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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몬트리올 일상다반사

캐나다 치과 사랑니 치료 비용 내역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by 밀리멜리 2023. 5.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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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치과에 다녀왔다. 무서워서 몇 년이나 미뤄왔던 치과 방문이다.

치과는 왜 무서운 걸까? 아픔이 무서운 걸까, 아니면 치료비용이 더 무서운 걸까...

한국에서도 치과에 갔었는데, 치과의사는 내 입안을 쓱 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사랑니에 충치가 있긴 한데, 이건 그냥 빼면 되니 급할 것 없어요. 다른 곳에도 충치가 있는데, 이건 치료해야겠네요."
"치료 다 하는데 얼마나 걸려요?"
"필링 재료 받아오려면 2주는 걸리죠."
"그 전에 캐나다로 돌아가야 하는데... 그냥 스케일링만 할게요."
"흠, 그러세요."

사실 이전에도 살짝 시큰거림이 있긴 했는데,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 그런데 충치가 있다는 말을 들으니 시큰거림이 더 심해지는 것 같다. 

더 이상 미룰 수 없어서 몬트리올에서 제일 평이 좋다는 치과에 예약전화를 했다.

"제일 빠른 진료일이 언제인가요?"
"검진만 하는 거면, 오늘 올 수 있으세요? 아니면 다음주 수요일이나 금요일이 비어있네요."

다음주 수요일이라고 말했다가, 그냥 쇠뿔도 단김에 뺀다고 그냥 오늘 바로 가기로 했다. 

평이 좋다고 하더니, 엑스레이 기계가 엄청나다. 기계도 여러 대고... 아무튼 첨단 기계를 쓴다고 하더니 그런 모양이다. 엑스레이 찍는 데만 2~30분이 걸렸다.

 


"자, 지금 보기에는 사랑니 이외에는 충치가 없어요. 충치 그렇게 무서워하더니, 엑스레이 상으로 아무리 봐도 없는데요? 다행이네요. 한국 치과 의사가 괜히 겁을 주었나 봐요!"

"오, 그 말 들으니 안심이네요."

 

사랑니에 충치가 있는 건 원래 알고 있어서, 정말 속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아, 금으로 떼운 게 있네요. 한국에서 한 건가요?"
"네, 맞아요."
"금으로 한 거 너무 예쁘네요. 안정되어 있고 충치도 없어요. 여기서는 금으로 할 수 없는데..."
"왜요?"
"할 수 없다기 보다는, 너무 비싸거든요. 특별히 금으로 해달라는 손님이 있으면 특수제작을 해야 해요. 그러면 정말 정말 비싸요."

 

치위생사가 정말 정말 비싸다고 할 정도면... 얼마일지 상상이 안 간다. 캐나다에서는 금으로 이를 떼우는 게 어렵구나. 음, 금으로 하길 잘했어.

 

"일단 사랑니는 빼는 게 좋겠어요. 충치가 있으면 다른 이로 옮겨갈 수도 있거든요."
"네, 그럴게요."

설명을 다 듣고 의사를 다 보고 나오자, 카운터에서 예상 치료비용이 적인 종이를 주었다.

과연, 대망의 치료비용은? 얼마일까.

무지하게 놀랐다. 사랑니 3개 뽑는데... 왜 145만원이 드나요? 네? 😲

 

1451달러...

다행히도 직장보험이 있어서 이 돈을 다 낼 필요는 없다. 보험사마다 치료 비용 커버가 달라서, 보험카드를 보여주면 카운터에서 예상 비용을 계산해 준다. 보험 후 비용은 30만원 정도였다. 어휴, 세상에나. 😌


보험이 있어서 다행이긴 하다만 그래도 놀랍다. 한국에서 사랑니 뽑을 땐, 무지 옛날이긴 하지만, 그래도 2만원 정도였는데.

카운터에서 기다리고 있던 어느 중국인 유학생은 보험이 없다며 3천달러를 내고 갔다. 그럼 한화로 3백만원인데... 와, 치과가 무서운 건 역시 아픔이 아니라 비용 때문인 것 같다.

 

치료 설명서를 잘 보니, 왜 그렇게 비싸게 나왔는지 알 것 같다. 한국에서는 사랑니 뽑는 게 그냥 시술이지만, 여기서는 모두 절제 수술이라고 나온다. 수술이니 마취도 하고, 그래서 가격이 많이 드는 모양이다. 그치만 난 곧게 난 사랑니라서... 그냥 주사 놓고 뽑아도 되는데. 캐나다는 역시 마취약을 쓰는 데 거리낌이 없는 것 같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사랑니 뽑는 게 원래 싸니까 권하지 않은 것 같다. 사랑니 뽑아야 하지 않냐고 물으니, '굳이 지금 뽑을 필요 없다, 힘들게...' 라고 했던 치과의사가 떠올랐다.

 

진료를 마치고 프랑스와 이야기했다.

"너 점심때 치과 다녀 왔다며? 같이 조깅할려고 봤더니 없더라!"
"응, 미뤄뒀던 거 드디어 다녀왔어. 그런데 그거 빼야 한대. 사랑니, wisdom teeth. 프랑스어로 뭐라고 하지?"
"Dent de sagesse. 아아, 저런저런. 그거 비싸지!"
"그래? 원래 비싸구나? 마취도 하고 그런대."
"그래, 나라도 마취 하겠어. 치과마다 다르겠지만 사랑니가 원래 비싸긴 해. 너 보험은 있어?"
"응, 보험 있어서 다행이야. 한국에서는 사랑니 빼는 게 엄청 싸거든. 20달러 정도? 옛날 가격이긴 하지만... 여기서는 이렇게 비쌀 줄 몰랐어."
"그래? 20달러라니 엄청 싸다!"
"음, 한국에서는 충치 치료가 훨씬 더 비싸거든. 그래서 한국에서는 충치 치료를 권하고, 사랑니는 나중에 빼도 된다고 했나 봐. 여기서는 사랑니 빼는 게 더 비싸니까 그걸 권한 것 같고."
"하하, 그래서 어디든 더 비싼 치료를 하라고 하는구나."
"그게 자본주의인가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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