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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몬트리올 일상다반사

과학시험 - 일단 해보자

by 밀리멜리 2023. 6.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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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과학 시험을 치고 나왔다. 이제 3과목 끝났으니 앞으로 3과목 남았다. 이제서야 반인가 싶다. 

시험장에 30분 일찍 도착해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대기실에서 기다렸다. 내가 공부하는 코스는 성인을 위한 고등학교 과목 이수라서, 20대뿐 아니라 30대, 40대도 꽤나 보였다. 

나 혼자 아시아인이었고, 대기실에서 책을 펼치고 마지막 공부를 하는 건 나뿐이었다. 다들 뭔가 지루한 듯 휴대폰을 보고 있었고, 긴장하는 티가 하나도 없었다.

시험 전에 긴장하는 건 나뿐인가 싶다. 뭐, 다른 사람들도 속으론 긴장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여기 사람들은 나만큼 시험을 앞두고 긴장하거나 하지 않는 것 같다. 그래도 보통 시험 직전에 좀 펼쳐보지 않나? 아무튼 다들 심드렁한 표정으로 시험장에 들어갔다.
 


감독관이 학생들과 뭐라뭐라 말하더니 크게 소리친다.

"아니, 시험치러 와서 연필도 안 가져오는 사람이 어딨어요? 펜도 없어요? 뭐, 괜찮아요."

쎄 빠 그라브(괜찮아요). 하며 감독관이 학생들에게 연필을 건네준다.

이번에 친 시험은 레벨이 좀 높아져서 그런지 좀 더 어려웠다. 에너지 파트를 공부했는데 이런 문제가 나왔다.

-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별장에서 며칠 묵기로 했다. 발전기 하나에 히터 하나가 있는데, 발전기보다 히터의 최대 전압이 낮다. 안전하게 사용하려면 회로에 무엇을 추가해야 하는가? 그 값도 구해라.

- 이 발전기를 사용해 전구 5개를 설치하기로 했다. 형광전구는 11와트, 백열전구는 60와트인데 화장실까지 따뜻하게 하려면 각각 전구를 몇 개 사용해야 하는가? 

- 이 발전기는 석유로 작동한다. 좀 더 환경친화적인 솔루션을 세 가지 제시하고 그 중에 어떤 선택이 가장 현실적인지 설명하라.

- 인덕션은 금속냄비를 사용해야 열을 낸다. 그 원리를 설명해라. 

- 주기율표의 금속을 모두 색칠해라.

- 양탄자에 발을 질질 끌고 나서 문손잡이를 만지면 정전기가 발생한다. 그 원리를 설명해라.

 
응용 문제가 이렇게 많이 나올 줄은 생각도 못했다. 이렇게 뭘 많이 써야 할 줄이야.

하지만 이전에 봤던 문제들이어서 어떻게든 답을 적어낼 수 있었다.  사실 시험을 치면서도... 어떻게 내가 이걸 쓸 수 있지? 하고 새삼 궁금증이 들었다. 어떻게 내가 이걸 할 수 있는 거야? 말을 못하면서도 어떻게 공부하고 일을 할 수 있는 거지?

일단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도전해 보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여기서는 실패해도 딱히 손해보는 게 없으니까. 이상한 답이라도 일단 적어내 본다.

우리나라처럼 시험성적 떨어지면 끝장인 것도 아니고, 점수가 그렇게 중요하지도 않으며, 나중에 다시 봐도 된다. 이번에 통과하지 못하면 두번째, 세번째, 무한대로 기회가 있다. 실패해도 안전망이 있다는 사실이 참 안심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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