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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몬트리올 일상다반사

1년간 여행하고 돌아온 친구의 새로운 목표

by 밀리멜리 2023. 6.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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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영화보기 직전에, 갑자기 멀리 이사간 친구 노만의 연락이 왔다. 지난해 봄 몬트리올을 떠난 노만은 거의 1년동안 방글라데시, 네팔, 인도네시아, 인도 등을 여행했다고 한다. 

"안녕, 나 몬트리올 왔는데 너랑 찬이 바쁘니? 나 오늘 하루만 있을 거야."
"우와, 지금 여기라고? 나 지금 일 끝나고 바로 한국영화 보러 갈 건데. 다음 소희라는 영화야. 같이 보러 갈래?"
"으음... 좋을 것 같은데? 곧 갈게."

그런데 얼마 안 있어 또 연락이 왔다.

"내 차가 고장났어! 일단 영화는 못 보겠어."
"고장났다고? 출장 수리 불렀어?"
"불렀는데... 아마도 오늘 안에 고치긴 힘들 것 같아. 월요일까지는 여기 있어야겠네."
"아이고, 골치아프겠다!"

 

차가 고장나서 어쩔 수 없이 몬트리올에 머물러야 한다는데, 그 덕분이라고 하긴 뭐하지만 주말에 노만과 만날 수 있었다.

"영화 재밌었어?"
"응, 난 진짜 좋았는데! 생각할 거리가 많은 영화였어. 관객들도 많이 울고. 아니 그런데 그보다, 우리 거의 1년 반만에 만난 거 아냐? 어떻게 지냈어?"
"아, 정말 많은 일이 있었지. 어디부터 이야기해야 하나..."

찬이는 노만의 이야기를 간단하게 들었다는데, 나는 처음 듣는다. 1년동안 여행이라니... 상상이 가지 않는다.

 

"도대체 일년동안 어떻게 여행만 다녀? 돈은?"
"예전에 비트코인으로 벌어놓은 게 있거든. 그걸로 다녀왔지. 방글라데시에서 잠깐 영어를 가르치기도 했는데, 임금이 너무 적어서 오래는 못했어."
"아하, 참 그랬지. 너 많이 벌었잖아."
"그치만 지금은 망했지. 여행 가기 전에 다 빼놨으면 좋았을걸. 지금은 빈털털이야. 아시아에 더 있고 싶었는데 돈이 떨어져서 온 거야."
"와, 그랬구나..."

진정한 여행자의 삶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삶이 가능하다니!

 


노만이 여러 사진을 보여주며 이야기보따리를 꺼냈다. 히말라야 등반을 가며 찍은 셰르파의 사진이 보인다.

"히말라야야? 여기 가는 거 어렵지 않았어?"
"일단 가는 건 어렵지 않아. 가방 메고 가는 사람들 다 등반객이거든. 그 사람들 따라서 가다 보면 셰르파가 있는데, 정말 엄청나. 내 짐을 대나무 바구니로 들고 가는데, 난 그거 움직이지도 못하겠더라. 그런 짐을 두개씩 들고 샌들만 신고 히말라야를 오른다니까."
"후와... 다큐멘터리에서만 보던 건데!"
"하루종일 다녀도 20달러밖에 안 받으니, 정말 미쳤어."
"동남아는 과일이 진짜 맛있다던데."
"과일 생각하면 눈물날 것 같아. 진짜 좋아. 너무 싸고 맛있어. 과일만 먹기 위해서라도 다시 돌아가고 싶다."

 

 

 

"아, 그렇지만 몬트리올도 너무 그리웠어. 여기 테라스 식당이랑, 사람 별로 없는 널널한 골목이랑 시원한 공기... 아시아는 정말 어딜 가나 사람이 너무 많아!"
"그치? 길 다니기 힘들지?"
"자전거랑 차랑 오토바이랑 다 함께 다니니까. 오랜만에 여기 걸으니 좋다! 나 거기서 여자친구도 사귀었거든."
"그래, 그 이야기는 들었어. 대단한데? 지금은 장거리네."
"그렇지. 무척 힘든 일을 겪었는데 항상 밝고 씩씩한 사람이야. 장거리가 힘드니까 캐나다로 데려오고 싶은데, 그러려면 돈을 모아야겠어."
"그래야겠구나, 정말."
"임금 차이가 말도 안돼, 정말. 여자친구가 인도에서 뼈빠지게 일한 2주일 월급, 여기서 한두시간만 일하면 버니까... 여기서 일하면 돈을 더 빨리 모을 수 있을 텐데."
"여자친구는 올 수 있대?"
"아마도. 내가 돈을 좀 더 모아야 겠지만, 아무튼 2~3년이면 데려올 수 있지 않을까."
"네 말 들어보니까 여자친구 여기 오면 정말 잘 지낼 것 같다! 빨리 함께 했으면 좋겠네. 일단 목표가 생겼구나."
"맞아, 그게 목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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