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몬트리올 생활/몬트리올 일상다반사

치과가서 사랑니 뽑은 후기

by 밀리멜리 2023. 6. 3.

반응형

드디어 사랑니를 뽑는 날이다. 한 개는 몇 년 전에 빼서, 이번에 세 개를 한꺼번에 뽑기로 했다. 사랑니 뺄 때 별로 아프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에도 걱정이 별로 없었는데, 오히려 주변 사람들이 더 걱정을 해 준다. 아프겠다거나, 그거 비싸지 하는 말이 많았다. 특히 상사 이사벨이 걱정을 했다.

 

"사랑니 뽑는다고? 그러면 뽑고 나서 하루 이틀 쉬어야 하지 않겠어?"

"어, 글쎄요? 예전에 뺐을 때도 오전에 뽑고 오후에 일할 정도로 괜찮았는데. 아마 괜찮을 거예요."

"그것도 수술이야. 그리고 나서 코 자야 해! 일하기는 힘들지. 정말 괜찮겠어?"

"재택근무하면 될 거예요."

 

이사벨이 '코 자야 한다'라고 한 말은, 실제로는 프랑스어로 dodo(도도)라고 말했다. 사실 자다는 dormir라는 동사를 쓰지만, 귀엽게 말하거나 할 땐 도도라고 한다. 

 

너 도도해야 해!

 

보통 아기들 재울 때 쓰는 말인데, 뭔가 귀염받는 느낌이 든다.

 

아무튼, 정말로 이 뽑고 나서도 괜찮을 것 같아서 일을 한다고 했는데, 그래도 이 뽑는 당일이 되니 슬슬 긴장이 된다. 

 

 

병원에 도착해서 10분 정도 대기했다. 내 이름을 불러서 가니, 위생사가 약를 먹었냐고 묻는다.

 

"약 먹었어요?"

"무슨 약이요?"

"안정제랑 항생제요. 저희가 약국에 팩스를 넣었는데. 약국에서 연락을 해 줬어야 하는데 안한 모양이네요."

"꼭 먹어야 하나요?"

"음... 괜찮아요."

 

치과에 대한 무서움 때문인지, 치료 전에도 안정제를 먹는가 보다. 나는 안 먹었는데 그냥 괜찮았다. 어차피 진료실에서 안정시켜주는 가스를 마시기 때문에, 곧 긴장도 사라졌다. 처음에는 '아프려나? 혹시라도 보험이 안 된다고 하면 정말 비쌀텐데 그러지는 않겠지?' 같은 쓸데없는 걱정이 있었는데, 곧 걱정이 사라졌다. 그게 가스의 효과인가 보다. '혹시 보험이 안되면 어떡하나'는 사실 오늘 아침까지 걱정하던 거였는데...

 

그러고 있으니 곧 의사가 와서 이를 봐주었다.

 

"자, 마드모아젤. 오늘 사랑니 세개 뽑는군요. 걱정할 것 없어요."

 

사랑니 잇몸 주변에 감각이 무뎌지는 연고를 바르고, 세 군데 주사를 놓았다. 주사는 살짝 따끔한 정도였다. 주사약이 도니 잇몸 주변이 정말 없는 것처럼 느껴지고 침삼키기가 힘들어졌다. 

 

"아무것도 안 느껴질 거예요. 다만 좀 누르는 느낌만 있을 겁니다. 계속 깊게 숨 쉬세요. 잘 하고 있어요~"

 

의사 선생님이 계속 잘 하고 있다고 말했다. 난 그냥 가만히 있었는데... 설마 본인한테 하는 말은 아니겠지? ㅋㅋㅋ 의사 말대로 숨쉬는 것만 집중하니, 두번 누르는 느낌이 나고 하나가 금방 빠졌다.

 

'벌써 끝났어?' 하고 혼자 생각했다. 윗니는 금방 빠지고 아랫니는 조금 시간이 더 걸렸는데, 정말 아프지는 않았다. 진료가 오래 걸린 줄 알았는데, 끝나고 나와서 시계를 보니 20분밖에 안 지나 있었다. 다행히 치료비용은 보험으로 잘 커버가 되었고, 본인 부담금이 40만원 정도는 나왔다.

 

"케어가 중요해요. 오늘은 무리하지 말고요, 부드럽고 차가운 것, 요거트나 아이스크림, 푸딩 같은 걸 먹고 내일부턴 천천히 부드럽고 따뜻한 걸 먹을 수 있어요."

 

아이스크림을 먹으라는 얘기에 갑자기 눈이 번쩍 뜨였다...😅

 

찬이가 일을 미뤄두고 치과로 나를 데리러 와줬다.

 

"안 아파?"

"응, 하나도 안 아파. 아직 마취 때문에 그렇겠지?"

"너 붓지도 않았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아이스팩 얼굴에 대고 있어."

"어, 말은 좀 하기 힘든데 괜찮아. 아, 그래도 끝나니까 속 시원하다!!"

 

약국에서 처방약을 받아보니 페니실린과 꽤 강한 진통제가 있었다. 먹으면 잠이 온대서 이사벨이 말한 게 이거구나 싶다. 난 마취가 풀리고도 별로 아프지가 않아서 그냥 타이레놀 한 알만 먹었다.

 

대신 아이스크림!

 

 

오타와 여행에서 먹었던 아이스크림의 기억이 너무 좋았다.

 

더워진 날씨에 거리를 걷다가 맥도날드 가서 소프트콘을 샀다. 

 

 아이스크림 하나 물고 거리 구경을 하다 보니, 역시 여름이구나 싶다.

 

 

치과 치료가 끝나니 정말 홀가분하다.

 

가끔씩 이가 시큰거려서 걱정이었는데. 어느 웹툰을 보다가 '치과는 아프기 전에 가'라는 대사를 보고 아, 역시 맞는 말이야 하고 공감했었는데 ㅋㅋㅋ 아무튼 끝났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