메뉴 고르기가 어려울 땐, 옆에 별이 붙어있는 추천 메뉴 중에서 먹고 싶은 재료를 고르면 된다. 

 

이탈리아 지도

가게 안의 인테리어를 보면, 얼마나 이탈리아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지 알 수 있다. 

 

이탈리아의 유명한 술: 마티니, 모레티, 

이탈리아에서 유명한 술 종류인 베르무트 와인, 마티니 칵테일과 모레티 맥주의 빈티지 사진이 걸려 있다. Florio cinzano도 유명한 와인인 것 같은데, 와인을 잘 몰라서 명확하게 설명을 못하겠지만 아무튼 이탈리아 만세라고 말하는 것은 알 것 같다. 한국의 소주 광고도 이렇게 좀 멋들어지게 하면 좋을 텐데... 

 

피자와 함께 파는 이탈리아의 맥주와 와인들. 와인알못이라 와인은 패스.

 

이탈리아의 유명한 자동차 브랜드, 피아트(FIAT)

가게도 조그마한데, 피아트 자동차의 앞면을 그대로 떼어다 붙여 인테리어를 하신 그 과감함이란.... 이게 실제로 보면 뭔가 좀 웃기기도 한데, 정말 자부심이 대단하다 싶다.

 

아 라 그리글리아 피자

내가 고른 피자는 아 라 그리글리아 (A La Griglia)라는 피자인데, 토마토와 고기, 호박, 가지, 양파, 버섯, 아티초크, 피망 등을 그릴에 구운 피자이다.

 

이건 이름을 잊어버렸다. 

 

미국식 프랜차이즈 피자보다 담백하고, 토핑이 듬뿍 들었다. 한 사람당 피자 한판씩 먹어야 한다. 미국식 피자는 두 조각만 먹어도 물리는데, 이 피자는 어째서인지 한 판을 다 먹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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